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강호 "연기는 내게 동반자 같은 존재…원대한 포부로 하는 일 아냐"
"저는 배우라는 존재가 우리의 얼굴을 찾아주는 직업인 것 같다. '내 마음속 한편에 분명 존재했는데 잊고 있었다' 싶은 그런 모습을 배우의 연기를 통해 발견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배우는 그런 존재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 점에서 '삼식이'라는 인물이 시청자에게 그렇게 다가가기를 바랐다."
데뷔 35여 년 만에 처음 드라마에 출연한 송강호는 '삼식이 삼촌'을 통해 신인다운 마음을 일깨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배우업에 대한 진솔함을 드러낸 송강호. 그에게 연기는 천성인듯 했다.
송강호의 대표작은 손꼽기도 힘들다. 천만 영화만 무려 네 편, 칸 진출만 여덟 번이다. '기생충'과 '브로커'로 글로벌 수상까지 해냈다. 주연으로 출연한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서 4관왕에 올랐고, 2022년엔 영화 '브로커'로 칸 영화제서 한국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도 떨리는 순간이 있었다. 디즈니+ '삼식이 삼촌'이 공개되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다. 송강호는 "수요일 오후 4시만 되면 두근두근했다"라며 첫 드라마에 도전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송강호의 첫 드라마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송강호는 처음으로 선택한 드라마가 '삼식이 삼촌'이었던 이유를 전했다.
송강호는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에는 드라마 출연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전혀 생각이 없었다가, 잘 아시겠지만 20, 30년 영화를 하다보니 세계적으로 콘텐츠가 다변화된 시대에 접어든 것 같았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왜 하필 '삼식이 삼촌'을 선택했느냐 물어보신다면, 저는 새로운 시도에서 출발하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신연식 감독님도 그런 점에서 눈여겨봤었다. '동주'에서 우리가 시와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윤동주의 발자취를 대중 영화로 담아내는 시선이 참 참신했다. (신연식 감독이) 눈여겨보지 못했던 것에 시선을 포착해 내는 능력이 있구나 싶었다. '삼식이 삼촌'도 그런 일환으로 시작하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송강호는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 1960년대 배경의 작품에서 어떤 신선함을 발견했을까. 그는 "('삼식이 삼촌'이) 과감하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라며 "정치적인 면에 대해서 말씀드린 건 아니고, 삶의 막연한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에도 있지 않나. 이상과의 괴리감, 또는 동질감, 그런 것들을 우리 드라마를 통해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극 중 송강호는 이규형, 변요한과 남다른 케미를 선보였다. 삼식이에겐 애증관계인 '강성민' 역의 이규형, 그리고 로망이었던 '김산' 역의 변요한. 송강호는 두 후배들과의 호흡을 묻는 말에 "이 사람들이 왜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인지 감탄하면서 호흡을 맞췄다"라며 "삼인방의 열연이 이 드라마의 기둥이 되어 (중심을) 받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자리를 빌려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라고 극찬했다.
송강호는 '송강호스러운' 연기를 하면서도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재주꾼이다. 덕분에 매 작품 '인생 캐릭터를 갱신한다'라는 호평을 이끈다. 송강호는 "과찬으로 들린다. 빈말이라도 감사하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드라마든 영화든 작품에서 제가 연기해야 할 캐릭터가 어떻게 복무할 것인가, 내가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늘 하면서 한 땀 한 땀 연기하다 보니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라며 겸손해했다.
이날 송강호는 지난 제작발표회 당시 드라마 신인상을 노린다는 너스레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오늘 아주 잘 됐다"라며 호탕하게 웃은 송강호는 "드라마 신인상에 대해 할 말이 있다. 제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나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그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더라. 다들 은근히 재밌어하셔서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신인상 받으면 당연히 안된다"라며 "이 자리에서 정리를 하자면, 사실 그 마음이 참 감사하다. 신인의 마음으로 연기를 하고 신인의 자세로 현장에 나갈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축복된 것 같다. 그 말씀을 올려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다"라고 해명했다.
배우로 수십 년을 살아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기생충'과 '브로커' 등으로 국제 영화제서 수상한 후 달라진 점이 있는지 묻자, 송강호는 "세상사가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이지 않나. 물론 (수상이) 배우로서 의욕이 생기는 일이다. 작품을 하면서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어서 낯설고 두렵기도 하지만, 애초에 가졌던 배우로서의 생각과 선택들을 떠올리며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의 진솔한 마음을 덧붙였다.
"제 나이가 57세다. 저는 전혀 원대한 계획이라는 게 없다. 연기는 긴 인생과 함께 가는 동반자 같은 존재다. 칸에서 상을 받을 때도 말씀드렸지만, 배우로 살면서 너무나 중요한 지점에 축복된 기쁨과 감사의 순간이 오긴 하지만, 그게 (배우로서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목적으로 둔다고 해도 달성될 수도 없다. 배우는 긴 마라톤을 한다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가는 거지, 원대한 계획과 포부를 가지고 하는 작업은 아닌 것 같다."
"저는 선택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선택할 수가 없다. 드라마든 영화든, 좋은 작품으로 선택받기를 바랄 뿐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얼마나 참신할까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내 마음을 흔드느냐가 첫 번째이고, 작품만 좋다면 카메오도 얼마든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