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분야에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은 진단 정확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추가 검사를 줄이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을 활용해 요추 척추관 협착증을 진단하는 AI 프로그램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준우, 이영준 교수팀은 복부 CT를 활용해 요추 척추관 협착증을 진단하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요추 척추관 협착증은 요추 부분의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수나 신경근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60세 이상 중 약 30%에게 발병되며, 고령일수록 발병률이 높다. 주된 증상은 허리 통증과 다리·엉덩이 저림이고 심하면 하반신을 조절하는 신경 기능이 손상되어 배뇨·배변 문제까지 나타날 수 있다.

요추 척추관 협착증의 증상은 보통 보존적인 치료로 호전되는 질환인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과 유사해 증상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아울러 진단을 위해서 주로 MRI를 사용해야 하는데, 신체에 ‘척추 신경 자극기’나 ‘심박 조율기’ 등 금속을 이식한 환자에게는 사용이 제한돼 요추 CT를 촬영해야만 했다.

연구팀은 복부 CT와 요추 CT를 촬영한 109명의 환자 정보를 활용해 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복부 CT는 척추 질환 외에도 임상 검사를 위해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검사법으로 MRI보다 저렴하고 금속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환자의 CT를 분석하고 요추 내 경막낭이 100㎟ 이하라면 ‘협착’으로 자동 분류했다. 그 결과 복부 CT를 활용하는 알고리즘의 진단 정확도는 84%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요추 CT를 보고 진단하는 수준과 유사했다. 특히 중증 척추관 협착의 진단 정확도는 85% 이상으로 매우 높았으며, CT로 진단하기 어려운 무증상·경증 요추 척추관 협착증도 진단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국제근골격학회(International Skeletal Society)가 발행하는 공식 논문집 ‘근골격계 방사선학(Skeletal Radiology)’에 게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준우 교수는 “복부 CT는 복부와 내장 기관을 검사할 때 활용되는 가장 흔한 영상 검사이자 척추 부위도 함께 촬영된다는 것에 착안해 개발했다”며, “이를 활용한다면 복부 CT만으로도 간단하게 요추 척추관 협착증을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상의학과 이영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 프로그램이 영상의학과 전문의 수준에 근접한 정확도로 요추 척추관 협착증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한 것”으로 ”요추 척추관 협착증 외에도 척추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아우르는 통합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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