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영환 서울대 교수가 그리는 공교육과 AI 잇는 ‘오작교’ 설계도
교육 시스템 전체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공교육 위태
“교사·학생·AI가 협업할 수 있는 교육 환경 만들어야”
인공지능(AI)은 공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AI가 곧 공교육에 도입된다. 2025년부터 초·중·고에 도입되는 AI 디지털교과서는 지금까지 학교 현장에서 하지 못했던 개인 맞춤형 교육 실현 도구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AI 기술을 교육에 많이 활용하는 것만으로 장밋빛 교육의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기존 학교 현장을 생각해 보면 AI가 반드시 답은 아니다. AI 도입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공부 자체에 흥미가 없거나 주의 집중이 어렵고 끈기가 부족해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도 있다. 이와 비슷하게 AI를 잘 활용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AI를 활용하지 않는 학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28일 ‘더에이아이(THE AI) 창간 4주년&AI가치판단디자인센터 설립 기념 포럼’에 강연자로 나서는 조영환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겸 학습과학연구소장은 THE AI와의 인터뷰에서 AI 기술이 진정으로 공교육에 도움이 되려면 AI와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고 환경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와 협업하는 학교 환경을 만들어야 진정한 AI 교육이 실현될 것”이라며 “AI와 협력할 수 있도록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교육 공학 전문가로 미국 미주리대 정보과학과 학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 후 싱가포르 국립교육원(NIE) 선임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사범대학에 왔다. 지난해 9월 개소한 서울대 학습과학연구소장으로 교육 AI 연구도 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산하에 뇌기반학습연구센터, 학습데이터연구센터, AI기반교육연구센터, 미래교육혁신센터를 두고 첨단 교육 원천 지식 연구와 교육 관련 데이터 수집 및 AI 기반 시스템 연구, 교육 정책 연구 등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AI와 한 팀 돼야”
“AI 교육은 기술의 일반적 사용이 아닌 상호 협력적인 활동이 중요합니다. AI와 한 팀이 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이 갖춰져야 합니다.”
조영환 교수의 말이다. 그는 AI와 학습자 사이 상호작용을 강조했다. AI와 협력할 수 있어야 교육 효과도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는 “AI를 도입한다고 교육이 혁신되고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AI와 학습자의 상호작용 질에 따라 교육 효과가 잘 나타나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다”고 AI 활용 교육 효과에 대한 개인차에 대해 설명했다.
조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서는 AI 툴 활용 학생 패턴이 세 가지로 나타났다. AI 번역기를 활용해 영어 작문을 하는 과제를 시켰더니 영어를 잘 하는 학생들은 AI 번역기가 제공하는 영어 작문이 만족스럽지 않아 이를 활용하지 않고 스스로 영어 작문을 했고, 다른 한 그룹은 AI 번역기가 쓴 작문을 그대로 인용하는 의존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른 그룹은 AI 번역기의 결과물을 바꾸거나 명령어를 바꾸는 등 상호작용적인 활동을 통해 만족스러운 답을 내놨다. 그는 “연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AI와 한 팀이 돼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I와 한 팀이 돼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 사회에서는 AI 툴을 잘 활용하는 인재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교사는 AI가 무엇이고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교사의 역량도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AI와의 협력이 변화할 미래 사회에 나서기 위한 연습이라고도 설명했다. AI와 잘 협업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어서다. 그는 “학생들이 졸업하면 사회나 기업은 AI 기술을 활용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평가할 것”이라며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AI로 대체되는 글쓰기가 전체적인 글쓰기 능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가 글쓰기를 대신하면서 글쓰기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AI가 인간의 주요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학습을 위한 과정을 줄여주고 교사의 업무를 도와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아직 신체·사회적 역량에는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 교육 시스템 개선하지 않으면 공교육은 위기”
조 교수는 한국 교육 시스템이 AI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 공교육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AI로 직업 세계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직업을 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조 교수는 “교육은 배움에 대한 내재적인 목적과 직업을 얻고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외재적 목적이 존재한다”면서 “AI가 도입되면서 직업 세계가 많은 변화를 겪는 만큼 교육시스템도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와 학교에서 길러내는 인재 간의 괴리가 커지면 공교육은 이제 무용하더라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교육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학교 교육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 주도 탐구형 수업이 가능한 미래 교실도 강조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학생 주도 탐구·참여형 수업이 가능한 교실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형식적인 AI 도입이 안 되려면 여러 학교와 연계, 교사 중심 연구 활동도 같이 이뤄져야 교육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에서 성공적인 AI 안착을 위해서는 교사·학생·AI가 협업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 구축이 관건이라고 했다. “교사·학생·AI가 잘 협업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AI를 어떻게 교육에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사의 능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AI 시대 전체적인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글로벌 교육 플랫폼 만드는 학습과학연구소
AI 기술을 교육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기관인 서울대 학습과학연구소다. 지난해 6월 서울대에 처음 문을 연 연구소는 ‘학습과학’ 기반 다학제적인 연구를 학습연구센터, 학습데이터연구센터, AI기반교육연구센터, 미래교육혁신센터 등 4개 센터에서 유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교육학, 뇌과학, 심리학, 언어학, 컴퓨터과학, 데이터 과학 등 44명의 교수가 겸무 연구원으로 융합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뇌기반학습연구센터에서는 두뇌의 발달 원리와 학습부진의 원인 등에 대해 연구하며, 학습데이터연구센터는 멀티모달 학습분석과 학습자 종단 데이터를 연구한다. AI 기반교육연구센터는 AI 기반 맞춤형 교육 플랫폼을 개발하고 미래교육혁신센터에서는 미래교육을 위한 정책과 교원 AI·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래교육혁신센터에서는 예비·현직 교사들의 AI·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교원 교육 ‘아이에답(AIEDAP)’ 사업도 하고 있다. 그는 “AI와 협업을 잘하는 교사는 데이터를 보고 수업을 설계할 수 있다”며 “맞춤형 수업을 위해 어떻게 AI를 활용해야 하는 지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습과학연구소는 최근 교육부가 주관 ‘초개인화 학습 혁명을 위한 학습과학 연구지원 사업’을 수주받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AI를 활용해 교과 교육을 지원하는 도구를 개발하고 학습과학 연구에 필요한 멀티모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는 “초·중학생 인지·정서·신체적 데이터와 가정·학교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종단적으로 발달을 분석하는 연구를 올해부터 시작하고 있다”며 “과제 수행에서 수집되는 학생들의 멀티모달 데이터(심박변이, 뇌파, 행동 특성 등)를 통해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의 최종 목적은 글로벌 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국내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교육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국가적인 연구를 다양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적인 교육 정책 제언을 하면서 글로벌 국가들과 협업해 AI 시대 교육 원천 기술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글로벌 학습과학 플랫폼이 되는 것이 연구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