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넷플릭스 제공

오랜만에 사극 대작이 온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등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기대감을 모은 영화 '전란'이다. 작품은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집합, 여기에 신철 작가, 박찬욱 감독의 각본과 김상만 감독의 연출로 화려한 '작감배(작가, 감독, 배우)'를 완성했다.

1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호텔에서 넷플릭스 영화 '전,란' 제작보고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김상만 감독을 비롯해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정성일이 참석했다.

'전,란'은 전쟁을 뜻하는 단어 사이에 쉼표가 들어간 제목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김상만 감독은 "전란이라는 단어가 전쟁을 의미하지만, 이 영화는 시대상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전쟁과, 그 이후 결과로서의 난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 쉼표가 필요했다"라며 "'전,란'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종려와 몸종이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키워나가다 전란을 겪으며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전,란'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넷플릭스 공개 전 베일을 벗었다. 부산에서 첫 선을 보인 소감을 묻자, 강동원은 "주변 분들도 그렇고 관객분들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일부러 '전,란'을 안 본 상태로 부산에서 첫 관람을 했다며 운을 뗀 박정민은 "이전에 기회가 있었음에도 '안 본 눈' 상태로 부국제 개막식에서 처음 영화를 봤다. '여기 와서 보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적으로 아주 좋게 봤다. 작품이 아주 멋있었고, 이 영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우정을 나누다 적이 된 강동원과 박정민. 두 사람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으로 분해 케미를 선보인다.

오랜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강동원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시나리오를 꼽았다. 그는 "'전,란' 시나리오는 기존 영화 시나리오와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었다. 인물 구도나 각자의 스토리가 묻어나 있다. 보통 영화는 시간이 짧으니까 주인공 위주로 흘러가는데 이건 여러 개인 스토리가 잘 흘러가서 좋게 다가왔다. 정통 사극이지만 또 되게 무던한 지점도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기존에 보여준 모습과 달리 산발 머리에 수염까지, 거친 천민을 표현한 강동원은 "처음으로 노비 역할이 들어와서 좋았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저는 노비 역할을 잘해낼 자신이 있었다. 원래 양반할 때 더 불편한 사람이다. 도련님을 잘 모셔봐야겠다 생각했고, 정민 씨랑도 '천박사' 때 워낙 짧게 만나서 언젠가 같이 (연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되게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를 듣던 박정민은 "처음에 동원 선배님이 제 몸종 역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역할의 전복이 생겨서 재밌겠다' 싶었다. 그렇게 혼자 생각했는데, 왜 남들까지 그렇게 생각하나 싶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약간 서운했다"라며 "한 지인은 '우리 동원 오빠는 그럴 수 없다'라고 저에게 따져 묻기도 하더라. 여러모로 '이 정도면 화제는 되겠구나' 싶었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전,란'을 통해 처음으로 검술 액션에 도전한 박정민은 부담과 함께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정민은 "강동원 선배님이 그동안 훌륭한 검술을 많이 보여주시지 않았나. 사실 그래서 부담이 많이 됐다. 시간이 될 때마다 액션 스쿨에 가서 준비를 많이 했다. 촬영 중간중간에도 연습하면서 찍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동원과의 액션 호흡에 대해 "호흡은 정말 좋았다. 초반에 두 캐릭터가 우정을 쌓는 장면을 먼저 찍고 난 후에 촬영이 거듭되면서 필요한 감정들이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다 선배님 덕인 것 같다"라며 "제가 '감독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존경하는 분이다"라고 강동원에 대한 남다른 신뢰를 드러냈다.

차승원은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난세의 군주 '선조'로 분한다. 차승원은 '전,란'에 참여한 이유로 배우들의 조합을 꼽았다. 그는 "천민이 강동원 씨고, 양반집 자제가 박정민 씨고, 이런 캐스팅이 재밌었다. 여기에 신록 씨, 정성일 씨, 오늘 참석하지 못한 진선규 씨까지. 이 배우들이 함께 조율하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 싶었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특히 그간 많은 작품에서 다뤄온 선조 역할을 소화해야 했던 그는 차별점을 두기 위해 노력한 부분을 덧붙였다. 차승원은 "선조는 기존에도 워낙 많이 다룬 인물이지 않나. 어떻게 하면 차별화를 둘 수 있을까가 가장 관건이었다. 잊을만하면 나타나서 남을 위태롭게 하고, 잊을만하면 고약하게 하고.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게 사실 고민이었다"라며 "촬영해 보니 감독님과 찍으면서 과정이 참 좋았다. 결과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결과도 상당히 만족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그간 많은 작품에서 독보적 캐릭터를 소화해온 김신록은 여성 의병으로 변신한다. 천민 출신 의병 '범동'을 맡은 김신록은 "삶을 통해 얻어낸 직관과 통찰을 가진 인물"이라며 "농기구 도리깨를 들고 싸우는데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눈앞의 목표물과 도리깨만 있으면 거침없이 질주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임진왜란 당시 실제 농기구를 무기 삼아 의병 활동을 했던 이들을 모티브로 삼은 김신록은 캐릭터 소화를 위해 고민한 지점을 덧붙였다. 그는 "두 가지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 하나는 '범동'은 의병장의 왼팔쯤 되는 인물인데, 7년 전란에서 살아남고 의병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라면 무예가 출중해야 했다. 병법을 전혀 알지 못하지만 자기만의 기술로 싸워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해서 액션스쿨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라며 "두 번째로는 범동은 논리적 추론이나 연산을 해내는 지적인 면모보다 훨씬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면모를 보여줘야 해서 어떻게 움직임이나 표정을 하면 좋을까 고민했다"라고 회상했다.

부국제에서 김상만 감독은 '범동'이 애초에 남성 캐릭터였다고 밝힌 바, 김신록이 범동이 된 과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원래 범동은 남자였는데, 그때 '지옥'이 공개되면서 제가 완전히 신록 씨의 연기에 압도가 됐다. '이분과 무조건 같이 하고 싶은데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범동 캐릭터가 눈에 띄었다"라며 "당시 내부에서 하던 고민이 '임진왜란 의병 중에 여성과 승병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였다. 승병까지는 담지 못했지만, 여성 의병을 더하면서 작품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 시나리오 상에서는 어떻게 보면 일종의 개그 캐릭터가 되는 인물인데 신록 씨가 '범동'을 해석하면서 깊이 있게 표현해 주셔서 정말 좋았다. 우리 영화가 의도한 쪽으로 더 풍부해진 것 같다"라고 만족해 했다.

글로벌 공개를 하루 앞두고 있는 '전,란' 팀은 한국적 소재의 작품을 세계 시청자에게 선보이게 된 책임감과 기대감을 전했다. 강동원은 "많은 나리에 동시에 우리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서 정말 기대된다. 우리 역사에 기반한 영화지만 정통 액션이기도 하기 때문에 전 세계 시청자분들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차승원은 "우리 작품이 담고 있는 서사가 (외국 시청자들께도) 그다지 괴리감이 있지 않으실 거다. 보시기 부담스럽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190여 개국 많은 분들이 많이 시청해 주시면 좋겠다"라고 시청을 당부했다.

임진왜란 당시의 리얼한 모습과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을 만끽할 수 있는 '전,란'은 오는 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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