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준비 전 살짝 터는 몸" 김고은, 사소함에서 완벽함을 담아내다 [인터뷰 종합]
"큰 퍼포먼스와 장면들을 연습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사실 굉장히 사소한 것들에 집착한 것 같아요. 왜냐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나 프로페셔널한 지점은 사소한 지점에서 나온다고 생각했거든요. 상덕(최민식)에게 하는 반존대 섞인 말, 굿을 준비할 때 살짝 터는 몸, 아기를 진단할 때 부는 휘파람, 그리고 아기의 귀에 살짝 대는 손까지 하나하나 다 물어보며 준비했어요. 너무 조심스럽더라고요. 제 행동 속에 아무도 하지 않는 무속인의 몸짓이나 행동이 담길까 봐요. 선생님들께 사사로운 것까지 다 물어본 것 같아요."
배우 김고은이 말했다. 그는 영화 '파묘'에서 무당 화림 역을 맡았다. 화림은 신내림을 받은 젊은 무당이다. 외제 차를 몰고, 명품 옷을 입는다. 기존에 보여준 무당과는 다른 결이다. 이 모습은 실제 젊은 무속인의 모습에서 기반했다. 겉모습만이 아니었다. 김고은은 오랜 시간 무속인과 만나며 그의 삶을 옮겨내려 했다. 어느 날은 그냥 수다만 떨다 올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징만 치다 오기도 했다. 그에게는 배우는 것보다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했다. '화림'은 그렇게 오랜 시간 몸속에 땔감을 채운 캐릭터다. 그리고 그 땔감으로 김고은은 '파묘'에서 자신을 활활 불사른다.
김고은은 사실 오컬트 장르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영화 '파묘'로 장재현 감독과 함께하게 되었지만, 사실 그의 단편영화 '열두 번째 보조 사제' 때부터 팬을 자처했다. 김고은에게 '단편인데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가 있지?'라고 생각했던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그 단편이 장편으로 제작된다는 기사를 보고, 단편의 팬심으로 '와 이 작품 정말 잘 만드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검은 사제들'이 개봉했을 때, 극장 가서 제 돈 주고 봤거든요. 너무너무 몰입감 있었어요. 제가 오컬트 장르를 좋아해서 그 장르의 작품을 많이 봤는데, 한국에서 오컬트 장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 장재현 감독님의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사바하'는 시사회로 가서 공짜로 보긴 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장재현 감독님이 어떤 한 지점을 개척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만나면서, 설득과 여러 과정을 함께 했잖아요. 정말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디테일하게 전반적인 걸 고려하며 한컷, 한컷 찍어낸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었거든요. 디렉션을 주실 때도 명확하게 주시고, '모든 컷을 보시는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파묘' 속에서 김고은은 총 세 번의 굿을 선보인다. 첫 번째 '대살굿'을 통해 강렬한 퍼포먼스로 관객을 '파묘' 속으로 훅 잡아끌고 들어갔다면, 두 번째 '혼을 부르는 굿'에서는 서글픈 감정을 더한다. 그리고 마지막 '도깨비 놀이'에서는 장재현 감독이 "만화 '옛날 옛적에' 속 배추도사와 무도사도 이야기한다"라고 밝힌 것처럼 장난기 섞인 모습과 함께 봉길을 살피는 묘한 긴장감까지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감정이고, 그 감정의 폭은 컸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굿은 '달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게 한국 정서인 것 같아요. 한국 귀신의 한을 풀어주고, 달래고, 그런 굿이고, 또 대살굿은 일꾼들을 방어 해주기 위해 대신 돼지의 살을 치는 굿이라고 하셨어요. 누군가를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대살굿을 할 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고요. 혼 부르기 장면은 경문을 볼 때부터 굉장히 구슬펐어요. 대신 울어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한을 달래주듯이 '왜 안 오시냐, 오셔라, 이렇게 오시면 안 되냐, 저렇게 오시면 안 되냐'라고 달래는 마음으로 다가갔어요. '도깨비 놀이' 때는 어쨌든 숨어있는 귀신을 속이는 거라서 최대한 봉길(이도현)에게 집중하면서 말투나 톤을 일상에 가깝게 하려고 했습니다."
김고은은 윤제균 감독이 이야기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경문은 때로는 더 구슬프게 들렸고, 때로는 더 뜨겁게 들렸다. 그 리듬감은 어떻게 익힌 걸까.
