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날 인터뷰] K-여행의 새 물결을 이끈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
세계여성의날(3월 8일)을 맞아 글로벌 여행 플랫폼 에어비앤비에서 한국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서가연 컨트리 매니저를 만났다.
서 매니저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경영 전문가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녀는 이후 구글 코리아를 거쳐 2017년 틴더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로 취임, 데이팅 앱의 국내 시장 안착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디즈니플러스, 구글, 틴더 등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에서 마케팅 및 사업 운영을 두루 경험한 서 매니저는 2023년 11월부터 에어비앤비 코리아의 수장을 맡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여행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여러 글로벌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서가연 매니저를 만나 리더십과 여행 산업의 미래, 그리고 여성 리더로서의 경험에 대해 들어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에어비앤비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2023년 11월부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로서, 한국과 전 세계를 연결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여행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에어비앤비가 더욱 활발히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한국 방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많은 여행자들이 한국에서 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글로벌 기업에서 여성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었나. 가장 큰 도전과 이를 극복한 방법도 궁금하다.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강점이다. 국내 대학을 졸업한 후, 해외에서 거의 10년간 근무했던 것도 새로운 환경에서 스스로의 성장을 이끌어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큰 보람을 느끼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성향 덕분에 한곳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도전은 단순히 새로운 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Do the right thing(옳은 일을 하라)’이라는 철학을 중요하게 여기며,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신뢰와 책임을 우선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라고 믿는다. 이는 개인의 커리어뿐만 아니라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데에도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에어비앤비는 이른바 ‘미신고 숙소’를 에어비앤비 플랫폼에서 운영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조치는 국내 법령상 플랫폼의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에어비앤비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입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비즈니스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 한국 사회의 책임감 있는 일원으로서 보다 큰 신뢰를 얻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데 이는 에어비앤비로서는 대단히 큰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현재까지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Q. 에어비앤비는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해 매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 호스트들은 에어비앤비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하다.
여성 호스트들은 에어비앤비 호스트 커뮤니티의 자랑스러운 일원이다. 여성 호스트들은 단순 숙소 제공을 넘어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주체이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 호스트들은 호스팅을 통해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새로운 커리어를 개척하며, 지역사회와도 긴밀히 연결되는 기회를 얻고 있다. 또한, 육아나 경력 단절로 인해 기존의 직장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여성들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에어비앤비는 이분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작년에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함께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공유숙박 호스트 양성 과정’을 운영하는 등 여성 호스트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한 다채로운 활동을 진행해왔다. 올해도 호스팅을 통해 창의적인 역량을 발휘하고 자아실현과 경제적 자립을 이뤄낸 여성 호스트 3인의 스토리를 담은 인터뷰집 ‘호스팅은 나의 힘: 새로운 꿈을 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발간했다. 특히 올해는 '공유숙박 호스트 양성 과정'을 수료 후 자신의 업을 새로운 가치로 창출해낸 자랑스러운 에어비앤비 여성 호스트 세 분을 모시고, 호스트라는 직업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발현하기까지의 경험담을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에어비앤비는 여성 호스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성공적인 호스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Q. 실제로 공주에서 호스팅을 하고 있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라고 들었다. 이 경험이 컨트리 매니저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인사이트를 준 사례가 있다면.
팬데믹 당시 우연한 기회로 지냈던 한옥 스테이의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직접 충남 공주에 한옥을 지었다. 그런데 항상 가 있을 순 없으니 에어비앤비에 호스팅을 시작했고, 결국은 지금은 슈퍼 호스트까지 됐었다. 처음에 호스팅을 위해 ‘한옥체험업’ 등록 절차를 직접 경험하며 국내 숙박업 제도의 복잡함을 절실히 느꼈다.
실제로 많은 에어비앤비 호스트분들을 만날 때마다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어려움이, 현재 숙박업 관련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고 너무 복잡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에서 호스팅을 하려면 27개 숙박업태 중 본인의 영업 형태에 맞는 업종을 선택해 신고해야 한다. 여기에는 ‘외국인도시민박업(외도민업)’, ‘농어촌민박업’, ‘펜션업’, ‘한옥체험업’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이 27개 업태가 ‘위생관리법’, ‘관광진흥법’ 등 다양한 법령에 따라 나뉘어 있고, 각각 담당하는 정부 기관도 다르다 보니, 호스트들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낀다는 점이다.(7개 법령, 27개 업태)
그러한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지난 24년 7월 미신고 숙소 퇴출 조치 발표를 계기로 호스트 분들의 혼선과 임팩트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제로 외도민업, 펜션업 등 숙박업 영업신고 방법 및 절차에 대한 상세히 소개하는 안내 웹페이지를 오픈했으며 보다 개인적인 지원을 위해서 웨비나와 1:1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옥 숙소를 찾아주시는 게스트들을 만났던 경험들이, 내가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로 업무를 할 때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옥을 비롯한 한국의 매력적인 관광 자원을 알리고 싶다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실제로 한 번은 프랑스에서 온 게스트가 숙소를 예약한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한옥 카테고리’를 보고 찾았다고 말했다. 한옥에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는 게스트들의 후기들을 볼 때면 에어비앤비 호스트이자 컨트리 매니저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나 역시 한옥을 공주에 짓고 운영하면서, 수도권에 집중된 여행이 지방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직접 경험했다. 이런 ‘분산여행(travel dispersal)’을 활성화하는 것은 에어비앤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다. 앞으로도 한옥뿐만 아니라 농어촌 지역, 작은 도시들의 매력적인 숙소들을 더 많은 국내외 여행자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국내 에어비앤비 호스트 중 여성 호스트가 차지하는 비중과 이들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에어비앤비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세계 및 한국인 호스트 모두 여성의 비율은 약 55%로 과반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 호스트들은 게스트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 호스트들은 신속하고 명확한 의사소통, 청결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강점으로 탁월한 숙박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가족 단위의 게스트나 여성 여행자들에게 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같은 여성이라 느껴지는 유대감과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호스트와 게스트가 더 깊이 있는 소통과 교감을 나눌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고 생각한다.
