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른 살' 유승호 "모든 선택은 도전에서 출발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 일을 하다 보니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 어른들이었고, 어른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 같았어요. 정작 제가 되어보니까 아직까지 저는 그 시절에 머무른 사람인 것 같아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제가 어렸을 때 상상했던 어른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2002년, 영화 '집으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게 했던 꼬마 유승호가 어느덧 서른 살이 됐다. 사실 대중의 입장에서 유승호를 본다면 아역 이미지를 지우고, 성인 연기자로서도 탄탄히 자리를 잡은 배우라는 생각이지만 여전히 유승호는 도전을 말한다. 최근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거래' 역시 이러한 도전에서 출발했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포스터타워에서는 '거래'(극본 홍종성, 연출 이정곤)에 출연해 열연을 펼친 배우 유승호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거래'는 우발적으로 친구를 납치한 두 청년의 100억 납치 스릴러 드라마다. 드라마와 달리 머리가 많이 자란 것 같다는 말에 유승호는 "올해 5월쯤에 작품을 마무리했고, 영양제를 먹으면서 빨리 머리를 길렀다"라고 답했다.
극 중 유승호가 맡은 이준성은 군대 전역 후 새 인생을 다짐하지만, '친구를 거래'한다는 납치극에 휘말리며 감정 변화와 고뇌를 겪게 되는 인물이다. 유승호는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나 작품에 대한 로망이 있고, 범죄나 스릴러 장르에 대한 호기심이 많이 있었다"라며 '거래'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유승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그는 "처음에는 긴장을 하고 모니터링을 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까 화면에 그런 모습이 담기는 것이 재미있었다"라며 "초반에는 제가 연기를 잘했는지 이런 것에 집중을 하며 보다가 나중에는 그런 것을 다 잊고 내용 자체에 빠져서 끝까지 보게 됐다. 저도 이런 적이 처음이라 굉장히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거래'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시작된다. 부잣집 아들인 민우(유수빈)가 술을 먹던 중 잠이 들고, 재효(김동휘)는 민우를 보며 눈빛이 달라진다. 의대생인 그는 대학 생활 도중 위기에 맞닥뜨리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우발적으로 민우를 납치하는 선택, 그의 모친을 협박해 돈을 요구한다. 준성은 처음에는 이를 말리려고 했으나 자신이 처한 상황 탓에 결국 재효에게 동조하게 된다.
"어떻게 납득을 시킬까가 첫 번째로 풀어야 할 숙제였다"라며 유승호는 "사실 초반에는 준성이라는 인물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하게 납치극에 합류하며 흐름을 깨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옳고 그름의 순간에 고민하고 어떻게든 잘 풀어가려고 하는 그런 모습을 봐주시면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조금 해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유승호는 이어 "본격적으로 납치극을 벌이는 것은 재효라는 인물이 주로 잘 해주었고, 준성이 같은 경우는 마음이 약한 납치범이라 민우를 챙겨주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라며 "김동휘 배우와 호흡을 하면서 좋았던 점이 정말 순발력이 있고 집중력이 높은 배우다. 먼저 저한테 이렇게 해보자는 의견도 많이 제시했고, 오히려 제가 의지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납치범 안에서도 선과 악이 존재하는데 재효 덕분에 준성이의 선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호흡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민우를 둘러싼 준성의 고민은 깊어지고, 재효와의 갈등은 심화된다. 유승호는 "준성이는 자신이 가진 최소한의 도덕적인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는 인물이다"라며 "재효에게 민우가 인질이었다면, 준성이는 그를 친구라고 이야기한다. 납치극 인질이기 전에 친구라는 것을 마음에 가져갔기 때문에 점점 스트레스가 쌓인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여기에 이들의 납치극을 목격한 수안(이주영)의 예상치 못한 죽음이 더해지고 건드려서는 안 될 '검은 돈'에 손을 대는 등 '우발적'으로 시작된 납치의 스케일이 감당할 수 없는 범죄로까지 확장된다.
이러한 상황이 거듭된 탓에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준성은 혼자 차 안에서 이를 치료하며 눈물을 흘린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장면 중 하나였다고 말하자 유승호는 "저도 찍을 때 되게 재미있던 신이었다"라며 "그때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십 대인 한 청년의 설움만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처절한 바닥까지 온 것에 대해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처지에 눈물이 나서 그런 장면이 탄생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승호는 여기에 더해 "차에서 혼자 설움이 폭발한 뒤 잘 해결해 보려고 하지만, 결국 다음 회차에서 폭발하는 계기가 있다. 억눌렸던 것을 조금 더 준성이의 방식으로 표현을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한 7, 8회 차에 대해 "정말 개개인의 감정을 비롯해 모든 상황이 다 폭발해버리는 회차가 될 것 같다. '부국제'에서 이 드라마를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는 말에 '휘몰아친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말이 저희 드라마와 가장 닮아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궁금증을 높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완성한 유승호는 "유승호라는 사람이 이런 모습도 보일 수 있고, 괜찮다는 반응을 기대했다"라며 "사람들이 나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은 됐지만, 다행히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승호는 이어 "나이가 서른이 넘어, 서른하나가 되면서 내가 조금 더 잘 하고 편한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도 경험하면 그 속에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이번 도전의 의미를 돌아봤다.
유승호의 도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올해 초에는 리얼리티 '잠적'을 통해서 카메라 밖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유승호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됨과 동시에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회사(YG엔터테인먼트)를 선택한 것도 다 도전에서 출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매일 그런 마음이 있다. 좀 더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고,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한다. 하지만 마음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새롭게 도전해 보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하면서 별것 아닌 것들도 바꿔보고 그렇게 계속 하고 있다. 그러면 저도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되지 않을까요? 이번 작품 역시 그러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유승호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는 오는 27일(금) 오전 11시 7, 8화를 공개한다. 우발적 납치극이 살인 사건으로 흘러가며 목숨까지 위협받는 가운데, 이날 공개되는 회차에서는 '민우 엄마'의 검은 세력이 세 사람의 턱 밑까지 쫓아온다. 여기에 결국 수백억을 손에 쥐게 됐지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극도의 불안 상태인 세 친구는 새로운 제안과 배신을 거듭하며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