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농무부가 1만 명 이상 농부에게 디지털 옷을 입힌 비결
[AgTech in 실리콘밸리] ⑤티파니 보바 세일즈포스 에반젤리스트 인터뷰
“농부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디지털 기술은 무엇일까? 고객 관점에서 보자”
[편집자 주]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 등의 문제로 ‘식량 위기’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한국은 많은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 위기에 취약한 국가입니다. OECD로부터 식량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취약한 국가 1위로 꼽히기도 했지요. 이에 인공지능 전문매체 THE AI는 식량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알고자 미국 실리콘밸리로 향했습니다. 첨단 농업 기술을 뜻하는 ‘애그테크’(AgTech)를 탐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결과를 담은 기획이 [AgTech in 실리콘밸리] 입니다. 이번 기획으로 많은 독자분께서 국내 식량 위기의 심각함을 알고 스마트 농업에 관해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차 산업인 농업에 4차 산업 혁명 바람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로봇 등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농업’이다. 농촌 인구와 농지 면적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식량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존디어와 같은 선진 기업은 이미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농지를 다니며 씨앗을 심는 자율주행 트랙터를 내놨고, 국내에서도 카메라와 같은 센서를 단 장치가 레일을 타고 다니며 작물 데이터를 취합해 문제가 있는 경우 빠르게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상용화됐다. 이외에도 디지털 온실, 자율 수확 기계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원 등 관련기관에서 연구개발(R&D)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실제 농가와의 괴리감이다. 4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농업 혁명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농가에서는 여전히 먼 미래로 체감하고 있다. 현역 농부 입장에서 기술 사용은 어렵고, 이를 도입하려면 높은 비용이 발생해서다. 실제로 자율주행 트랙터나 로봇, 작물의 데이터를 취합하는 장치를 도입하려면 큰 금액이 발생한다. 소규모 농장에선 이를 도입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 농업 기술이 별도 단지에서만 운영되고 청년 농부 대상으로 확산하려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 농업이라 불리는 선진 농업 기술은 농부가 보유하고 있는 농지 규모에 따른, 또 농부의 연령에 따른 새로운 양극화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기술이 도입될 때 사회적 문제를 겪듯 농업 발전을 위한 과도기이고, 많은 국가에서도 함께 겪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외되는 농부를 마냥 지켜볼 수도 없다. 이에 미국 농무부는 실제 농부들이 현 상황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를 찾아 선제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다. 지금 당장 도입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고, 고도화된 기술은 지속 R&D 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농부들은 디지털 기술에 점차 익숙해지고 기술의 유용성을 체감하게 되면서 스마트 농업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대표적으로 적용한 기술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다. 미국 농무부는 2017년 허리케인 사태로 식량 생산이 줄고 온라인 시스템이 마비되자 각 농부를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인 세일즈포스의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을 도입했다. 당시 허리케인으로 온라인 시스템이 마비돼 농부나 목장주들은 농사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에도 장거리를 운전해 허리케인 피해 지원 프로그램에 등록하러 가야 했고, 납품처 등도 직접 찾아야 했다. 이에 농무부는 웹사이트에 필요한 내용을 쉽게 등록하고, 기타 프로그램의 최신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포털을 개설했다. 농무부의 고객 서비스 담당자도 이 포털을 사용해 고객과의 교환 기록과 정보를 통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농부와 고객 데이터가 클라우드 상에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마련되자 농산물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필요한 농작물이 어디에서 생산되는지, 또 얼마만큼 양이 있는지 등의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반대로 농부들은 신청, 판매 등을 한 번에 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작물이 무엇인지 인사이트를 분석해 수요에 맞는 농업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생겼다.
