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유리 "'오겜2' 리스펙으로 가득한 현장…직업 만족도 최상"
"매번 촬영하면서 계속 곱씹은 생각이 있다. '이 기회가 흔치 않다'는 거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수 있으니 이 감정과 순간을 기억하자라는 마음이었다. 당연한 일이 아니니 잊지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촬영에 임하려고 했다."
조유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를 통해 배우 수식어를 제대로 얻었다. 누구도 신뢰할 수 없다는 반항적 눈빛을 가진 미혼 임산부 '준희' 역으로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오징어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 극 중 조유리는 잘못된 투자 정보를 믿었다가 거액을 잃고 게임에 참가하게 된 명기(임시완)의 전 연인 '준희' 역을 맡았다.
지난 2021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오징어게임'은 후속편 캐스팅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큰 관심을 받았다. 그중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 솔로 가수 조유리의 합류 소식은 의외였다. 캐릭터에 대한 스포일러가 전혀 없던 상황이기 때문에 그가 어떤 역할을 소화할지 추측이 오갔다. 캐릭터가 공개된 후에는 더 놀라웠다. 만삭의 몸으로 잔혹한 게임에 참여한 미혼모라니. 앞서 웹드라마 '미미쿠스', 티빙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2'에서 연기를 선보였던 조유리의 파격적인 변신이 기대됐다.
작품이 공개되자, 조유리는 아기자기한 비주얼 속 반전 매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헤어스타일에 잡티 낀 민낯, 만삭 배를 숨기려 오버사이즈 옷을 입고 있는 모습에서는 가련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 속에서 아이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느껴지는 거친 눈빛까지 유려하게 표현하며 호평을 이끌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조유리는 작품과 캐릭터가 사랑받고 있어서 정말 기쁘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작품 공개되고 댓글을 많이 봤는데 이 작품으로 저를 처음 알아봐 주신 분들도 많더라. 작품으로 저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기뻤다. '오징어게임' 나온 친구구나 하고 제 노래도 들어봐 주실 수도 있으니 (배우와 가수) 두 부분에서 좋은 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징어게임2' 공개 후 조유리의 SNS 팔로워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대중분들께서 제 어떤 부분을 좋아해 주시는지 저도 너무 궁금하다"라며 미소 지은 조유리는 "관심을 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고 꿈 같다. 아마 뱃속에 아기가 있는 다이내믹한 상황 속에 있는 준희라는 인물이 측은지심을 일으킨 것 아닌가 예측해 본다"라고 말했다.
조유리는 가수 활동 중에도 꾸준히 배우로서 노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각종 오디션을 보며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간이 있었다. 그 간절함이 전해졌던 건지, 조유리는 무려 4차에 걸친 '오징어게임2'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해 배역을 따냈다. 조유리는 "이 작품이 너무 하고 싶었고 간절했다. 그런 제 마음이 '아이와 함께 게임에서 나가야겠다'는 준희의 마음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독기 가득한 눈빛이 비슷했다고 느끼셔서 뽑아주신 것 아닌가 싶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조유리의 눈빛은 대선배 이병헌도 칭찬할 정도였다. 조유리는 이병헌의 칭찬을 듣고 "아주 짜릿했다"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어 "당시에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는데, (이병헌) 선배님이 제 앞에 앉아 계셨다. 갑자기 휙 돌아보시면서 '너 눈빛이 좋더라'라고 해주셨다. 제가 배를 만지면서 '저도 이 팀에 끼워주세요'하는 신이었다. 선배님들과 거의 처음 함께하는 신이라 긴장을 되게 많이 했는데 첫 신 찍고 나서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더 감사한 마음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촬영할 때도 너무 감사했고 인터뷰에서도 따로 제 이야기를 해주셔서 정말 기뻤다. 아주 존경하는 선배님께 칭찬을 듣는다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짜릿한 일이라 기사를 캡처해서 갤러리에 보관도 해뒀다"라고 말했다.
