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12칠린드리 스파이더 / 페라리 제공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했다. 리스본은 유서 깊은 건축물과 강렬한 대서양의 풍경이 어우러진 독특한 매력을 지닌 도시로, 페라리 12칠린드리 스파이더를 시승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날씨도 한몫했다. 2월은 한국의 10월 가을과 비슷한 기온이라 페라리 12기통 엔진의 사운드와 스파이더 감성을 느끼기에도 딱이다.

카스카이스 해변에서 시작하는 시승 코스는 정말 그림처럼 아름답다. 왕실의 해양 휴양지로 알려진 이곳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카보 다 로카까지 이어지는 길은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서쪽 끝을 가는 멋진 여정이라, 그 풍경을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12칠린드리 스파이더는 시승 내내 잊지 못할 감동과 추억을 선사했다.

페라리 12칠린드리 스파이더 / 포르투갈(리스본) = 성열휘 기자

페라리의 상징적인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2인승 베를리네타(2인승 혹은 2+2 쿠페 스타일) 컨버터블 모델인 12칠린드리 스파이더는 지난해 5월 공개됐다. 칠린드리(Cilindri)는 실린더(Cylinder)의 이탈리아어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차량의 특징과 페라리의 타협없는 파워트레인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차량은 자연흡기 V12 페라리 엔진과 오픈톱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결합한 모델이다. 830cv의 힘을 발휘하는 12칠린드리 스파이더의 V12 엔진은 최대 회전수 9500rpm까지 올라가며,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더욱 특별한 오픈 에어 드라이빙 경험을 선사한다.

12칠린드리 스파이더의 콘셉트는 1950년대와 1960년대 오픈톱 페라리 그란투리스모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12칠린드리 스파이더는 공도용 레이싱카의 탁월한 성능, 오픈톱 상태에서 12기통 엔진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기회, 장거리 주행 시의 편안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차량이다.

디자인은 최근 페라리 2인승 베를리네타 스파이더 모델의 스타일에서 벗어났다. 차량 비주얼의 전형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형식적 순수성을 기반으로 한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채택해 근육질과 관능미를 강조했다. 

12칠린드리 스파이더는 1947년 창립 이래 자동차 산업에서 페라리가 내세우고 있는 가치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페라리 애호가들 그리고 뛰어난 주행 감성과 편안함, 이탈리아 디자인을 결합한 자동차를 꿈꾸며 오픈톱 주행을 즐기는 신규 고객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12칠린드리 스파이더는 진정 소수만을 위한 차량이다. 국내에도 지난해 5월 12칠린드리를 아시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페라리 12칠린드리 스파이더 / 포르투갈(리스본) = 성열휘 기자

12칠린드리 스파이더는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다. 디테일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조화돼 외관을 한 번만 봐도 강력한 인상과 깊은 인식을 남긴다. 한 번만 봐도 매력에 빠진다는 말이다. 페라리의 디자인 팀은 기존 스타일에 혁신적인 변화를 더 하면서도, 이전 모델들의 특성을 잘 유지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매끄럽고 간결한 라인이다. 812 컴페티치오네의 특징이었던 조각적인 형태와 거리를 두는 대신, 하나의 유기적인 볼륨으로 통합된 디자인은 차량 전체에 일체감을 부여한다. 이로 인해 더욱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한다. 특히 측면 라인은 깔끔하면서도 역동적이다.

페라리 12칠린드리 스파이더 / 포르투갈(리스본) = 성열휘 기자

프론트 윙과 보닛 디자인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윙과 보닛의 라인은 기하학적인 정밀함을 나타내며, 이를 통해 차량의 성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전체 보닛의 깔끔한 라인은 엔진룸을 냉각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개의 환풍구만 제외하고는 물 흐르듯 부드럽다. 근육질의 리어 윙은 위용있는 모습을 드러낸다. 

전면부는 기존 페라리의 상징적인 그릴 대신, 길쭉한 형태의 헤드라이트와 DRL(야간주행등)로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12칠린드리 스파이더는 후면부의 핀(fin) 2개가 만들어내는 대담한 스타일로 인해 12칠린드리와 명확한 차이점을 나타낸다. 핀은 블랙 스크린 효과가 있는 부품 뒤에 장착돼 있다. 이 핀들에 있는 두 개의 평행선이 측면의 디자인을 부각시킨다. 

후면부는 볼륨을 줄였다. 전면부와 일관성을 보이는 테일라이트는 오목한 후면부 전체를 가로지르는 블레이드 형태로 적용됐다. 이러한 디자인은 12칠린드리 스파이더의 진정한 시그니처 테마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리어 스포일러를 채택하는 대신 리어 스크린과 통합된 두 개의 액티브 플랩을 사용, 시그니처 델타(Δ 모양, 그리스 알파벳의 네 번째 글자) 테마로 완성해 독창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반영했다.

전체적으로 하이테크적인 형태와 유기적인 통합이 돋보이는 디자인은 스포티함과 품격을 동시에 보여준다. 디자이너들이 세심하게 고려한 센서와 트윈 테일파이프의 배치는 콤팩트하면서도 강력한 시각적 임팩트를 주며, 페라리 특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발산한다.