이는 미국 정부가 농민에게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찾아 도입해 전체 농가의 업무 효율을 높인 사례로 꼽힌다. 농지 규모에 상관없이 소작농도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업무 효율을 높였고, 농가에선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또 농민들은 디지털 기술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사례는 정부가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성공한 사례로도 회자된다. 그렇다면 한국 농업에도 농민 모두의 생산성을 높이는 사례를 만들 수 있을까. 해당 솔루션을 공급한 세일즈포스에 연락해 티파니 보바 에반젤리스트와 이야기를 나눴다.
티파니 보바 에반젤리스트는 IT분야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에서 유명 애널리스트이자 연구원으로 10년 이상 근무 후 현재 세일즈포스 애반젤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는 IT 분석 전문가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휴렛팩커드, IBM, 오라클, SAP, AT&T, 델, 아마존, AWS 등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과 스타트업들을 도와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매출을 증가시키는 데 공헌했다. 한국에선 ‘그로스 아이큐(Growth IQ) : 성공을 위한 10가지 결로’ 책 저자로 유명하다. 월스트리트 저널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책이다. 보바 에반젤리스트는 이번 인터뷰에서 “농업에서의 디지털 혁신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며 “많은 기술이 현재 발전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을 농민과 그리고 기술과 연결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그동안 가트너와 세일즈포스 등에 근무하며 많은 기업의 성장을 도왔다. 농업 관련 일도 있나.
“당연하다. 대표적으로 약 15년 전에 가트너 애널리스트로 근무할 때 테크 기업들과 농업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 기상과 토지를 분석해 어떤 작물을 심으면 좋을지 등을 보완하는 기술과 스마트 트랙터 등에 관한 논의를 했다. 사실 농업은 수많은 변화를 겪어 온 산업이다. 수백 년간 이어오며 많이 변화했다. 맨손에서 시작해 도구가 개발됐고, 동물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기계가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 농업 업무 방식은 다시 변화하고 있다. IoT와 같은 4차 기술이 등장하면서다. 많은 기업이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 농업 혁신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두는 기술은 무엇인가.
“대부분 스마트 농업을 얘기할 때 자율주행 로봇, 트랙터, 디지털 온실 등에 대해 얘기한다. 맞는 말이지만, 조금 더 큰 그림에서 볼 필요가 있다. 농업 혁신이 필요한 이유는 농민의 업무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다. 농촌 인구는 지속 고령화되고 청년층은 줄고 있다. 농업이 힘들다는 인식도 많다. 따라서 업무의 변화가 필요해졌다. 또 최근 식량 안보가 문제가 되면서 식량을 낭비하지 않고 활용하는 방법이 중요해졌다. 이 모든 것이 농업 혁신 기술에 담겨야 하다. 이 때문에 최근 농업 분야에선 SaaS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에 관한 관심이 높다. 농업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고, 공급망을 보다 가치 있게 제공할 수 있어서다.”
- 에반젤리스트 관점에서 농부 업무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농업에서의 디지털 전환이 고도화돼야 한다. 일반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오랫동안 하면서 업무방식을 변화해왔다. 여러 플랫폼이 등장했고, 이곳에서 AI나 데이터 분석을 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그런데 농업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아직 고도화되지 않았다. 사실 농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중요하다. 농부는 매우 바쁜 직업이다. 또 시간과 시기에 맞춰 수행해야 할 업무와 과제가 많다. 이러한 농부가 본연 업무에 충실하기도 어려운데 재고 관리, 납품, 고객 정보 분석 등 신경 쓸 요소가 많다. 그렇다고 고객 분석을 안 하면 공급이 많은 작물을 재배해 순익이 남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러한 업무를 한 곳에서 모두 관리할 수 있는, 즉 모든 업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 공급망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때 식량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물건이 언제 어떻게 오고 가는지에 관한 가시성이 떨어졌고, 식료품이 낭비되는 일도 생겼다. 한 국가와 도시에서도 이런 일이 생겼고, 식료품을 무역하는 상황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이 같은 식품의 이동을 농부가 한 곳에서 모두 알 수 있다면 식량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어느 지역에선 어떤 식품을 많이 원하는지도 알 수 있고, 반대로 어떤 지역에선 어느 작물을 많이 생산하는지도 알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식량 불균형 문제 역시 해결될 수 있다.”
