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청룡영화상' 영광의 수상자들 / 사진 : 스포츠조선 제공

명불허전 '청룡영화상'이었다. 영화인들의 축제는 변함없이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뭉클하고, 때로는 눈물짓게 했다. 아마도 그 에너지가 있기에, '위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한국 영화계도 끝이 아닌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제45회 청룡영화상'은 김혜수의 바통을 받아 배우 한지민, 이제훈의 진행으로 진행됐다. 한지민과 이제훈은 나란히 무대에 올라 "청룡영화상의 MC를 맡은 한지민, 이제훈이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기대보다는 설렘과 서로를 향한 신뢰를 보여주는 오프닝이었다.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사진 : KBS2 '청룡영화상' 캡처

신인감독상을 시상하기 위해 배우 박정민, 조우진이 무대에 올랐다. 영화 '하얼빈'에서 활약한 두 사람은 남다른 티키타카를 펼치며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신인감독상의 수상자가 적힌 봉투를 펼치자, 박정민은 "제가 발표하면 안 돼요?"라며 봉투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라며 조현철의 이름을 불렀다. 조현철과 박정민은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사이다. 박정민은 과거 '아는 형님'에 출연해 "조현철과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걔는 그때부터 천재였다"라며 "연출에서 연기과로 전과한 가장 큰 이유가 (조)현철이다. 대학교 2학년 때 만든 단편 영화가 있는데, 학교 규정상 2학년 때 만든 영화는 영화제에 출품을 못 하는데 너무 잘 만들어서 출품하게 해줬다"라는 에피소드를 전한 바 있다. 조현철은 수상소감을 전하며 자신의 첫 장편영화 '너와 나'에 특별출연해 준 박정민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지겠습니다."

사진 : KBS2 '청룡영화상' 캡처

영화 '서울의 봄'으로 최다관객상을 받은 후, 김성수 감독과 배우 황정민이 소감을 전한 뒤 마지막으로 소감을 전하던 정우성이 이야기했다. 그는 "'서울의 봄'과 함께했던 모든 관계자에게 저의 사적인 일이 영화에 오점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라고 '혼외자 스캔들' 이후 첫 공식 석상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또한, 저에게 사랑과 기대를 보내주셨던 모든 분에게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립니다. 모든 질책은 제가 받고, 안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다할 것입니다"라고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소감을 전했다.


"'너 사탄 들렸어?' 하셨는데,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다"

사진 : KBS2 '청룡영화상' 캡처

영화 '베테랑2'에서 빌런 연기로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남우조연상의 주인공이 된 정해인이 소감 중 이야기했다. 그는 '베테랑2'에서 배우 황정민과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2년 전 '청룡영화상'에서 시상자로 함께 등장했고, 황정민은 당시 화제가 된 OTT 시리즈 '수리남' 속 대사인 '너 사탄 들렸어?'라는 말을 정해인에게 했었다. 그 말처럼, 정해인은 '베테랑2'에서 사탄 들린 듯한 빌런 선우 역으로 큰 호평을 받으며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게 됐다. 정해인은 "(황정민) 선배님이 제게 '너 사탄 들렸어?'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무래도 그랬던 것 같다. 선배님과 함께 촬영장에서 치열하고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그래도 선배님 덕분에 버텼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애정과 존경을 담아 이야기했다. 또한 정해인은 "올해가 용의 해인데, 제가 용띠다. 그래서 제게 큰 행운이 온 것 같다. 다음 용의 해에도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저답게, 꿋꿋하게 노력하겠다"라며 '용'한 소감을 마무리 지었다.

"다시 상을 받게 된다면 멋지게 받고 싶었다. 얍!"

사진 : KBS2 '청룡영화상' 캡처

영화 '로기완'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상희가 무대에 올라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높게 들어 올리며 인상 깊은 한 컷을 만들었다. 그는 "저는 연기를 한 번도 관두고 싶었던 적이 없다. 내가 너무 싫을 때도, 연기가 너무 마음에 안 들 때도, 현장에 가기 싫을 때도, 앞이 안 보일 때도 너무 다행스럽게 지금까지 지독하게 연기를 짝사랑하고 있다"라고 진심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아빠 내일 회사 가서 자랑하세요. 그리고 자판기 커피 사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재치 있는 한 마디를 덧붙이며 소감을 마무리 지었다.

"김고은, 당신이 한국 배우라서 너무 기뻐요."

