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볼버'에서 하수영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 /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리볼버'의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임지연은 "자칭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고백했다. 그러고보니 과거 이상희는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고 인사했다. 이 두 네이밍에는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 자신을 지칭했다. 그 지칭에는 닮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 자체로 존경의 표현이었다.

전도연은 영화 '리볼버'를 앞두고 웹 예능 '핑계고', '요정 재형'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핑계고'에서는 임지연과 함께 출연해 유재석, 남창희와 대화를 나눴고, '요정재형'에서는 홀로 나가서 정재형과 대화를 나눴다. 두 웹예능은 성격도 온도도 달랐다. 그리고 전도연은 인터뷰 현장에서 당시를 "편하지는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 전도연은 '핑계고'에서 대학교 동기인 유재석과 남창희를 다르게 대했다. 남창희가 '유재석에게 연락하기 어려웠다'는 말에 "저도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라고 힘을 실어줬다. 아마도 그 미묘한 선은 오승욱 감독이 제작발표회 때 전도연이 갖고 있다고 말한 "타인에게 보통 사람들을 뛰어넘는 특별한 공감능력"이 아니었을까.

'리볼버' 속 하수영은 감옥에 가기 전 약속받은 대가를 향해 직진한다. 그 직진에는 흔들림은 있어도 무너짐은 없다. 품위와 품격이 있다. 하수영의 로드무비는 전도연의 품격으로 꽉찬 밀도를 완성했다.


영화 '리볼버'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Q. 개봉을 앞두고 잠은 잘 잤나.

"제일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제 잠을 잘 못자기는 했거든요. 딸 아이가 학교에서 단편(영화)같은 걸 찍어야 한다고요. 어제 밤에 과제를 도와줬는데요. 유령과 곰인형의 사랑이야기라서, 얼굴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한 번 촬영을 했는데, 모자르다고 보충 촬영을 요구하더라고요. 스케줄이 없는 날이라, 밤에 놀이터에서 땀 흘리며 찍었어요. (딸이) 영화 전공은 아니고, 학교 과제였습니다."

Q. 오승욱 감독님과 술 한 잔 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먼저 제안했다고 이야기했다. 완성된 '리볼버'를 처음 본 느낌은 어땠나.

"정말 솔직히 그 이야기를 하고, 4년이 걸릴 줄 몰랐어요. 저는 그 사이 '일타스캔들', '길복순' 작업에 너무 바빴거든요. 좀 지쳐있었어요. 처음 '리볼버' 시나리오를 보고, 여자버전의 '무뢰한'의 무드가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우려가 됐어요. 그래서 '내가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했고요. 하수영이 김혜경과 다른 캐릭터로 보일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래도 약속이었잖아요. 하기로 한 걸 잘해내고 싶었습니다."

영화 '리볼버'에서 하수영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 /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Q. '무뢰한' 속에서는 김혜경(전도연)이 정재곤(김남길)에게 '왜 반말하냐?'라고 물어보는데, 여기에서는 반대로 정윤선(임지연)에게 그 말을 듣는다. 하수영과 정 마담의 관계성에 대해 정의한 바가 있었나.

"관계를 정해놓고 가지는 않았어요. '왜?'라는 질문이 풀리지 않았고, 그 질문이 해결되지 않으면 관객도 납득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다 보면 알아가겠지'라고 생각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었는데요. '저는 요만큼만 언니 편이에요'라고 정윤선이 이야기하는데, 그 표정에서 약간의 슬픔도 느꼈어요. 제가 그 장면을 찍고 임지연 씨에게 '둘의 관계가 동의가 되는 것 같다, 이 장면 너무 좋다'라고 이야기했어요. 하수영과 정윤선이 너무 중요했거든요. 그걸 (임) 지연 씨가 해내더라고요."

Q. 임지연은 자신을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부르고 다녔다고까지 표현했다. '독립영화계 전도연', '한예종 전도연' 이런 표현에는 존경이 담겨있다. 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저도 모르게 그런 배우가 어느 순간 된 것 같아요. 그런데 모르겠어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가 기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고, 또 책임감이 생기거나, 부담감이 생기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 같아요. 저도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작품하고 있잖아요. 어느 순간 저를 대체하는 친구가 나올 거고요. 그래도 이만큼 열심히 작품을 끊이지 않고 하는 거면 아직은 건재한 거 아닌가요? (웃음)"

영화 '리볼버'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Q. 임석용(이정재)과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나. 드라마 '사랑은 블루', '달팽이', 영화 '하녀'에 이어 네 번째로 재회한 이정재는 어땠나.