'222번 참가자' 준희는 전 남자친구의 권유로 잘못된 투자를 한 후 모든 것을 잃고 게임에 참가했다. 그 안에서 전 남자친구이자 아이 아빠 '명기'(임시완)과 재회했다. 준희는 명기를 벌레 보듯 하면서도 그가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조유리는 극 중에 드러나지 않는 준희의 전사를 차근차근 만들어가며 캐릭터에 동화됐다.
"준희의 마음이 너무 힘든 상태였기 때문에, 촬영이 끝나고 숙소에 갈 때까지 그 마음 아픔이 이어져서 힘들기도 했다. 몰입이 안 돼서 힘든 건 전혀 없었다. 준희가 남편도, 돈도 없는데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이유가 뭘까 생각하면서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산모 캐릭터이기에 비주얼부터 움직임까지 준비할 것이 많았다. 주변의 조언을 듣고 또 하나하나 확인하며 강인한 엄마 준희를 만들었다. 보통의 산모라면 점점 체중이 늘 테지만, 준희는 배만 가리면 전혀 산모로 보이지 않을 만큼 왜소한 모습이다. "준희가 살찔 정도로 행복한 임산부인가 생각했을 때 아닌 것 같았다"라며 오히려 체중을 감량하는 쪽을 택했다는 조유리의 말에서 꼼꼼한 해석력을 엿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제가 임신해 본 적이 없다 보니까 임신을 경험한 분들이 제 연기를 봤을 때 어색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 가장 컸다. 그래서 준희의 설정을 세세하게 만들었다. 임신을 경험한 분들께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여쭤보기도 했고 특히 엄마에게 가장 많이 물어봤다. 임신을 하면 어디가 어떻게 아프고, 감정 변화를 어떻게 겪는지, 혹은 임산부들이 하는 습관도 물어봤다. 쭈그려 앉는 건 어느 정도로 되는지 몸을 숙일 수 있는지 뛸 수 있는지 다 물어보고 컨펌을 받았다. 그렇지만 너무 임신에 익숙한 느낌이 나면 안 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배제하기도 하면서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준희는 출산이 임박해있다는 설정이었다. 배에 쿠션을 착용해 나온 배를 만들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느낌을 살리려고 거친 피부와 푸석한 머리도 일부러 했다. 임신하면 기미가 올라온다고 해서 그런 비주얼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또 제가 입술이 아주 잘 트는 편인데 (준희의 비주얼을 위해서) 립밤을 바르지 않고 자기도 했다.(웃음)"
대작에 참여한 조유리는 매 촬영 현장이 신기하기만 했다. 모니터링할 때면 "내가 이 선배님들과 함께 나오다니 신기하다는 마음으로 돌려보게 됐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선배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됐다는 조유리는 나중에 선배가 됐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선배님들께서 너무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압박감이나 부담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옆에서 보고, 촬영이 없는 순간에서 함께 대기하면서 모든 순간이 배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쉴 때는 이렇게 쉬시는구나. 촬영 준비는 이렇게 하시는구나 싶어서 제 입장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도 신기하게 보였다. 정말 리스펙하면서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다."
조유리는 아이 아빠 '명기' 역의 임시완과의 케미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저는 시완 오빠와의 케미가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 시완 오빠가 현장에서 엄청 많이 챙겨주셨다. 제가 연기 경험이 많이 없어서 서투른 부분이 있었을 텐데, 시완 오빠가 저를 대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선배가 되면 오빠처럼 후배를 대해줘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를 통해 그룹 아이즈원으로, 이후 솔로 가수로 활동했지만 조유리는 학창 시절 연극부를 할 만큼 연기에도 애정을 가져왔다. 앞으로도 두 가지를 병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조유리는 "직업 만족도가 매우 높다"라며 "하나에 치중하지 않고 둘 다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욕심을 드러냈다.
'오징어게임2'를 통해 배우로 본격 도약한 조유리는 올해 신보를 내고 가수로도 컴백한다. 가수 겸 배우로 더욱 입지를 다져갈 조유리의 행보는 어떨지 기대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