기업의 자산이자 수익 창출의 핵심인 특허를 공익을 위해 무상으로 공개하는 기업들의 과감한 결단이 가정의 달을 맞아 재조명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기술 특허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특허를 과감히 공개하고 있다.

시몬스, 소비자 안전 위해 '난연 매트리스 제조 공법' 특허 공개
매트리스는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실내 가구로, 화재 발생 시 불쏘시개로 돌변해 실내 전체가 폭발적 화염에 휩싸이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는 2018년부터 국내에서 최초·유일하게 시판되는 가정용 매트리스 전 제품을 국제 표준(ISO 12949) 및 국내표준시험방법(KS F ISO 12949)으로 시험해 16 CFR 1633 기준을 만족하는 난연 매트리스로 생산하고 있다.

시몬스 난연 매트리스의 핵심은 독자 개발한 '맥시멈 세이프티 패딩(MAXIMUM SAFETY PADDING)'이다. 이 패딩은 불씨가 닿아도 잘 타지 않을 뿐 아니라, 불이 붙은 뒤에도 자연적으로 불길이 소멸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봉합 실과 봉합 면 테이프, 매트리스 아랫부분의 미끄럼 방지 부직포까지 전면에 난연 기능을 갖춰 탁월한 화재 안전성을 자랑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난연 매트리스만 유통되도록 법제화돼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난연 매트리스 생산을 의무화하는 관련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몬스는 지난해 1월 자사가 소유한 난연 매트리스 제조생산 관련 특허를 공익을 위해 전면 공개했다. 이는 다른 침대 브랜드들도 난연 매트리스를 제조·유통하면 결국 사회와 소비자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볼보, '3점식 안전벨트' 특허 무료 배포로 자동차 안전 기준 정립
현재 대부분의 차량에 도입된 3점식 안전벨트는 어깨 위쪽과 양쪽 허리 옆을 지나는 형태로, 사고 시 탑승자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59년 이전까지는 양쪽 허리만 가로지르는 2점식 안전벨트가 적용됐으나, 충돌 시 탑승자의 상체가 앞으로 급하게 쏠려 2차 충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볼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59년 처음으로 '3점식 안전벨트'를 선보였다. 항공기 조종사의 안전장치를 개발하던 엔지니어 닐스 볼린(Nils Bohlin)을 채용했고, 그는 안전띠의 한 선은 가슴을, 다른 한 선은 허리를 가로지르는 형태의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했다.

주목할 점은 볼보가 이 3점식 안전벨트 기술에 대한 특허 신청을 포기하고 다른 자동차 회사에 무료로 배포했다는 사실이다. '안전벨트는 사람의 안전을 위한 것이어서 특허를 낼 수 없다'는 이유였다. 특허를 확보했다면 볼보는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겠지만, 금전적 이익보다 생명을 중시한 선택 덕분에 볼보는 자동차 업계에서 '안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포스코, 400여 개 중소기업에 기술 무상 이전으로 상생협력 실현
포스코는 중소기업들과의 적극적인 상생협력 체계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석탄을 삽입하는 입구 주변의 가스 누출을 방지하는 '코크스 오븐의 입구 프레임', 화재에 강하고 거푸집 해체가 불필요한 '내화용 콘크리트 기둥', 마그네슘 제조 시 분진 발생을 막는 '마그네슘 제조장치' 등 다양한 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했다.

특히 포스코는 2017년부터 산업부와 함께 기술나눔에 참여해 2024년 9월까지 총 4,276건의 기술을 제공했다. 814건의 특허를 405개 기업에 무료로 이전해 중소기업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모범사례로 자리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나눔 행보는 기업의 자산을 대가 없이 나누고 상생을 택하는 진정한 '기업가 정신'으로 볼 수 있다"며 "여러 악조건 속에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업계에서 이런 문화 조성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