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아직도 배우 주종혁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권모술수'라 부르는 이들이 많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는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배우 주종혁의 색깔을 펼치고 있다.

날카로운 듯하면서 소년미가 느껴지는 얼굴에 캐릭터와 착 붙는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낸 그가 디즈니+ '트리거'로 또 하나의 대표작을 썼다. 작품은 나쁜 놈들의 잘못을 활짝 까발리기 위해 일단 카메라부터 들이대고 보는 지독한 탐사보도 PD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극 중 주종혁은 탐사보도 프로그램 '트리거' 팀의 3년 차 조연출이자 계약직이라는 환경 속에서도 꿈을 향한 열정을 놓지 않는 '강기호'로 분했다.

기호는 오뚝이 같다. 비정규직의 설움에 낙담하다가도 끈기와 열정으로 이를 극복한다. 더 나은 환경으로 향하려는 욕망을 숨기지도 않는다. 그런 매력이 기호를 더 반짝이게 만들었다. 지난달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주종혁은 '트리거'에 출연하며 "현실적인 캐릭터가 되는 게 목표였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시청자에게는 이 세상 어딘가에 정말 있을 것만 같은 인물, '강기호'가 남았다.

Q. '강기호'는 팀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너드미 속 귀여운 매력도 가진 인물이다. 그 안에서 잠깐씩 드러나는 계약직의 설움도 있다. 기호를 통해 보여주려는 모습은 뭐였나. 배우 본인과의 싱크로율을 꼽자면?

"마냥 밝은 인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다. 기호는 트리거 팀의 활력소 같은 친구지 않나. 사기와 분위기를 끌어 올리려는 사람인데 중간중간 비정규직으로서의 설움이 깔려 있다. 일할 때만큼은 그 감정을 배제하고 본업에 임하는 책임감이 강한 친구로 보이려 했고, 또 사내 연애 중인 모카(김소라)와의 관계에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보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저와 기호는 현장에서 하는 행동 자체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저도 현장에 가면 기호로서 이곳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주변에 감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어 하는 점이 비슷했다. 다만 저는 애교 연기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소름 끼치는 순간이었다. 원래 애교가 없지는 않지만, (기호가) 혀 짧은 소리를 내는 신을 연기할 때는 걱정도 됐다. 저를 보는 분들이 정색하지 않을까 싶었다. (웃음)"

Q. 탐사보도 프로그램 조연출인 기호는 밤낮 없이 일에 몰두하며 자신을 잘 돌보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 직업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염두에 둔 것도 있나.

"사실 외적으로는 여러 시도가 있었다. 코일펌 비슷하게 펌을 할까 싶기도 했는데, 제 모발이 펌을 하면 부피감이 걷잡을 수 없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안 그래도 머리가 풍성한데 더 풍성해질 거라고 해서 고데기로 헤어 스타일링을 했다. 초반에는 (기호가) 면도도 안 하고 최대한 사무실에서 숙박하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이미지에) 반환점을 준 건 '이제 연출이 됐다'하는 부분이었다. 그때부터 제가 면도를 하고 나왔는데, 피부가 워낙 까무잡잡해서 티가 잘 안 나더라. (웃음) 당시 저는 열심히 면도하고 나름대로 되게 큰 변화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Q. '트리거'는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기대를 모았다. 국민 배우 김혜수, 연기파 정성일과 주종혁 세 사람의 만남은 기대만큼 좋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 선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첫 촬영 때 제가 갈피를 못 잡아서 헤맬 때가 있었다. 그때 (김혜수) 누나가 저를 편안하게 풀어주셨다. 테이크마다 다르게 하면서 다양한 모습의 연기를 해볼 수 있었다. (김혜수) 누나는 현장에서 엄청 진지하고 연기에 정말 진심인 분이더라. 생각한 것과 달랐다고 생각한 점은 되게 많이 웃으시고 즐거워하신다. 모든 사람들을 다 챙기고 연기적으로도 더 넓은 시야로 말씀해 주시니까 정말 '트리거'의 기둥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주인공이라는 자리가 어렵구나. 많은 것을 아울러야 하는 일이구나'라는 걸 배웠다."

"김혜수 누나도 그렇고 (정)성일 형도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라서 초반에는 그냥 '잘 준비해서 두 분께 방해가 되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 사람이) 잘 어우지더라. (정)성일 형도 저와 나이 차이가 좀 나는데 한 살 터울 형처럼 느껴질 만큼 편하고 든든했다. (김)혜수 누나는 눈만 봐도 '진짜 다 받아주시겠구나'하는 믿음이 생겼다. 덕분에 다양하게 (연기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었고, 강기호라는 인물도 러블리하게 보인 게 아닌가 싶다."

Q. 배우 주종혁 하면 아직 빼놓을 수 없는 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다. 작품을 통해 '권모술수'라 불리며 사랑받지 않았나. 이름을 알린 후에는 어떤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저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처럼 다가온다. 정말 부끄럽기도 하다. 사실 저는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주위에 저보다 연기 잘하는 형들도 많은데 그분들에 비해 제가 빨리 작품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 절대로 '내가 잘났다'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되게 어렵다. (무명일 때도) 저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되게 재밌게 살았던 것 같다."

"절대 연기를 쉽게 접근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 안일하게 연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더 진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려고 한다. 연기를 하다 보니까 점점 어려워진다. 제 내면이 단단해지고 다채로워져서 조금 더 깊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Q. 2015년 영화 '몽마'로 데뷔한 후 벌써 10년 차 배우다. 주연급 배우로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뭘까.

"아직 해보지 못한 장르가 너무 많다. 최근에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타투이스트로 나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레게와 타투를 한 제 모습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본 모습보다 나은데'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 느낌의 이미지로 작품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장르도 정말 많다. 되게 날것의 느낌이 나는 영화도 해보고 싶다."

'트리거'를 통해 '착붙 캐릭터'를 보여준 주종혁은 올해도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디즈니+ 새 시리즈 '북극성'에서 전지현, 강동원과 호흡하며, 촬영 중인 tvN 새 드라마 '컨피던스 맨 KR(가제)'에서는 박민영과 케미를 맞춘다. 대한민국 대표 흥행 아이콘들과 차기작을 선보일 주종혁이 새 작품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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