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2세대 항히스타민제’, 만성 기침에는 효과 없다
알레르기 비염의 표준 치료제인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만성 기침 조절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기침을 일으키는 기전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만성 기침 치료에 항히스타민제 등 비염 치료제가 사용되어 왔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물인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내약성이 우수해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만성 기침 환자에게 흔히 처방되어 왔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송우정·이지향 교수팀은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된 만성 기침 환자 49명을 2세대 항히스타민제 혹은 위약 복용 두 집단으로 나눠 2주 동안 치료 후 약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침 증상이 두 집단 모두 완화됐지만 호전 정도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침과 관련된 삶의 질에 대한 질문에 환자가 응답하는 레스터 기침 설문(LCQ)을 치료 전후로 실시한 결과, 두 집단 모두 기침 관련 삶의 질이 상승한 정도가 거의 비슷했다.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2주 후 설문 점수가 평균 12.49점에서 15.94점으로 3.45점 높아졌으며,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12.77점에서 15.81점으로 3.04점 높아졌다.
레스터 기침 설문 점수가 5점 이상 크게 상승한 환자 비율도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36%, 위약 복용 집단은 32%였다.
또한, 증상의 정도를 환자 스스로 100mm 가로선에 표시하는 시각아날로그척도(VAS)를 활용해 기침, 목 이물감의 중증도를 측정한 결과 두 집단 모두 호전됐지만 호전 정도에 있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기침 중증도 시각아날로그척도 점수가 평균 31점 낮아졌으며,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25점 낮아졌다. 목 이물감 시각아날로그척도 점수도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평균 28점 낮아졌는데,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27점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만성 기침 환자에게서 불필요한 약제 사용을 줄이는 계기가 되고, 추후 기침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송우정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만성 기침 환자에게서 흔히 동반되는 문제인데,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흔히 처방되고 있었다”면서,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알레르기 비염의 표준 치료제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만성 기침 조절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유럽호흡기학회 온라인 학술지인 ‘유럽호흡기저널 오픈 리서치(ERJ Open Research, IF=4.6)’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