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 자진철회… "횡령·배임 '사법리스크' 의식"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을 스스로 철회했다. 계열사 부당 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받는 상황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데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한국타이어는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삭제한다고 25일 공시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후보자(조 회장)가 일신상의 사유로 후보를 사임함에 따라 안건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2012년 처음 한국타이어 사내이사에 선임 이후 12년 만에 사내이사를 맡지 않게 됐다.
앞서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년 2월∼2017년 12월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다른 제조사에 비해 비싸게 원료를 매입하는 등 부당 지원에 관여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3월 구속 기소된 조 회장은 8개월 만에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타이어는 이번 주총에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상정했다.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회삿돈을 횡령해 지난 1년 중 약 9개월 동안 수감했던 조 회장에게 급여와 상여금 등 약 78억원을 지급했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금융경제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조 회장을 비롯한 한국타이어와 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경영진의 이사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자정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조현범 회장과 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 경영진은 즉각 그룹 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야 한다"며, "국민연금 또한 조 회장과 사내이사의 연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