- 결국은 플랫폼과 연결이 중요한 것 같다. 세일즈포스는 이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나.
“실제 사례를 얘기하면 미국 농무부는 2017년 세일즈포스 솔루션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간 연결을 강화하고 필요한 정보 등을 교류하기 위해서다. 우리 솔루션을 통해 1만 명 이상 농부와 직원이 농축산 관련 데이터를 교류하고 인사이트를 확보하고 있다. 또 우리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식품 이동 현황 등을 분석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부의 업무를 간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특히 소작농에게 필요하다. 농업 기업이 아닌 개인별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겐 정보를 교류하며 쉽게 업무할 수 있는 툴이 필요해서다. 한국 정부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마련해준다면 농부들의 업무 효율화가 이뤄지고 디지털 기반 농업에 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 조사해보니 AgriWebb 사례도 있더라. 이것은 무엇인가.
“AriWebb은 시간이 부족한 농부들이 상호작용하며 판매를 간소화할 수 있는 도구다. 앞서 대답과 일맥상통할 수 있는데, 농부는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도 바쁘다. 이들을 위해 세일즈포스는 모바일 환경에서도 손쉽게 농축산물 이동과 재고 관리, 주 고객층의 요구사항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당 앱을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이 세일즈포스 CRM을 통해 이뤄진다. 농부와 고객을 연결하고, 또 농부와 다른 농부를 연결하고, 또 다른 직원을 연결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 다른 비결은 커스터마이징에 있다. 세일즈포스 플랫폼은 각 산업과 특성이 쉽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필요한 것들을 임베디드만 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자 편의성이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농업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 미국 농부는 부자가 많고 영토도 넓더라.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세일즈포스 솔루션은 우리 한국 농부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세일즈포스는 20년 동안 직원이 1~5명인 영세한 기업의 소규모 비즈니스를 지원해왔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많은 교훈을 얻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우리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소규모 비즈니스를 지원해 성숙한 시장을 만든 경험이 있고, 이러한 사업 활동은 한국 농민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다. CRM이나 모바일앱 사용 방법 등을 함께 배우고 농업에 커스터마이징하는 방법 등을 함께 한다면 높은 비즈니스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조사해보니 스마트 농업과 관련해 한국형 모델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한국은 디지털 기술에 우선한 솔루션에도 많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러한 활동과 노력을 직접 농부와 연결해 접목할 수 있는 것부터 적용하다 보면 규모에 상관없이 높은 성과가 발생할 것이다.”
- 성공적인 농업 디지털 전환을 위해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
“모든 것을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데이터 관점에서 봐보자. 농부가 고객이라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할까. 식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고객이라면 또 어떤 데이터를 원할까. 이처럼 고객 관점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그려가다 보면 서로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 그 부분부터 차근히 이어보면 좋을 것 같다. 디지털 전환은 연결이 중요하다. 일괄적인 방식보다 함께 소통하며 공통점을 찾고 그 부분부터 노력하면 답이 보일 것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없는 분야라면 이러한 연결이 더 중요하다.”
- 최근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테크 분야에 오래 종사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나.
“테크 종사한 기간이 30년 이상이다. 과거에는 기술이 산업체 전유물이었다. 비즈니스 용도로 많이 사용됐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10년, 그리고 20년은 어떻게 기술이 사용될지 정말 기대된다. 세일즈포스는 데이터분석 플랫폼 ‘태블로’와 AI 도구인 ‘아인슈타인’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이 앞으로 얼마만큼 활용될지 생각하면 설레고 흥분된다. 이러한 기술들이 앞으로 공익을 위해 선의적으로 사용됐으면 좋겠다. 악의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렇게 활용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정말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