페라리 12칠린드리 스파이더 / 포르투갈(리스본) = 성열휘 기자

실내는 전통적인 페라리의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이 묻어난다. 세 가지 레벨로 나누어진 실내는 첫 번째 대시보드 상단에서 도어 패널 트림까지, 두 번째 중앙 영역, 세 번째 운전자와 동승자의 발밑 공간과 시트 부분이다. 각 레벨은 명확하게 구분되며, 색상과 소재의 조합을 통해 듀얼 콕핏 효과를 강조한다. 이로 인해 시트와 이 외 부분이 우아하게 혹은 스포티하게 보이는 효과를 연출한다.

환경을 위해 지속 가능성에도 신경썼다. 65% 재활용 폴리에스테르가 함유된 알칸타라와 같은 지속 가능한 소재를 광범위하게 사용한 것이 그 예다. 손끝이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부드러운 가죽과 고급 알칸타라의 질감은 마치 세심하게 다듬어진 예술 작품 같다.

스타일은 페라리 듀얼 콕핏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레이아웃은 로마와 로마 스파이더, 그리고 푸로산게에 적용된 바 있다. 운전자와 탑승자를 위한 두 개의 모듈로 이뤄진 12칠린드리 스파이더의 캐빈은 거의 대칭적인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놀라운 수준의 편안함과 몰입감 높은 드라이빙을 선사한다.

대시보드는 가로로 길게 뻗어 있는데 상단의 장식적인 부분과 하단의 기능적인 부분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상단에는 운전석 및 조수석 계기판 전용 비너클과 온도 조절 통풍구 전용의 비너클, 이렇게 2개가 눈에 띈다. 색상과 소재의 변화를 통해 대시보드 본체에 의해 분리된 2개의 부분은 확연히 구분된다. 마치 대시보드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경쾌한 느낌을 강화했다.

중앙 터널의 패널은 마치 대시보드로부터 뻗어 나와 연장된 것처럼 보인다. 중앙 터널의 장식 부분에는 대비되는 소재로 부각된 커다란 조각 같은 홈이 있다. 이곳에 팔걸이가 위치해 있는데 금속 테두리로 둘러싸여 있어 다른 부분과의 확실한 경계선을 나타낸다. 터널의 측면 부분은 푹 파여 있어서 다시 한번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재현했다. 또한, 이 부분은 고급스러운 소재로 장식돼 있으며 페라리의 상징적인 게이트 시프트가 위치한 Y자형 금속 요소도 눈에 띈다.

12칠린드리 스파이더는 캐빈 뒤쪽 공간에 접이식 하드톱을 수납하기 때문에 뒷좌석이 없다. 루프 장착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실내 공간은 여유로우며 장거리 여행 시에도 편안하다.

넉넉한 크기의 색조 처리된 글라스 루프도 탑재됐다. 이를 통해 캐빈의 통풍성과 더불어 공간감이 크게 향상됨은 물론 여름과 겨울 모두 최적의 열효율을 보장한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캐빈의 상단 부분과 완벽하게 통합돼 우아하고 세련됐다.

페라리 12칠린드리 스파이더 / 포르투갈(리스본) = 성열휘 기자

12칠린드리 스파이더는 새로운 HMI(Human Machine Interface)를 도입했다. 3개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HMI는 V12 베를리네타의 탑승 경험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모든 주요 기능은 중앙에 위치한 10.25인치 터치스크린 정전식 디스플레이를 통해 제어 가능하다. 이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바로 옆엔 다양한 차량 정보를 보여주는 15.6인치 운전자 디스플레이가 있다. 동승자는 조수석 앞에 있는 8.8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행 경험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어 운전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모든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뛰어나다.

정전식 스티어링 휠도 장착돼 버튼들을 사용하기 편하다. 가죽으로 마감된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좋고, 스포티 시트는 착좌감이 뛰어나다. 실내 곳곳에 적용된 손바느질 느낌의 스티치와 대시보드 오른쪽 상단 12칠린드리 스파이더 배지는 스포티함을 강조하고 운전하는 내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공조 장치와 드라이브 모드 등 버튼도 편리한 위치에 배치해 조작 용이성을 높였다.

또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반의 모바일 연결 시스템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한다. 이 두 시스템은 새로운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중앙 터널에 있는 무선 충전 매트는 간편하게 휴대폰 충전이 가능하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은 버메스터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됐다. 15개의 라우드 스피커로 구성됐으며, 1600W의 강력한 출력으로 어떤 볼륨과 속도에서도 전례 없는 사운드를 선사한다. 사운드의 왜곡을 최소화하는 링 트위터 기술 덕분에 고주파는 맑고 선명하게 재생된다. 강력한 듀얼 코일 서브우퍼는 풍성하고 풍부한 사운드를 내며, 울트라플랫 헤드라이너를 통해 360도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페라리 12칠린드리 스파이더 / 포르투갈(리스본) = 성열휘 기자

시승은 카스카이스 해변에서 길게 뻗은 탁 트인 오션뷰 풍경을 즐기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카보 다 로카까지 와인딩이 이어지는 코스다. 6.5리터 자연흡기 프론트 미드 12기통 엔진은 830cv의 힘을 발휘하며 최대 회전수는 9250rpm까지 올라간다. 특히 2500rpm부터 최대토크의 80%를 발휘해 저속에서도 매우 즉각적인 반응과 레드라인(최대 RPM)까지 끊임없는 파워를 느낄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2.95초, 시속 200km까지는 8.2초다. 최고속도는 시속 340km까지다.

