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멜로무비', 욕심으로 시작…반응 보기 무섭기도"[인터뷰]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무해한 매력으로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는 사람이다. 대중에게 보여지는 최우식은 그런 모습에 가깝다. 해맑고 장난스러운 모습에 허당기까지 겸비한 사람. 혹자는 그런 그를 '웃음 버튼'이라고 말할 정도다.
최우식은 그런 본연 매력을 발휘해 '멜로무비' 속으로 들어갔다. '그 해 우리는'의 이나은 작가와 3년여 만에 다시 만났다. 청춘 로맨스를 다룬 작품 속에서 최우식은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드러냈다. 덕분에 최우식이 아닌 '고겸'은 상상할 수 없다는 반응을 이끌었다.
지난 17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멜로무비'의 주역 최우식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한 최우식은 '멜로무비'와 '고겸'에 대한 애정을 듬뿍 전했다.
Q. '그 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와 재회작이다. '멜로무비'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작가님이랑 일해서 좋았던 기억이 많다. 워낙 작가님의 글을 좋아했는데 사실 바로 (작가님 작품을) 하는 게 고민이 되기도 했다. 요즘에는 화려하고 팡팡 터지는 그런 이야기가 많지 않나. ('멜로무비'는) 그런 작품은 아니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과 사람이 녹아져 있는 관계만 봐도 정말 재밌는 글이어서 더 욕심내서 하겠다고 했다.
Q. 작품 공개 후 시청자 반응도 찾아봤나.
이번에 처음으로 좀 인터넷을 많이 멀리했던 것 같다. 사실 좀 무서웠다. 어떻게 봐주실지 잘 모르겠더라. 촬영을 6개월 했는데, 한 번에 전편이 다 공개되니까 반응을 보는 게 더 무섭게 다가왔다. 이번 작품 하면서는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지 않았나 싶다.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나오는 실시간 톡 같은 걸 봤는데 살짝 기가 죽기도 했다. 조금 (마음이) 시소를 탔다. 그래도 앞으로 '나의 이런 점을 좋아하시는구나. 아니구나' 그런 걸 빨리 캐치해서 성장한 걸 보여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Q. '그 해 우리는' 속 최웅과 '멜로무비' 속 고겸, 두 인물에 차별점을 둔 부분도 있을까.
작가님과 많이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두 캐릭터는) 제가 가져가야 하는 캐릭터적으로도 다른 모습이 있었다. 물론 두 인물이 성향도 다르다. 어떻게 보면 '그 해 우리는' 때 보여드렸던 모습과 조금 다른 면을 '멜로무비'를 통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고겸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더 파보자'라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아무래도 최웅은 눈치를 잘 보고 내향적이었다면 이번에는 한 여자를 향해 직진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인물이다. 현실에 있다면 되게 호기심이 가는 그런 인물로 보이고 싶었다.
Q. 극 중 고겸은 직업이 영화 평론가다. 실제 최우식은 배우로서 항상 평을 받는 입장이지 않나. 반대 입장이 되어 본 소감은 어떤가.
제가 영화를 찍을 때면 평론가님들의 한 줄 평을 기다렸다가 찾아보고 했던 때가 있었다. 아무리 주변에서 좋게 이야기해 줘도 평론가의 좋은 말 한 줄이면 선생님께 칭찬받는 느낌을 받았다. 내 연기에 채점을 받는 느낌이랄까. 이번 작품에서는 반대로 제가 평론을 하는 입장이 되었지만, 평론가로서의 생각보다는 '무비(박보영)'에 대한 감정선에 더 초점을 맞춰서 임했던 것 같다.
Q. 동갑내기 박보영과의 로맨스는 어땠나. 1회 엔딩을 장식한 키스신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저도 동갑내기랑 상대역으로 만난 게 처음이라 되게 즐겁고 편했다. 보영 씨도 그런 것 같더라. 제가 현장에서는 배역과 배역 사이에 눈치 보는 스타일인데, (보영 씨에게는)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고, 제가 잘 모르는 느낌적인 느낌을 보영 씨가 많이 도와줬다. 1회 엔딩에서 전봇대 앞에서 입을 맞추는 장면을 찍는데, 어떻게 다가가고 고개 각도를 어떻게 하고, 이런 걸 감독님과 보영 씨가 이야기하는데 거기서 좀 많이 배운 것 같다.
이후에 모니터를 하는데 모두가 평론가처럼 채점을 하시더라. 그 이후에 경험이 쌓여서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제가 봤을 때는 여태까지보다 어른스럽게 나온 것 같아서 되게 만족스럽다.
Q. 전작에서 만난 김다미, 그리고 이번에 호흡한 박보영 두 배우와의 현장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
공통점을 꼽자면 저희 셋 모두 MBTI 맨 앞자리가 'I'다. 기본적으로 낯가림이 있다. 다른 점은 다미는 진짜 생각이 많다. 그런데 저도 생각이 많은 편이고 감독님도 그래서 '그 해 우리는' 현장은 모두가 생각이 많았다. 이번 현장을 경험하니, 보영 씨는 답이 있더라. 어떻게 해야 시너지가 잘 나올지를 안다. 어쨌든 시간만 따져봐도 보영 씨가 저보다 엄청난 선배이기 때문에 걸크러시 같은 모멘트를 느끼기도 했다. 또 제가 풀이 죽어 있거나 고민에 빠져 있으면 보영 씨는 제 고해성사를 받아주는 관계였다. 제가 우왕좌왕하는 걸 많이 잡아주셨던 것 같다.
Q. 이번 작품에서도 교복을 입었다. 10대부터 20대, 30대 고겸의 모습을 직접 소화했는데 어땠나.
아마 이번 작품이 고등학생이 되는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어떻게 보면 행복한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보는 분들이 괜히 이입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학생 연기를 하는 저는 너무 재밌었다. 고등학교 교복 입으면 그때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 않나.
Q.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글로벌 배우가 됐다. '기생충' 때의 최우식과 지금의 최우식은 어떻게 다를까.
아직까지는 똑같은 마음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그때랑 다른 점은 그래도 조금은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기생충' 때는 크레딧 올라갈 때 '조금만 더 잘할걸. 그때 왜 그렇게 했지' 하는 생각에 자리에서 못 일어났던 거로 기억한다. 욕심이 많다 보면 잘할 것도 못할 때가 있더라. 욕심을 내려놓고 하면 희한하게 더 잘된다. 이제는 생각을 편하게 하는 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나갈지 그걸 배워가고 있다.
Q. 만약 이나은 작가가 배우에게 세 번째 러브콜을 보낸다면?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작가님 작품을) 다시 하고 싶다. 함께 했을 때 즐겁고, 작가님이 쓴 글에 담긴 메시지들이 제 마음을 콕콕콕 찌르는 게 있다. 작가님 성향도 잘 알고, 좋은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건 되게 의미가 있다. 이번에 제가 잘했어야 세 번째 기회가 올 텐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또 너무 바로 이나은 작가님 차기작에 나오면 좀 그러니까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다시 같이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