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吉祥)적인 의미를 지닌 그림이나 물건들을 장식품으로 놓아두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길상적인 의미가 있는 장식품 중에 코끼리 그림이나 조각품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끼리가 서식하지 않기 때문에 코끼리는 매우 낯선 동물이었을 것이고, 동물원이 생긴 이후에야 볼 수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태종 시기 일본에서 코끼리를 선물로 보냈다. 코끼리는 먹기도 엄청 먹을 뿐만 아니라 관리도 매우 어려웠는데, 코끼리에게 사람이 밟혀 죽는 일이 발생하자 코끼리를 전라도 어느 섬으로 귀양을 보냈다고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 아닌 코끼리가 주인공인 그림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가끔 불교 관련 그림에서 볼 수 있겠지만, 전통 그림 전시회에서나 박물관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e뮤지엄(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 검색창에 코끼리를 입력하면 그림은 거의 없고, 조형물만 몇 점 찾을 수 있다.

<세상도(洗象圖)>, 오광우(吳光宇) /출처=바이두

<희상(喜象)>, 작자 미상 /출처 =<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도서출판민규

그림 <세상도(洗象圖)>를 보자. 코끼리가 얼마나 큰지 10명쯤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다리까지 동원하여 분주하게 코끼리를 목욕시키고 있다. 

기록을 보면 중국의 원나라 때부터 명·청대에 이르기까지 세상일(洗象日)이 있었다. 이날은 코끼리가 목욕하는 날이다. 아니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날이다. 매년 음력 6월 6일이 되면 코끼리를 물가로 몰고 가서 목욕을 시켰다. 동물원이 없던 그 시절, 이날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코끼리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사람들이 몰리면 먹을거리 장사가 진을 치고…, 축제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고 한다.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림으로 그려두거나 조각품으로 만들어 감상할 만큼 귀한 의미가 있는 걸까? 

조각품 <희상(喜象)>을 보자. 무심코 보면 ‘저게 뭐지?’하고 갸우뚱할 수도 있다. 자세히 보면 가운데 있는 돌덩어리 같은 것이 코끼리이고, 그 위에 어린아이가 타고 있다. 마치 코끼리와 가족처럼 친근해 보이는 아이가 코끼리 등에서 낮잠을 자는 것처럼 보인다. 

조각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린아이가 코끼리 몸을 닦아주고 있다. 그림과 조각품 모두 ‘코끼리를 닦아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닦다’는 한자로 세(洗, xǐ)인데, 기쁠 희(喜, xǐ)와 중국어 발음이 같다. 그리고 상(象)은 코끼리도 되고, 생김새나 형상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각품의 제목이 세상(洗象)이 아니라 희상(喜象, xǐ xiàng)이다.

그 이유는 닦다(洗, xǐ))+코끼리(象)=기쁠 희(喜, xǐ)+형상(象) 즉, ‘코끼리를 닦아주는 조각품’이 ‘기쁨을 부르는 물건’의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음력 6월 6일이면 한창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다. 초복을 앞두고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질병들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 중의 하나가 길상적인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기고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