812 컴페티치오네에서 파생된 파워트레인은 슬라이딩 핑거 팔로워 방식의 밸브트레인 등 F1 기술을 차용해 성능 및 기계 효율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흡기식 토크 쉐이핑을 통해 레이싱 엔진을 기반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도 운전하기 쉬운 것이 특징이다.

페라리 12칠린드리 스파이더 / 페라리 제공

공기역학 및 동역학 성능은 첨단 기술을 통해 보다 정교해졌다. 리어스크린에 자연스럽게 통합된 능동적 공기역학 장치는 고성능 주행 상황에서만 작동해 최대 50kg의 추가 다운포스를 생성한다. 296 GTB에 처음 적용된 ABS EVO와 6방향 섀시 다이내믹(6w-CDS) 센서를 탑재한 브레이크-바이-와이어는 보다 정밀하고 강력한 제동력을 제공한다.

특히 6w-CDS는 버츄얼쇼트휠베이스(PCV) 3.0과 사이드슬립컨트롤(SSC) 8.0의 정밀도를 높이고, 기존 대비 예측 정확도와 학습 속도가 10% 향상된 것에도 기여했다.

4륜 독립 스티어링(4WS)과 이상적인 전후 무게 배분(48.3:51.7), 812 슈퍼패스트 대비 20mm 짧아진 휠베이스 등은 차량의 반응성과 제어 능력을 한층 높였다.

차체는 탑승자 뒤 롤바와 B 필러 사이에 알루미늄로 보강된 연결 구조가 포함됐다. 이를 통해 무게를 크게 줄여 결과적으로 무게 중심이 낮아졌다. 운전자와 동승자의 머리 위로 이중 곡률을 적용한 결과, 헤드룸이 넓어져 편안함이 커졌다. 접이식 하드톱(RHT)은 열고 닫는데 14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최대 시속 45km의 속도 내에서 작동 가능하다. 하드톱은 우아하게 개폐되며, 알루미늄을 사용해 다른 루프에 비해 훨씬 가볍다. 루프 존을 완성하는 것은 리어 스크린으로, 높이를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 기능은 루프를 내린 채로 주행하면 뛰어난 편안함을 제공하고, 시속 200km 이상의 고속에서도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다.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S5 또는 굿이어 이글 F1 슈퍼스포츠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다. 시승차에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S5가 장착됐다. 성능, 접지력, 밸런스, 한계 상황에서의 안정성, 내외부에서의 편안함이 향상됐고 소음은 줄어들었다. 또한, 이전 페라리 프론트 엔진 V12 베를리네타 타이어에 비해 롤링 저항(바퀴가 굴러갈 때 발생하는 저항력)이 10% 감소했다.

페라리 12칠린드리 스파이더 / 페라리 제공

시승 내내 웅장하고 강렬한 고주파 엔진 사운드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자유로운 오픈탑 주행이 가져다주는 끝없는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다. 카스카이스 해변의 푸른 물결을 지나며, 차체가 도로와 하나 되는 듯한 느낌이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속도를 올리면 매우 민첩하게 반응한다. 엔진은 언제나 파워풀하며, 핸들링의 정확성은 어떤 구간에서도 완벽하게 나를 믿고 따라온다. 계기판에 나타나는 속도와 회전수는 나를 더욱 속도감에 몰입하게 했고, 고속 주행의 압도적인 안정성 덕분에 자신감이 넘쳤다.

구불구불한 산길로 접어들면, 길의 모서리마다 탄탄한 조향 성능이 빛을 발했다. 고속에서 빠르게 커브를 돌 때마다 차체가 흔들림 없이 도로에 밀착하며, 탁월한 반응성 덕분에 한 치의 오차 없이 차를 컨트롤할 수 있었다.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면 그 반응은 더욱 극대화된다. 시프트 업과 다운이 순식간에 이루어져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주행은 한층 더 역동적으로 변한다. 특히 코너에서의 세밀한 제어는 다이내믹한 주행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며, 속도와 감각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4륜 독립 스티어링과 정교한 무게 배분으로 코너 구간에서 반응은 완벽하다. 운전자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하며 빠져나간다. 카보 다 로카까지 이어지는 이 와인딩 코스는 도로의 변화무쌍한 지형을 따라 어떤 코너도 거침없이 돌파할 수 있게 했다.

카보 다 로카에 도달하는 순간, 산의 절경과 대서양의 푸른 물결이 내 앞에 펼쳐졌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순간의 벅차오름이 가득 찼고,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속도의 즐거움과 페라리의 성능이 결합된 이 주행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슴 뛰는 기억으로 남았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