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화연애담' 최환의 힘…장률의 할머니·엄마·누나에게서 왔다 [인터뷰]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춘화연애담'은 독특한 장르의 작품이다. 판타지 사극을 표방하는 이 작품은 '춘화'를 중심 소재로 담으며 19禁 등급을 가졌고, 가상의 나라를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현실과 가까이 맞닿아있다. 그 속에서 최환(장률)은 공주 화리(고아라)에게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미스터리한 인물부터 최고의 로맨틱한 모습까지 모두를 선보였다. 가장 부유한 사내, 최고의 카사노바로 유명한 최환은 '부마(공주의 남편)'가 되기 위해 나선다. 그의 손짓에는 기품이 있었고, 다급한 순간에도 잃지 않는 여유는 '멋짐' 그 자체를 만들었다.
아마도 그것은 장률에게서 왔을 거다. 장률은 '최환'의 시작을 자신의 할머니, 어머니, 누나에게서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를 둘러싼,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다가선 '최환'은 자연스럽게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사랑을 주는 섬세한 캐릭터로 자리했다. '한 시대에 함께한 순간들이 서로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간직되었으면 해요'라는 손 편지를 써서 건넨 배우 장률의 섬세함은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고운 손을 만지작거리며, 그렇게 장률은 '최환'에 대해 하나씩 꺼내 갔다.
Q. '춘화연애담'은 파격적인 야설집 '춘화연애담'이 도성에 등장하며, 그 속에 담긴 내용이 현실과 맞닿아 있어 권선징악을 향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중심축은 사랑을 시작하는 화리와 최환의 이야기가 있다. 처음 이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선 지점이 궁금하다.
"제안을 받고, 대본을 읽어봤다. 로맨스 장르라는 외피에 젊은 청춘들이 억압의 시대를 사랑으로 돌파해 가는 모습이 너무 멋있고, 뜨겁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최환'이라는 인물이 가진 성질이 매력적이었다. 뒤로 갈수록 최환의 내면이 드러나게 된다. 자신이 지키고 싶은 일과 사랑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라 더 끌렸던 것 같다. 더불어 이광영 감독님과 꼭 작업해 보고 싶었다. 제가 전작('몸값', '마이네임' 등)에서 장르성이 짙은 연기를 선보였는데 로맨스 장르를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이광영 감독님의 카메라 언어로 감독님이 그려내는 로맨스 세계관 안에 존재하고 싶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저에게 성장이 있고, 장률이 보여줄 수 있는 로맨스를 담아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이광영 감독은 '며느라기', '사랑이라 말해요'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배우 장률이 어떤 이유로 그의 세계에 합류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사랑이라 말해요'라는 작품을 너무너무 재미있게 봤다. 감독님이 시퀀스를 구성하고, 카메라로 그 인물들을 드라이브해 가며, 그 인물들을 포착해 내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경험해 본 그 세계 속에서 감독님은 각 인물에게 엄청난 에너지와 애정을 쏟으신다. 그래서 그 인물의 예쁜 면과 '이 인물은 사랑할 때 이런 표정이 나와' 등 끝까지 애정을 쏟아내는 집념이 있으시다. 꼭 함께하고 싶었다."
Q. '최환'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을까.
"최환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인물이다. 특히, 미혼모 등 그 억압받는 시대상 안에 버려질 수 있는 여성과 아이들을 자유롭고 평등하게 세상 속에 서 있을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주는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어떤 면이 필요할까?', '어떤 시선으로 이 인물을 들여다 봐야 할까?' 생각했다. 결국, 여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발점을 떠올리면, 할머니부터였다. 저는 집에서 막내인데, 할머니, 엄마, 그리고 누나의 세 시대의 러브스토리를 들으며 자랐다. 할머니의 첫사랑은 농구선수였다. 그래서였는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옆에 누워서 그렇게 농구를 봤다. 20대 후반이 되었을 때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와 단둘이 집에 있을 때, 지금의 아버지를 만나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실패와 무너짐의 과정을 겪고 제가 세상에 나왔는지를 들었다. 그 이야기보다 엄마가 그리워하고 추억하고 있던 그 눈빛과 마음이 제 피부 안에 스며든 것 같다. 누나는 같이 살았으니, 듣는다기보다 느끼게 됐다. 기분이 좋은 날은 누나 방에 들어갈 수 있고, 아닌 날은 들어갈 수조차 없다. 누나가 결혼하기 전날이었는데, 푸르스름한 빛 아래에서 제가 '결혼을 왜 해?'라고 물은 적이 있다. 바로 매형에게 전화하더라. 그 이후는 모르겠다. 사랑으로 돌파하고 있었을 거다. 사랑으로 돌파하는 삶은 늘 인생의 큰 주제이지 않나. 세 명의 여인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들으며, 제가 성장했다. 그 마음을 최환에게 잘 담아보고 싶었다. 최환이 9, 10화에서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길지 않지만, 정교하고 담백하게 그 인물을 전해야 했다. 어떻게 자랐고, 어떤 삶을 살아왔고, 누구에게 길러졌고 등 그런 이야기들이다. 여인들의 손에서 길러진 인물이 '최환'이라고 생각했다."
