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현충일이 6월 6일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일신의 안위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가 존경하는 선열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공명(功名)을 세운 분들이다. 공명의 사전적 의미는 ‘공을 세워서 자기의 이름을 널리 드러냄’이다. 비록 사전적 의미가 이름을 드러냄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분들까지 포함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공명(功名)’이라고 생각한다. 

전통그림에 공명(功名)의 뜻을 담은 작품이 있다. 옛사람들은 공명이라는 추상적인 의미를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했을까?

(왼쪽) <공명도>, 작자미상, 출처=<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도서출판 민규, (오른쪽) <공명도(功名圖)>, 서비홍(徐 悲鴻), 출처=바이두

두 그림 모두 수탉이 주인공이다. 입을 크게 벌리고 “나를 따르라!” 외치는 모습이다. 늠름하고 용감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수탉이다. 

수탉은 한자로 공계(公鷄)라고 한다. 그런데 수탉이 울고 있으니, 울 명(鳴)을 더하면 공계명(公鷄鳴)이 된다. 즉 ‘수탉이 운다’라는 뜻이다. 수탉 공계(公鷄, gōngjī)의 공(公)과 공을 세우다 공(功, gōng)의 발음이 같고, 울 명(鳴, míng)과 이름 명(名, míng)의 발음이 같다. 그래서 ‘수탉이 울다’를 ‘공을 세워 이름을 알리다’라는 의미로 읽고, 이 그림을 <공명도(功名圖)>라고 한다. (수탉이 입을 다물고 있는 그림은 <공명도>가 아니다.) 

중국 한(漢)나라 때 한영(韓婴)이 지은《한시외전(韓詩外傳)》에 수탉의 오덕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첫째, 문(文)이다. 닭의 볏 계관(鷄冠)은 높은 관직을 상징하는데, 관직에 나가려면 과거에 급제해야 하니 공부를 많이 했다는, 한마디로 ‘가방끈이 길다’는 뜻이다.
둘째, 무(武)다. 날카로운 발톱을 사용하여 싸움을 잘 한다.
셋째 용(勇)이다. 자신보다 아무리 강한 적이 나타나도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적과 맞서니 용감하다.
넷째, 인(仁)이다. 수탉은 먹이를 발견하면 암탉과 병아리에게 양보하니 마음이 착하다.
다섯째, 신(信)이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아침마다 사람을 깨워주니 믿을 수 있다.

수탉에게 이러한 품격이 있기 때문에 수탉은 <공명도>의 주인공으로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누구나 세종대왕이 될 수도 없고, 이순신 장군이 될 수도 없다. 공명이란 공직에 나가야만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푸른 군복을 입은 청년,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의료인, 후학을 양성하는 교원,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공무원,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미화원, 우리의 밥상을 책임지는 농어민, 미래의 꿈을 위해 열정으로 도전하는 청춘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두가 바로 매일매일 공명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수탉이 우는 그림 <공명도>를 보면서 ‘암탉이 울면 어떻게 될까?’ 생각할 수도 있다. 암탉이 울면 알을 낳는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흥한다. 수탉과 암탉이 모두 울어야 좋다. 국민이 행복할수록 현충일의 의미가 더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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