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이 짝사랑한 김태리·류준열·김우빈…'외계+인'을 말하다 [인터뷰①]
* 해당 인터뷰에는 '외계+인' 2부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저는 1년 반 동안 여러분을 짝사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해 11월 22일 진행된 '외계+인' 2부 제작보고회에서 최동훈 감독이 말했다. '외계+인'의 1부가 2022년 7월 개봉했으니, 2부가 개봉하기까지 약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촬영은 1년 1개월을 들여 2021년 4월에 마무리 되었으니, 정말 순수하게 후반 작업만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린 거다. 1부의 부진한 성적이라는 부담감도 있었겠지만, 최동훈 감독은 그 모든 시간을 '짝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매일 배우들의 얼굴을 마주했고, 편집했고, 다시 수정했고, 이를 무려 150 여 차례나 반복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영화 '외계+인' 2부다.
'외계+인' 2부는 1부에 이어지는 이야기다. 외계의 공기 하바를 지구에 터트려 자신들의 세상으로 만들려는 외계 죄수들에게 맞서는 이안(김태리), 무륵(류준열),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민개인(이하늬), 그리고 썬더(김우빈)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인연을 쌓게 된 이들은 운명처럼 엮여서 사건에 맞선다. 서로의 삶에 마치 '뜰앞의 잣나무'처럼 존재한 이들이다. 그리고 최동훈 감독에게 '외계+인'으로 만난 모든 이들이 그랬다.
Q. '외계+인' 2부가 공개된 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1부에서 등장한 모든 이들의 이유가 2부에서 말끔히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그런 지점에서, '3시간이라도 한 편의 영화로 나왔다면 어땠을까'라는 의구심도 든다.
"그렇게 편집할 수도 있었다. '3시간 짜리 영화 한편으로 해주지', '6부작 드라마로 해주지' 등 주변에서 여러 가지 말을 들었다. 그런데 저에겐 두 편의 영화로 하는게 '외계+인'을 대하는 가장 걸맞은 방식이었다. '외계+인'의 첫 시나리오를 쓸 때가 6년 전이었다. 그때는 좀 더 새로운 형태의 개봉 방식을 고민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 작업할 때는 '2부나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다. 지금은 '어떻게든 개봉 시켜야지'라는 생각 외에는 여유가 없다."
Q. 사실 '외계+인'은 한 인물이 등장해 모험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조력자들을 모아 사건을 해결하는 영웅담의 서사를 성실하게 이어간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두 신선의 "대단해진 기분이야"라는 말처럼 아무도 모르는 영웅담이 강조되기도 했다. 그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영웅담은 영웅답게 끝나지 않나. 그런데 '외계+인' 속 등장인물들은 영웅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빈틈이 많은 캐릭터였다. 화려하고 깔끔한 결말보다는 우연히 만나, 인연이 엮이며 결말까지 오게 된 거지 않나. 스펙타클하고, SF적이고, 판타지적인 장르의 외피도 중요하지만, 저 사람들이 만나고 엮이고 헤어지는 감정과 그 느낌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 헤어질지 고민이 컸다. 헤어져도 그리움이 남아있기를 바랐다. 그것은 사랑의 감정이라기보다 동지 의식, 애틋함에 가까운 그리움이기를 바랐다. 배우들과 이야기도 많이 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마지막 엔딩 장면이었던 것 같다."
Q. 류준열, 김태리는 최동훈 감독의 작품 중 젊은 배우에 가깝다. '외계+인'을 촬영하고 완성하는 동안 이들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꼈을 것 같다.
"영화에서 필요한 두 주인공의 모습은 약간 '청춘' 같은 느낌이었다. 이들은 무언가를 해내고 싶어 하는 내적 의지가 있는 캐릭터들이다. 물론 둘은 좀 다르다. 무륵은 '내일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고 행동하는 청춘이고, 이안은 어린 나이에 주어진 막중한 임무를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고 '생존하는' 캐릭터다. 그 모습이 스무 살 남짓 되는 모습으로 비치길 바랐다. 두 배우 모두 집중도가 너무 좋았다. '외계+인' 2부에서만 두 사람이 세 번을 헤어지고 만난다. 그런데 두 배우를 데리고 멜로를 찍고 싶지는 않았다. 교감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교감이 너무 재미있었다. 두 사람의 촬영 첫날이 '외계+인' 1부에서 나오는 신혼 첫날 밤이었다. 첫 촬영을 앞두고 잠이 안 오더라. 정작 두 사람은 너무 천연덕스럽게 연기했고,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전작인 '리틀 포레스트'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했다. 전작에서 호흡을 맞춰 본 배우들이라 제 도움 없이도 커뮤니케이션을 잘해 나갔다."