Q. 판타지 장르였지만, 분명 '사극'이었다. 최환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일상의 언어와 다르지 않나. 그 시대의 언어, 걸음걸이, 습관 등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익숙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매일 그렇게 살아온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적절한 톤을 찾으려고 많이 연습했다. 연극을 준비하는 것처럼 연습했다. 입에서 말이 흐를 정도로 연습했다.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사극이라는 드라마 장르가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다. '내가 사극에 어울릴까'라는 걱정부터 갓, 의상 등도 잘 소화해야 하지 않나. 이번에는 체중을 증량했다. 매일 다섯 끼씩 먹으면서 근육을 만들었다. 몸을 바꿔야 하는 일은 너무 어렵다. 이번에 제일 힘들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후에 촬영한 작품인데, 그때 몸무게가 많이 빠져서 58kg까지 나갔다. 얼굴에 너무 말라서 걱정했다. '춘화연애담'을 만나서 12kg을 찌우고, 70kg을 만든 상태에서 근육을 만들며 6kg을 감량해 64kg에 맞췄다. 외모를 열심히 가꾸긴 했지만,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다."
Q. 그런 최환이 사랑하게 되는 화리 공주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더불어 화리 공주 역의 고아라와의 호흡은 어땠나.
"고아라와의 호흡은 너무 좋았다. 그가 가진 밝은 에너지가 저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저는 화리라는 인물을, 대본을 통해 들여다볼 때, '촛불 같다'고 생각했다. 밝게 비춰주기도 하지만, 많이 흔들리지 않나. 내면에 많은 흔들림이 있다고 생각했다. 고아라를 화리로 계속 본 것 같다. 거기에서 호흡이 좋았던 것 같다."
Q. 판타지 사극이지만, 그런 두 사람이 하늘을 가르는 패러글라이딩 장면은 굉장히 로맨틱하면서도 묘한 느낌이었다.
"운동을 많이 해야 했다. 하늘을 나는 장면은 현장에서도 아주 당황스러웠다. 먼저 의상을 입었는데, 이를 잘 소화했는지부터 염려됐다. 고아라는 잘 소화한 것 같다. 그 옷을 입자마자 춤을 췄다. 감독님이 웃으시며 '찍어, 찍어'라고 하셨다. 즐겁게 촬영한 것 같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장면이니,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 모두 힘들었을 거다. 자연에서 찍어야 하니 위험하기도 했다. 어려운 촬영일수록, 즐거운 포인트가 있을 때 최대한 즐기면 힘이 되는 것 같다."
Q. 환과 화리 공주는 어떻게 보면, '춘화연애담'의 화자로서 존재하기도 한다. 그리고 환이 중간쯤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좋다'라고 하는 말은 현실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사였다. 두 사람의 감정이 깊어지는 포인트로 생각한 지점이 있을까.
"최환은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세와 파워가 있다면, 화리 공주의 뒷모습만 보고서도 처음부터 감을 잡고 있었을 것 같다. 환이 고모(박하선)의 유품을 화리 공주에게 가져다주고, 그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지 않나. 그 울음소리가 어디에 맺힐지 생각했다. 여인들의 손에서 자란 최환은 여인들의 눈물 소리를 들으며 성장해 왔을 거다. 힘이 없는 어린 시절에는 듣고만 있어야 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의 최환은 힘을 가지고 있다. 화리의 눈물이 환이의 마음 어딘가에 맺혔을 거로 생각했다. 4부에서 환이가 화리에게 이야기한 건, 정작 자기 사랑에는 아주 서툴렀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심학도처럼 배신하지 않는다'가 키워드였다. 그런데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그 대사를 보고 공을 많이 들였다. 자칫 잘못하면 툭 할 수 있는 연기라, 진심을 더 많이 담고 싶었다. 시청자들에게 '응?'이라는 물음표가 생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환이의 마음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고민했다."
Q. 남다른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춘화연애담'을 통해서 배우 장률의 성장을 발견한 지점도 있을까.
"작품에 임할 때는 감각하느라 바쁜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그때 이런 생각으로 작업했지', '이런 느낌을 가지려고 노력했지' 등을 떠올리고, 감사함의 순간으로 간다. 인터뷰하기 전, 그런 감사함으로 온몸을 세팅한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온 마음을 다해서 이 작품을 사랑했다. 연기는 늘 부족해 보이고, 늘 연마해야 한다.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려면 어떻게 연마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도, 연기를, 작품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마음은 또 다른 이야기 같다. 사랑하는 마음을 담는 것, 그것이 앞으로 제가 더 잘 지켜나가야 할 덕목인 것 같다. 로맨스를 통해 저를 되짚고 들여다보는 순간이 굉장히 소중하고 값진 순간이었다. 이를 통해 분명 어떤 식으로든 한 단계 성장했을 거라 믿는다."
그렇기에 배우 장률의 순간이 영원히 텍스트로 새겨져 남게 되기를 바란다. 3대에 걸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들을 떠올리며 다가간 '최환'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자랑스러운 얼굴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첫 로맨스까지 훌륭하게 선보인 그의 다음이 기대되는 건, 그때 보낼 답장을 마음속으로 써 내려가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