사진 : KBS2 '청룡영화상' 캡처

영화 '파묘'로 감독상을 받은 장재현 감독이 결국 눈물을 떨구었다. 그는 김성수 감독(서울의 봄), 류승완 감독(베테랑2), 김태용 감독(원더랜드), 이종필 감독(탈주)이라는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에 무대에 올라 "학교 다니면서 영화를 배울 때 김성수 감독님, 류승완 감독님, 김태용 감독님의 영화, 그리고 이종필 감독님의 단편영화를 보며 꿈과 야망을 키웠다. 그런데 이렇게 후보로 같이 오른 것만 해도 참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 상을 받으니까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격려라고 생각하고 기쁘게 받겠다"라고 존경을 담아 말문을 열었다. 이어 "너무너무 귀여우면서 정말 기막힌 연기를 해주시는 유해진 선배님, 지금 군 복무 중인 너무나도 멋진 이도현 배우님, 진짜 존경하는 김고은 배우님. 당신이 한국 배우라서 너무 기뻐요. 그리고 오늘 같이 오자고 했는데, 긴 시상식 동안 니코틴 부족이 견딜 수 없다며 땡땡이친 한 분이 계신다. 가끔은 밥차 사장님처럼 어떨 때는 친구처럼, 파묘의 부적 같은 최민식 선배님과 이 영광을 함께하고 싶다. 감사하다"라고 '파묘' 속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고, 이를 지켜보던 김고은 역시 객석에서 눈물을 보여 훈훈함을 더했다.

"모든 분이 주연상감…존경하는 아내, 김미혜 씨에게 이 영광을"

사진 : 스포츠조선 제공

배우 황정민이 영화 '서울의 봄'으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과거 '너는 내 운명'으로 처음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계속 회자되는 '밥상' 소감을 전한 그는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고 아내의 이름을 외쳤다. 황정민은 "한참 연기하고 시작할 때였는데, '나도 저런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까?'라고 아내에게 물어봤는데 저에게 '당연히 받을 수 있다'라고 큰 용기를 줬다.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남우주연상을 여기에서 세 번이나 받게 된다. 감사하다. 지금 연기를 시작하려고 하는 분들, 연기를 사랑하는 분들,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모든 분 주연상감이다. 열심히, 열심히, 끝까지 놓치지 말고 계속하셨으면 좋겠다. 영화가 많이 제작이 안 되고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 영화는 늘 우리 곁에 살아 숨 쉴 거예요"라며 배우들과 영화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전했다. 이어 '서울의 봄'에서 함께한 김성수 감독님과 정우성, 박해준, 이성민 등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제가 배우랍시고 그나마 서 있게 해준 제 아내, 존경하는 아내 김미혜 씨에게 이 상의 영광을 돌리겠다"라며 소감을 마무리 지었다.

"앞으로 청룡과 함께하는 장면을 멋지게 채워나가겠다."

사진 : KBS2 '청룡영화상' 캡처

'제45회 청룡영화상'의 진행자석에는 30여 년 동안 함께했던 김혜수가 아닌, 새 얼굴 한지민과 이제훈이 자리했다. 두 사람은 다소 긴장된 얼굴로 첫 등장해 인사를 전했다. 이후 조금씩 긴장이 풀려갔고, 이제훈은 시상자로 등장한 조우진, 박정민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최우수작품상까지 모든 수상이 마무리된 뒤, 첫 MC 소감을 전했다. 한지민은 "'청룡'의 새 얼굴 저 한지민과 이제훈과 함께한 청룡이 어땠는지 모르겠다. 미흡한 점이 많았을 텐데 애정 어린 마음으로 봐주셨기를 바란다. '청룡' MC 자리를 결정하고, 그 전통과 무게감을 잘 알기에 밤잠을 설쳤다. 그런데 진심 어린 모습을 보니 걱정은 잊히고 감동만 남았다. 한국 영화의 찬란한 순간에 같이 하게 돼 기뻤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또한 "앞으로 청룡과 함께하는 장면을 멋지게 채워나가겠다"라며 이제훈과 함께 끝인사로 "여러분, 행복한 밤 보내세요"라고 인사했다. 처음 나선 자리를 성공적으로 이끈 행복감이 담겨있었다. 앞으로의 청룡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제45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이후 수상자(작)이 탄생했다. △ 신인상 : 노상현(대도시의 사랑법), 박주현(드라이브) △ 신인감독상 : 조현철(너와나) △ 최다관객상 : 영화 '서울의 봄' △ 청정원단편영화상 : 송지서(유림) △ 청정원인기스타상 : 구교환, 정해인, 임지연, 탕웨이 △ 남우조연상 : 정해인(베테랑2) △ 여우조연상 : 이상희(로기완) △ 감독상 : 장재현(파묘) △ 각본상 :  조현철(너와 나) △ 음악상 : 프라이머리(대도시의 사랑법) △ 촬영조명상 : 이모개, 이성환(파묘) △ 편집상 : 김상범(서울의봄) △ 미술상 : 서성경(파묘) △ 기술상 : 장한승, 유상섭(베테랑2) △ 남우주연상 : 황정민(서울의봄) △ 여우주연상 : 김고은(파묘) △ 최우수작품상 : 서울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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