Q. '외계+인'의 촬영 후, 김태리는 '악귀'로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류준열은 '올빼미'로 다양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도 남달랐겠다.
"우리나라가 상을 참 잘 준다고 생각했다.(웃음) 저에게 그들이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보시면 '몰입도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답할 것 같다. 그 배우와 같이 작업한 배우들과 보시는 관객들도 같은 느낌을 받으실 것 같다. 영화 보는 내내 캐릭터에 대해 궁금해야 하지 않나. '다 알아'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있는 건데, 계속해서 캐릭터에 호기심을 만들어내는 배우들 같다. 어쩌면 배우란, 완성되지 않은 모습이 더 좋은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Q. 개인적으로 최근 화제 되었던 '대한민국 3대 등장 장면'처럼 '3대 퇴장 장면'이 있다면, 그중 하나에는 '외계+인' 2부의 김우빈을 넣고 싶을 정도로 감독님의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제작이 무산된 영화 '도청'부터 비인두암 완치 후 함께한 '외계+인'까지 감독님과 인연이 깊은 배우다.
"저는 배우가 크든 작든 자기 존재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꼭 '멋짐'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썬더가 2부에서 40분 전후에 등장하지 않나. 어떻게든 앞에 등장시키고 싶었는데, 스토리상 그럴 수밖에 없었다. 썬더가 나와서 '어이, 무륵이' 하고 때리려 할 때 후회했다. 한 대 더 때리게 할 걸. 사실 썬더가 등장하면서부터 '외계+인'의 이야기가 다른 국면에 접어든다. 아주 중요한 지점에 나왔다고 생각한다. 썬더의 마지막 장면에서 김우빈의 모습을 보고 '사람이 저렇게 잘 걸을 수 있다니, 저렇게 쉽게 자신의 고독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니'라고 생각하며 감탄하기도 했다. 김우빈은 볼 때마다 언제나 좋다. 사석에서도, 영화에서도 그렇다. 그런 사람이 또 있을까."
Q. 두 신선은 2부에서도 역시 웃음을 책임졌다.
"상상 세계 속에서는 신선이지만, 도를 많이 닦으면 어린이처럼 될 것 같았다. 너무 도를 많이 닦으면 모든 걸 초월한 나머지, 화도 더 내고, 더 빨리 놀라고, 더 빨리 반응하고, 영화를 보니 순 자기들 위주지 않나. 신선다운 모습과 인간다운 모습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이야기 끝에 지금의 모습이 됐다. (웃음)"
Q. '외계+인'에는 외계인을 비롯해 도사부터 신선, 로봇까지 한 무대에 선다. 말 그대로 이렇게까지 '다채로운' 구성을 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사실 도사, 신선, 외계인 등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상상 속 세계는 존재할까. 우리는 리얼리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부분 상상 속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의식하거나, 기대하거나, 희망을 품는 것도 리얼리즘의 세계를 뛰어넘는 영역 같다. 그리고 그런 게 있어야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상상 세계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도사도 존재할 수 있고, 이들을 만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논리적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저는 '돌고 돌아 만날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그게 상상의 세계니까. 그런데 '외계+인' 2부를 보며 사람들에게 그 상상의 세계를 리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2부의 모든 특수효과나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우리가 기술을 자랑하지 말자'였다. 날아가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갑자기 줌(카메라를 가까이 가서 보여주는 것)으로 잡거나 이런 것을 경계했다. 진짜 벌어지는 것처럼 CG를 작업하고 싶었다. 판타지로 보다가, 관객들이 리얼의 세계로 느끼면, 그 자체로 2부는 완성이 되는 거라고 느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들이 헤어질 때도 다 현실적인 움직임을 만들고자 했다. 모든 건 리얼함을 벗어나려 했지만, 리얼함으로 회귀하는 것 같다."
Q. 촬영 기간만 387일이었다. 2부의 편집만 1년 반동안 무려 150번을 고치며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감독님께 어떤 의미로 남았나. 차기작 계획은 없는지도 궁금하다.
"차기작 고민을 다 내려놨다. '나는 차기작을 고민할 만큼 사치스럽지 않다, 이 작품을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고민은 별로 하지 못했다. 2부의 개봉까지 약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외계+인'에 임했다. 사실 '암살' 찍고 번아웃이 왔었다. 그런데 '외계+인'을 찍고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다. '번아웃이 웬말이냐' 싶다. 신인 감독까지는 아니지만, 다시 파릇파릇하게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몸은 아픈데 정신은 젊어진 것 같은 생각이다. 빠져나오려면 다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 후에 좀 멋진 작품을 다시 해보고 싶다. "
* 당신이 궁금할 수도 있는 '외계+인'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스포有)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