"실제로 선생님들께서 경문 하실 때 진짜 멋있거든요. 음을 타시는 거나 톤이나. 너무 멋있어서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 그 음을 타는 것이 애드리브라고 하시더라고요. 할 때마다 다르고, 하시는 분마다 달라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저는 애드리브가 쉽지 않더라고요.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다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선생님께 세 번만 녹음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 세 개의 녹음 중 가장 멋있게, 잘 소화할 수 있는 음을 통째로 외웠어요. 모든 음을 외워서 했습니다."
'파묘'가 공개된 후, 관객들은 화림과 봉길의 서사에 매료됐다. 이에 김고은은 활짝 웃으며 "너무 좋은 현상이고요. 그 현상이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소감을 전한다. 사실, 해당 캐릭터는 우리나라 독립운동가 이화림, 윤봉길의 이름에서 비롯됐고, 특히 두 사람은 독립운동 당시 부부로 위장해 활약하기도 했다. 캐릭터에 내포되어 있는 역사는 더욱 관객을 환호하게 했다.
"봉길(이도현)이가 야구하다가 신병을 앓아서, 저의 사당에 찾아왔고. 그런 봉길을 보며 화림은 말려도 보지만, 화림에 대한 신뢰 등으로 신을 받게 되죠. 봉길에게 화림은 신을 받게 해 준 사람인 거예요. 그래서 스승과 제자가 된 관계라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름에 대해서는 촬영 중반에 지나가는 말로 듣긴 했어요."
"사실 '파묘' 촬영 당시 이도현 배우가 바쁘게 다른 작품도 촬영하며 오가는 상황이라서요. 컨디션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에 '정말 어른스럽고 멋있는 친구다'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봉길은 화림이 말하지 않아도 척척 해주는 것들이 많거든요. 사전에 말하지 않아도 저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촬영하며 계속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인상을 딱 쓰기 전에 (봉길(이도현)이) 옆에서 한숨을 쉬거나 이런 호흡들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이도현뿐만 아니라, 최민식, 유해진도 김고은에게 너무나 소중한 일부였다. 김고은은 "연기할 때 상대 배우와 호흡이 탁 맞았을 때 오는 희열? '아' 감탄하게 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 '파묘'에서 넷이 모였을 때 있었다.
"처음 저희 넷이 만나는 장면이 유해진 선배님네에서였잖아요. 거기에서 '오랜만이에요'라고 화림이 인사하는데, 그 장면이 거의 최민식, 유해진 선배님과도 (이)도현이랑도 첫 장면이었어요. 대사들이 오가고, 서로 안고 이런 호흡이 미리 합을 맞춘 것처럼 되어서 되게 재미있었거든요. 그 장면을 촬영하고 확 선배님들과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실제로도 확 친해진 기분이었고요."
또 한 장면이 있었다. 김고은은 '도깨비 놀이'를 언급했다. '도깨비 놀이'는 화림이 누워있는 봉길(이도현)을 중심에 두고 오광심(김선영), 박자혜(김지안)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귀신을 깨우는 어떤 의미의 굿이다.
"제가 '도깨비 놀이' 장면에서 (김)선영 선배님과 처음 뵈었거든요. 오랫동안 같이 해온 느낌이었어요. 서로가 물려서 대사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게 한 방에 딱 되더라고요. 제 말이 끝날 때쯤 그 말이 사라지기 전에 다른 사람의 말이 삭 들어와 주시고. 그 호흡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김고은은 영화 '은교'로 데뷔한 후, 매번 '인생 캐릭터'를 갱신해 왔다. 드라마 '도깨비', '유미의 세포들' 등의 작품에서 고스란히 그 캐릭터가 되었다. 그리고 '파묘'를 통한 새로운 변신에서도, 작은 것부터 쌓아 올려 '완벽'을 만들어냈다.
"사실 전작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는 것 같아요. 맡는 캐릭터들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인물이라서 비슷해 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항상 받을 때마다 다른 사람 같고, 새롭고, 어렵고 하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을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뿐이지 전작에 대한 고려나, 다른 생각에 잘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 신인 때보다 작품에 참여하고, 제작한 분들이 저에게 갖는 기대치가 생겼고, 저도 해내야 하는 지점이 넓어졌기에 주인의식 같은 것들이 더해진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그런 김고은에 대해 '파묘'에서 함께한 최민식은 "'파묘'의 손흥민"이라고 이야기했고, 장재현 감독은 "대한민국을 대표할 여배우"라고 표현했다. 김고은은 금방이라도 "사랑해요"라고 말할 것 같은 미소를 만면에 띄고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한 마디를 전했다.
"일단 너무 좋게 얘기해주신 것 같고요.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냥 열심히 했다는 그런 의미로 좋게 이야기 해주신 것 같고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