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 윤리는 기술이 아닌 인간에 달렸다”
인공지능(AI)은 가히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대의 삶을 바꾸고 있다. 우리는 생활 전반의 많은 부분을 AI가 접목된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의료 진단에서부터 자율주행 자동차, 개인화된 교육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은 놀라운 성과를 보이며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 그늘에는 프라이버시 침해, 편향된 알고리즘, 일자리 감소 등 윤리적 딜레마와 사회적 우려 또한 존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올바른 AI 윤리에 관한 수많은 가치관과 의견 제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논의 이전에 정작 중요한 질문이 간과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AI 윤리에 앞서 인간의 윤리는 제대로 확립되어 있는가.
우선 ‘윤리’와 ‘Ethics’는 개념적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어에서 ‘윤리(倫理)’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로 정의된다. 이는 인간 전체의 도덕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을 강조하고, 개인보다 공동체의 조화와 질서를 중시한다.
반면, 서양의 ‘Ethics’는 그리스어 ‘Ethos’에서 유래하여 개인의 습관이나 성품을 의미하며, 국가, 문화,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문맥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윤리가 보편적이기보다는 상대적이며, 다양한 가치관과 철학적 관점에 의해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기술의 발전이 윤리적 고민 없이 이루어졌을 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 사례가 많다. 예컨대 산업혁명 시기 아동 노동과 노동 착취, 핵기술의 군사적 활용으로 인한 인류 위협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윤리적 가치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한국적 관점에서의 ‘윤리’는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공동체의 이익과 조화’를 우선시한다. 이는 기술 발전이 인간성의 회복과 사회적 선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의 출현 이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으로 AI 윤리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AI 법안 발의, OECD의 AI 권고사항, 미국의 AI 이니셔티브 등 국제 사회는 AI 윤리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모두 서구의 철학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윤리와 서양의 ‘Ethics’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수출 의존형 국가인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국제 규범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구의 규범을 무작정 따르기보다 우리의 고유한 가치와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AI 기술이 한국 사회의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 맞게 활용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수적이다.
AI 알고리즘은 개발자의 결정과 데이터에 기반하며, 이는 그 사회의 윤리적 가치관을 반영한다. 우리의 윤리를 기반으로 한 AI 개발은 공동체의 조화와 인간관계의 도리를 중시하여, 기술이 사회적 선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편향과 차별을 방지하고 모든 구성원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AI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윤리적 판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우리는 우리의 윤리를 재정립하고 강화함으로써 AI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 기관에서는 전통적인 윤리 교육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여 가르치고, 기업과 정부는 우리의 가치관을 반영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AI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모두 인간이다. 따라서 AI 윤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다. 우리의 윤리를 기반으로 AI를 개발하고 활용할 때, 기술은 비로소 사회적 선을 추구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어쩌면 AI는 자체의 윤리 기준보다 우리의 윤리적 판단에 달려 있음을 인지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윤리의식을 먼저 세우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AI 시대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서구의 규범을 참고하되, 우리의 윤리적 가치와 철학을 중심에 두고 AI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성과 공동체의 조화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