여성 호스트들의 경쟁력은 데이터에도 드러난다. 실제로 국내 여성 호스트 중 후기를 통해 별점 5개 이상을 받은 비율은 절반 이상인 64.4%를 차지했다. 또한, 평점과 후기, 신뢰도를 바탕으로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숙소 컬렉션인 '게스트 선호 숙소' 내 여성 호스트의 비중도 56.1%의 높은 비중으로 드러났다.
Q. 여성 호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복잡한 현행 공유숙박 관련 제도의 벽을 넘어야한다. 예비 호스트를 지원하기 위한 에어비앤비의 노력이 있다면.
에어비앤비는 지난 24년 7월 미신고 숙소 퇴출 조치 발표를 계기로 호스트분들의 혼선과 임팩트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외도민업, 펜션업 등 숙박업 영업신고 방법 및 절차에 대한 상세히 소개하는 안내 웹페이지를 오픈했으며 보다 개인적인 지원을 위해서 웨비나와 1:1 상담 프로그램까지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여성 호스트를 지원하기 위해 작년에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함께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공유숙박 호스트 양성 과정’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처럼 에어비앤비는 여성 호스트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한 다채로운 활동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에어비앤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점도 분명 있다. 에어비앤비가 이렇게 성심껏 지원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제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27개 업태별로 상이한 요건을 개인 호스트분들이 알아서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는 더 많은 한국 분들이 에어비앤비 호스팅의 혜택을 누리고, 국가적으로는 3천만 외래 관광객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공유 숙박 관련 제도의 개편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Q. 여행전문가로서 개인적으로 여행 계획을 할 때 어떤 서비스를 가장 애용하는지 궁금하다.
에어비앤비 내 ‘게스트 선호’ 카테고리를 애용하고 있다. 게스트 선호는 평점, 후기, 신뢰도를 기준으로 에어비앤비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2백만 개의 숙소를 한 데 모아놓은 카테고리다. 어떤 숙소가 적합할지 선택하기 어려울 때 다른 게스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숙소부터 둘러보면서 저만의 기준을 세우고 선택지를 좁혀 나가는 편이다. 또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찾을 때 게스트의 후기를 꼼꼼하게 살펴보는데, 에어비앤비에서는 예약이 확정된 경우에만 후기를 남길 수 있으며, 실제 경험에 기반한 시의적절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 결제 후 최대 14일 이내에만 작성할 수 있다. 특히 호스트와 게스트가 서로에게 후기를 통해 피드백을 남기는 등 다른 이들이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체계적인 리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에어비앤비 후기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더 나은 여행 경험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숙소 선택 시 꼭 참고하시면 좋겠다.
Q. 에어비앤비가 한국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여행 트렌드는 무엇인가.
에어비앤비는 도시에 집중되던 여행을 농촌 등 여타 지역으로 분산하는 ‘분산여행 (travel dispersal)’, '어디서든 일하며 살기(Live and work anywhere)'와 같은 장기 체류형 여행 등 국내 여행 및 관광산업의 트렌드를 재편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28박 이상 머무르는 ‘장기 여행’의 경우, 장기 체류형 여행을 하는 이들이 그 지역에서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3년에는 한국에서 장기 예약 건수가 전년 대비 70%나 증가했다.
또 에어비앤비는 ‘분산여행’을 통해 전통적으로 도심에만 몰렸던 여행을 비도시 지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실제로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예약 금액 중 비도시 지역의 비중이 2019년 13%에서 2022년에는 22%로 증가했다. 이 같은 에어비앤비의 특성 덕분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에어비앤비가 앞으로 한국에서 진행할 주요한 계획이 있나. 컨트리 매니저로서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가고 싶은지도 궁금하다.
첫 번째는 한국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적극 활용해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도록 힘쓰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의 관광 목표인 3천만 외래 관광객 유치에 기여하고 있다. 작년 5월에는 서울시와 함께 한강대교 위에 에어비앤비를 열어서 한강의 매력을 세계에 알렸다. 같은 해에는 K-POP 그룹 세븐틴과 협업해 그들의 신곡 뮤직비디오 속 공간을 실제 에어비앤비 숙소로 만들었다. 지난 2023년에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K-POP 그룹 엔하이픈과 협업했었고, 2022년에는 ‘한옥’이라는 숙소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쉽게 한옥을 찾고 예약할 수 있게 했다.
두 번째로는 한국 분들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더 편리하고 재밌게 여행하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넓고 쾌적한 공간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게 에어비앤비의 큰 장점이다. 그래서 다양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함께 이를 알리기 위한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Q. 한국 여성 리더로서 후배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내 삶을 이끌었던 키워드는 ‘도전’이었다. 글로벌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은 것, 미술품을 유통하는 이커머스를 진행한 것 그리고 에어비앤비 호스트까지, 도전했던 시간들이 쌓여서 결국은 경험과 지혜라는 큰 자산이 되었다. 방황을 하더라도 그 모든 시간이 의미없는 것이 아니기에 괜찮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연이 없어도 어떻게든 기회를 찾아서 도전해보기를 바란다. 도전하다보면 신기하게도 또 연이 닿아서 계속해서 기회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의식적으로 자유를 주고, 걱정하며 살기보다는 탐색하는 삶을 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