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도 빠짐없이 뇌리에 새겨진다…'외계+인' 2부 [리뷰]
이안, 무륵, 가드, 흑설과 청운, 민개인, 능파, 우왕이 좌왕이, 그리고 자장까지. 보통 영화가 끝나면, 주요 등장인물 몇몇 이름을 헤아리지만,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다르다. ‘외계+인’ 2부에서도 역시 그랬다.
영화 '외계+인'은 한국 영화 최초로 한 이야기를 1부와 2부, 두 편의 작품으로 동시에 촬영하고 약 1년 반의 차이를 두고 개봉했다. '외계+인' 2부를 이해하기 위해 1부의 설명까지 보태지는 이유다. 1부를 봤다면, 그 내용을 담은 다음 두 단락은 읽기를 생략해도 좋다.
외계인들은 지구인의 몸에 죄수를 가두어왔다. 가드(김우빈)는 신검을 이용해 시공간을 넘어 외계인 죄수들을 관리한다. 여느 때처럼 가드는 탈옥한 고려시대 인간의 몸에 가둔 외계인 죄수를 처리하던 중, 그 인간의 딸과 함께 미래로 오게 된다.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썬더가 고려에서 미래로 아기를 데려온 것. 이들은 아기의 이름을 이안으로 짓고 함께 살아가기로 한다.
그러던 외계인 죄수의 우두머리인 설계자가 외계의 공기 하바를 싣고 지구로 온다. 하바를 터트려 지구의 대기를 바꾸고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런 외계인 죄수를 다른 시대에 가두고 하바의 폭발을 막기 위해 가드는 썬더, 이안과 고려시대로 향한다. 시간이 흘러, 이안(김태리)은 고려시대에서 천둥 쏘는 처자로 불릴 정도로 성장하고, 신검을 둘러싸고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등과 만나게 된다. 이안은 결국 신검을 얻고, 무륵은 자신의 안에 알 수 없는 존재가 있음을 각성한다.
이안(김태리)은 하바의 폭발을 막으러 신검을 사용해 미래로 향한다. 이 여정에 무륵과 두 신선도 함께한다. 그리고 자장(김의성)을 비롯한 외계인 죄수들은 하바를 폭발시켜 자신들의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미래로 향한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시공간을 넘어온 이들이 질주한다. 여기에 민개인(이하늬)까지 합류해 필연적인 최후의 결전을 펼친다.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 2부에서 1부에서부터 뿌려진 모든 떡밥을 완벽하게 회수한다. 앞서 언급된 인물들은 1부에서 우연으로 만난 듯했지만, 이들 모두는 사실 각자의 드라마를 가지고 서사 깊숙하게 담겨있다. 그렇기에 그들 모두가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영화 '도둑들', '타짜' 등의 작품에서 모든 캐릭터들이 관객의 사랑을 받게 한 최동훈 감독의 장기가 빛을 발하는 것. 특히, 무륵(류준열)이 거느리는 고양이 캐릭터 우왕이와 좌왕이에 담긴 서사는 이유없는 뭉클함까지 더한다.
1부에 이어 2부에서도 이질적인 것들이 계속 부딪힌다. 그 부딪힘은 물음표보다 느낌표로 남는다. 고려시대에서 미래와 외계 물질들, 미래에 나타난 고려시대의 도사와 신선들, 우주의 기술과 고려의 도술 등은 촘촘하게 직조된 서사 속에서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부적과 물건을 부풀리는 거울 등으로 외계인에 맞서는 신선들이나, 시공간을 넘어온 이들과 이들을 몇 대에 걸쳐 기다린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의 후손 등은 '뜰앞의 잣나무'라는 말처럼 여러 생각을 더 한다. 역시 마음은 확률로는 계산할 수가 없다.
387일이라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장기간 프로덕션 기간을 거쳐 완성된 작품이다. 여기에 더욱 강력한 외계인의 비주얼, 전복되는 열차, 김우빈에서 류준열, 김태리까지 이어지는 로봇 수트 등 풍부한 볼거리가 더해진다. 캐릭터가 부각되는 만큼 배우들의 호연와 케미도 눈에 도드라진다. 1부에서 우연처럼 만난 류준열과 김태리의 깊어지는 호흡도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너 안에 뭐가 있든 너는 그냥 너야"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존재가 되어준다.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 1부 이후 약 1년 반 동안 2부를 준비해 왔다. 그는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모두 다 끊임없이 질주하고 있다. 누군가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서, 누군가는 자신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 다들 질주하고 있다. 감성적인 운동성이라고 할까? 그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있고 장르를 따지자면, 감성적 액션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1년 반 동안 후반 작업을 하면서 계속 들었고, 이런 느낌을 관객 여러분들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1부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도, 외계인 죄수를 사람의 몸에 가둔다는 설정을 이해하고 있다면 2부를 즐기는데 무리가 없다. 배우들의 호연은 컴퓨터 그래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외계+인' 2부는 오는 1월 10일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