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미 800곳에서 사용, 한국판 ‘AI 에이전트’의 정체
정민규 채널코퍼레이션 AI 팀장 인터뷰
AI 에이전트 물결에 앞서 채널톡 서비스에 기술 탑재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바람이 불고 있다. AI가 이미지와 텍스트를 생성해 보조하는 ‘생성’ 단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행동’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여기서 꼽히는 용어는 바로 ‘에이전틱(Agentic AI)’다.
에이전틱 AI는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새로운 범주의 생성형 AI다.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지속 학습하고 분석해 행동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율’과 ‘행동’이다.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의사결정을 하며 행동한다. 대표 기술로는 ‘AI 에이전트’가 있다. 업무나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하는 AI를 뜻한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을 대신해 여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일례로 여행 일정을 대신 세워주고 이와 관련한 숙소 예약 등을 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영업 사원을 도와 잠재 고객과 소통하고 질문에 답하며 고객 문의를 관리할 수 있다. 영업 담당자의 미팅 일정도 조율해 준다. AI 분야에서 계속 언급됐던 ‘AI 비서’가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이미 시작됐다. 구글은 지난 8월 ‘제미나이 라이브’를 선보이며 AI 에이전트의 시작을 언급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이그나이트 2024’에서 AI 에이전트 생성 프로그램 ‘코파일럿 스튜디오’를 정식 출시하고 MS 이용자를 대상으로 AI 에이전트를 처음 선보였다. MS의 모델은 일일이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마이크로소프트365, 다이내믹스365 등 업무용 소프트웨어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했다. 세일즈포스는 로우코드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업무에 필요한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는 ‘에이전트포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출판사 ‘와일리’, 쇼핑 브랜드 ‘삭스(Saks)’, 식당 예약 플랫폼 ‘오픈테이블’ 등은 에이전트포스를 통해 이미 AI 에이전트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이미 활용되고 있는 AI 에이전트가 있다. 채널코퍼레이션에서 개발해 자사 서비스 ‘채널톡’에 접목한 ‘알프’다.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집사 ‘알프레도’의 첫 두 글자 이름을 따온 이 AI 에이전트는 고객들의 단순 문의 처리부터 상담원 상담 종료 후 문의 응대, 고객 재방문, 예약 처리 등의 업무를 대신해 준다. 이미 유명 브랜드와 테마파크, 쇼핑몰 등 800개 기업에선 알프를 사용 중이다. 대표 고객사로는 여성 속옷 쇼핑몰 ‘베리시’, 종합 헬스 및 웰니스 플랫폼 ‘온누리스토어’,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 ‘스티비’, 뷰티 브랜드 ‘VT코스메틱’ 등이 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사용되면서 한국판 AI 에이전트의 수출 개척 역사도 쓰고 있다.
그렇다면, 채널톡에 쓰이는 알프는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AI 에이전트 알프 개발을 이끈 정민규 채널코퍼레이션 AI 팀장을 만났다. 정 팀장은 2023년 5월 채널코퍼레이션에 합류해 채널톡 AI 탑재를 이끄는 인물이다. 이전에는 네이버에서 클로바 스피치 자연어처리(NLP) 팀 리드로 근무하며 클로바노트의 음성인식 모델과 NLP 모델 개발을 담당했다.
- 채널톡에 AI 에이전트 알프가 탑재됐다.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알프는 상담원을 대신해 직접 답변을 할 수 있고 이를 넘어 요약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일례로 고객이 ‘배송을 취소해 달라’는 상담을 하면, 상담원 대신 안내를 하면서 해당 배송을 취소할 수 있다. 기존 챗봇이 정형화된 답변만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발전하면서 그나마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챗봇 기술이 발전했다. 알프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직접 행동도 한다. 당연히 실제 사람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요약도 해주는 기능도 갖췄다.”
- 기존 생성형 AI 기반 챗봇 서비스와 다른 점은 행동 같다.
“맞다. 우리는 고객이 챗봇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해 주고 싶었다. 생성형 AI에 관한 고객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자동화에 관한 얘기도 많이 되고 있어서 고객들이 AI의 순기능을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 기술을 구현하긴 어렵다. 내부적으로 배송 취소를 했을 때 여러 단계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에 접근해야 하고 복잡하다. 고객사마다 쓰는 시스템이 다 다른 것도 문제다. 우리는 채널톡에 이를 연동해 실제로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 유아이패스나 세일즈포스 등의 기업들도 고객들의 AI 에이전트 활용을 돕고 있다.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장점은 ‘채널톡만 쓰면 된다’이다. 우리는 채널톡 내에 AI 기능을 하나로 다 연동해 제공한다. 어떤 AI 기능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를 별도로 구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채널톡을 사용하면 다 이용할 수 있다. 참고로 채널톡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제공된다. 일반 구축형으로 AI 챗봇이나 에이전트 기능이 제공되려면 하나씩 다 구축해야 한다. 고객센터 AI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데이터가 필요하고 인력도 투입된다. 우리는 하나를 만들어 여러 기업이 공통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도 저렴하고 설치도 쉽다.”
