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로코 아닌 코맨스"…강하늘의 선, 정소민의 색으로 완성된 '30일'
"로맨스 코미디가 아닌, 코미디 로맨스입니다."
6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 '30일' 제작보고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남대중 감독과 배우 강하늘, 정소민이 참석했다. '30일'은 드디어 D-30,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의 코미디 영화.
남대중 감독은 "뜨거운 사랑을 했다가 피 터지는 신경전을 겪고, 이별을 앞둔 상황에서 동반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로 깨어난 두 사람의 이야기"라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된 상황 이후 어떤 코미디가 펼쳐질 것인지 예측 불허가 된다"라고 소개했다.
극 중 강하늘은 자칭 '인텔리전스'와 '핸섬'을 자랑하지만, 남다른 찌질함을 가진 변호사 '노정열'로 분한다. 강하늘은 "개인적으로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 찌질한 면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모습이 많이 보일 캐릭터"라고 자신의 역할을 소개했다. 남대중 감독은 "강하늘 배우 같은 경우 제가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멋있음과 찌질함을 호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배우가 아닐까 생각을 했다. 제가 생각한 이상으로 캐릭터 표현을 잘 해주셨다"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특히 코미디로 돌아오는 강하늘의 활약에 기대가 쏠린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강하늘은 "제가 앉은 자리에서 쭉 대본을 읽으면 보통 선택을 하게 되는데 '30일' 역시 그랬던 작품"이라며 "다 읽고 나서 제가 예전에 겪었던 연인과의 관계도 생각났고,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땠을까도 떠올랐다. 이런저런 상상을 더하다 보니 대본이 끝이 났고, 이 작품을 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코미디 연기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만 했다"라며 "이전에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에 남대중 감독은 "코미디 연기는 작은 한 끗의 차이로 웃기냐, 혹은 덜 웃기냐인데 강하늘 배우 같은 경우 그런 센스를 많이 타고난 것 같았다. 순발력이 좋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여러 의견을 냈고, 상대방의 연기까지도 잘 빨아들여 좋은 에너지를 내뱉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하늘 배우의 연기는 늘 그랬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라고 자신했다.
정소민은 본업에 충실하고 매사 똑 부러지는 당당한 성격이지만, 은은한 광기를 자랑하는 영화 PD ‘홍나라’를 연기한다. 역대급 코믹 연기가 기대된다는 말에 정소민은 "대본이 정말 재미있었다"라며 "제가 뭐를 따로 욕심부리지 않아도 열심히 연기만 하면 재미있게 흘러갈 수밖에 없게 되어 있어서 저 또한 기대가 된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 등을 통해 파격에 가까운 변신에 나선 정소민의 모습을 일부 만나볼 수 있었다. 남대중 감독은 정소민에 대해 "실제로는 재미있는 면이 많다. 특히 코미디에서는 센스만큼이나 리액션이 중요한데, 그런 것을 갖추고 있다"라며 "정소민 씨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이번 영화에서 많이 보여준다. 제가 걱정스러울 정도였고,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마우면서도 그러한 모습을 보는 제 모습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극했다.
다만 이러한 코미디 연기에도 정소민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비결이 있는지 묻자 "사실 저는 망가져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고, 코미디가 재미있는 것은 그 상황인 것 같다. 저 같은 경우 상황에 집중하려고 했던 것인데 밖에서 볼 때는 그게 재미있어 보인다는 점이 코미디의 매력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남대중 감독은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다운 척을 하지 않았던 것이 더 아름다웠던 느낌"이라고 칭찬해 훈훈함을 더했다.
무엇보다 강하늘과 정소민이 만들어갈 케미스트리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스물'에서 극 후반 커플로 이어지며 훈훈한 엔딩을 맞았던 것 이후 약 8년 만에 재회하게 됐다. 남대중 감독은 "두 분이 워낙 케미가 좋았다"라며 싱크로율에 대해 "백 퍼센트라고 하기에도 아까울 정도인 백만 퍼센트다. 정말 잘 맞았고 시나리오 단계에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까지 현장에서 만들어주셨다"라고 말했다.
강하늘은 오랜만에 만난 정소민에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소민 씨가 한다고 해서 이거는 됐다고 생각했다"라며 운을 뗀 강하늘은 "걱정할 것 없이 편하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소민 씨를 되게 오랜만에 봤는데 진짜 '스물' 때와 똑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소민 씨와 만남을 앞두고 영화 '스물'을 다시 봤는데 저는 많이 변했더라고요. 그게 신기했다"라고 전했다.
이에 정소민은 "저도 같은 생각을 했다. 화보 촬영 당시 실제로 같은 말을 했었다. 이렇게 통하네요"라며 "정말 편안하고 든든했다. 촬영을 하면서 서로 부정적인 반응을 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제가 의견을 내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성격인데, 어떤 의견이든 '좋아' 이런 식으로 받아주니까 그런 티키타카 호흡이 좋았고, 촬영하면서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라고 답해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두 사람은 평범하게 사랑과 이별을 겪는 것이 아닌, '동반 기억상실'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또 다른 관계성을 형성해 가야 했다. 정소민은 "기억이 사라졌다고 해서 나라의 아이덴티티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선을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림에 비유하면 나라의 색은 그대로 남겨두고, 선만 지운 것 같은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강하늘은 "처음 모습과 후반에 달라지는 모습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관통시키는 선이 중요했다. 기억을 잃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면 극 자체의 진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까지 그걸 표현해야 처음과 끝이 연결되는 느낌으로 갈 수 있을까가 고민이 됐던 것 같다"라며 "저 같은 경우는 만약 그림을 그렸다면 선을 남기고 색을 뺀 느낌"이라고 답했다.
이에 남대중 감독은 "두 배우의 선과 색을 잘 조화시키고자 서로 많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라며 "사실 저 개인적으로 우려를 했던 것은 두 분이 예전에 연기를 같이 한 이력이 있고 워낙 친하시다 보니까 오히려 기억상실 이후에 그런 모습이 잘 그려질까 걱정을 했는데, 저만의 기우였다. 저희가 현장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관객분들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하며 두 사람의 연기 호흡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이러한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 외에도 두 사람의 가족들과 친구들의 관계까지 얽혀지며 작품에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 특히 김선영은 강하늘이 맡은 '정열'의 모친인 '숙정' 역으로 오랜만에 재회했다. "진짜 우리 엄마 같은 느낌이었다"라며 강하늘은 "잘 챙겨주신 것도 있지만, 선배님께서 연기할 때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데 실제 저희 어머니도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신다. 촬영하면서 엄마 생각도 많이 났고, '동백꽃'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라고 돌아봤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해온 조민수는 차가운 얼굴 뒤 누구보다 딸 '나라'를 위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보배'를 맡아 코믹 연기에 도전한다. 정소민은 "사랑스럽고 소녀 같은 매력을 보여주실 것"이라며 "반전 매력을 가진 캐릭터"라고 소개해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 외에도 송해나, 엄지윤, 황세인, 이상진 등 개성 강한 신예들의 활약까지 더해져 신선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한편 영화 '30일은 오는 10월 3일 개봉한다. 추석 연휴 말미 개봉일을 확정한 것에 대해 강하늘은 "연기자 입장에서 개봉 시기를 정할 수는 없지만, 좋은 시즌에 개봉하게 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보셨을 때 후회 없이 그 시간을 쓰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소민 역시 "추석도 그렇고, 연휴도 그렇고 기분이 좋은 시간이다. 그런 시간에 잘 어울리는 장르의 영화인 것 같다"라며 관람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