"하수영과 임석용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이라고 생각했기에 '무뢰한' 김혜경이 연관 지어 생각됐던 것 같아요. 올바른 방식은 아니고, 비뚤어진 방식이지만, 하수영은 그 방식의 사랑을 했고, 꿈을 꾼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정재 씨는 늘 항상 젠틀하신 분이니까요. 이젠 (월드 스타가 되셔서) 저 멀리 계시고. 되게 바쁠 텐데 이 작품을 한다고 해서 놀라긴 했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사람 같아요. 흐트러짐 없이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이 있어요."

Q. '칸의 여왕'이라는 애칭 때문인지, 전도연의 출연작은 '어둡고 어렵다'라는 선입견도 있다. 그런데 '리볼버'를 보고, 정말 그냥 웃긴 장면도 많았다. 선입견이 억울할 것도 같다.

"되게 오랫동안 사람들이 저를 어려운 배우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틀을 깨고 싶었고요. 그나마 최근에 '일타스캔들'을 보고 사람들이 '전도연이 이런 배우였어?'라고 생각해 주셨던 것 같아요. '리볼버'를 보면서 저도 놀랐어요. 재밌어서요. '리볼버' 속에 여러 장르가 들어올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이 해낸 거로 생각해요. 하수영만 따라가면 다양한 장르가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하수영과 만나는 배우들이 하수영에게 새로운 색을 덧칠해 주면서 만들어진 거죠."

영화 '리볼버'에서 하수영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 /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Q. 영화 '리볼버'의 개봉을 앞두고, 오랜만에 '핑계고', '요정 재형' 등 웹 예능에도 출연했다.

"사실 편하지는 않았어요. 정재형 씨도 영화 프로그램 '방구석 1열'에서 잠깐 뵌 게 다였어요. 그래도 편하게 해주셔서 '핑계고'보다는 편하게 한 것 같아요. 제가 리액션을 잘 못하거든요. 그런데 옆에서 애쓰고 계신 걸 보는 게 편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아침에 '핑계고' 하고, 저녁에 '요정 재형'하고, 그 두 프로그램을 같은 날 했거든요. 유재석 씨와 사적인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핑계고' 끝나고 번호 교환도 했어요. 문자도 보내주셨어요."

Q. 27년 만에 연극 '벚꽃 동산'으로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 공연 때 눈물을 보이기도 하셨는데, 어떤 시간이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와 이걸 내가 어떻게 끝내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공연 횟수를 거듭할수록 시야가 넓어지더라고요. 그전에는 제가 대하시라고, 동선 하는 데 급급했다면, 조금씩 시야가 넓어지면서 다른 배우에게 감정을 전달받고, 그러면서 제 연기가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그 경험을 매일 새롭게 한 것 같아요. 공연을 연출한 사이먼 스톤이 '한 이야기로 매일 다른 공연을 보여줘'라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그 말을 매 순간 느끼게 됐어요. 그러면서 그 매일매일이 너무 감사하고 소중해지더라고요. '벚꽃 동산' 무대가 극복해야 할 또 다른 작품이 아니고, 힐링이 된 것 같아요. 벚꽃 동산에 머물고 싶었고, 끝내는 게 싫었던 것 같아요."

Q. 차기작은 '자백의 대가'로 알려졌다.

"원래 '리볼버'도 8월 개봉이 아니었고요, 공연도 진짜 계획에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해보고 싶어서 선택했고, 일이 타이트해지긴 했죠. 제가 제 발등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저에게는 너무 힐링이었어요. 이렇게 마음이 즐거우면, 힘듦이 극복된다는 경험을 처음 해본 것 같아요. '자백의 대가'는 너무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걱정이긴 해요. 김고은 씨는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후배 같아요. '협녀: 칼의 기억' 때 함께했는데, 여전히 친밀감이 있어요. 제가 잘해야죠. (웃음)"

영화 '리볼버'에서 하수영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 /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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