- 알프가 어떻게 동작하는지도 궁금하다.
“AI 에이전트의 특징 중 하나는 자율적으로 필요한 자료를 찾아 사용한다는 점이다. 알프는 기업에서 쓰는 데이터를 문서와 FAQ 형식으로 저장해놓으면 따로 학습하지 않아도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초기 구축 시간과 기능이 크게 들지 않는다. 고객사가 사용하기 쉽도록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구축해 800여 개 고객사가 만족하고 사용 중이다.”
- 고객사들의 평가는 어떠한가.
“우선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는 평가가 많다. 상담원이 개입해야 하는 업무 중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기업은 불필요한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직원들도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또 알프는 24시간 휴가 없이 일할 수 있다. 상담사가 겪는 악성 민원 대응에도 알프는 감정 변화 없이 대응할 수 있다. 고객사는 이러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준다.”
- AI는 세일즈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많은 고객이 알프를 사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채널톡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객들은 채널톡을 통해 단순 문의를 줄이는 것을 체험했다. 알프와 같은 AI는 여기에 더 편의성을 가져올 수 있는 기능이다. 채널톡으로 효율을 경험한 고객들은 AI가 가져오는 효과에 더 개방적이었다. 우리는 채널톡에 AI를 탑재해 유료 서비스를 제공해 판매하는 전략을 이용했다. 채넡톡 고객사가 17만 개사이기 때문에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AI 기업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점이 있었다.”
- 일본에서도 매출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있다. 알프도 일본에 수출되는가.
“ 채널톡은 현재 한국, 미국, 일본 포함 총 22개국에서 약 17만 개 이상의 고객사가 사용하며 매월 7000만 건 이상의 상담이 발생하고 있다. 회사 매출 25%는 일본에서 발생한다. 알프는 이 채널톡에 탑재됐다. 국내에 알프를 출시할 때 일본에도 동시 출시했다. 당연히 일본에서도 알프가 사용되고 있다.”
- 파운데이션 모델은 어떤 제품을 사용하나.
“주로 GPT를 이용한다. 물론 여러 컴포넌트가 있고 상호작용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다양한 모델을 사용한다. 내부적으로 여러 모델과 구조를 실험하며 우리에게 적합한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 네이버에서 클로바노트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 음성 분야에도 관심이 있을 것 같다.
“보이스 AI 개발에도 관심이 있다. 텍스트 기반 안내가 아닌 음성으로 안내하고 행동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현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빠른 기간 내 제품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음성 분야에선 해결해야 할 분야가 있다. AI가 너무 아나운서처럼 얘기하면 딱딱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람 같은 음성을 구현해야 하고, 응답속도도 빨라야 한다. 현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확보하고 있다.”
- AI 거품설도 간혹 들린다. 적자인 기업들이 많아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에서 근무한 전문가로서 어떤 입장인가.
“기술도 유행을 타는 것이 있고 아닌 것도 있다. AI 기술은 유행을 타는 다른 기술과 다르다. 기술 도메인이 한정돼 있지 않고 여러 산업과 융합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또 AI는 앞으로 인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금 AI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인류에 좋은 기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모든 AI 개발자가 그럴 것으로 본다. 채널코퍼레이션만 봐도 알프를 만들면서 AI 안전성을 크게 중요시했다. AI가 직접 고객을 상대하고 답변하기 때문이다.”
- 앞으로 AI 사업을 하면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네이버에서 채널코퍼레이션에 오면서 좋았던 점은 실제 고객들을 만나며 반응을 볼 수 있는 점이었다.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점이 AI 개발에 큰 동력을 얻었다.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고 고객들의 요구사항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고객들과소통하며 고객 상담을 하는 산업에서 하나의 ‘AI 표준’을 만들고 싶다. AI 기술력은 빅테크를 추월하긴 어렵다. 하지만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발굴하고 이에 맞춰 서비스하며 AI 활용을 이끄는 것은 선도할 수 있다. 시장이 원하는 AI를 안전하고 잘 만들어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