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2'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 2(이하 '디피2')가 공개된 이후, 다양한 화두가 이어졌다. 지난 2021년 공개된 '디피1'이 큰 사랑을 받았고, '디피2'는 그 바통을 받았다. 바통이라고 하지만, 군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그 줄기는 결국 하나였다. '디피1'에서는 탈영병을 '데려오는'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의 이야기가 주였다면, '디피2'에서는 조석봉(조현철)이라는 큰 사건을 겪은 '디피1'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변화를 보여준다. 그래서 군 수뇌부로 시선을 향했다. 그 흐름은 시즌 1과는 달랐고,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디피2' 현장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디피2'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

"준호와 호열, 두 인물의 이야기가 사실 시즌 1 때 조석봉(조현철)이라는 인물의 귀결 아닌 귀결로 끝났지 않았나. '두 인물이 그런 일을 겪은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이 '디피2'를 만드는 방향성이었다.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그런 사건을 겪은 후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방식으로 답을 찾아갈지를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인물들을 쫓아가게 된 것 같다. 대본이 마치 생명체같이 쓰여졌다."

Q. 조금 구체적인 상황으로 들어가면, 극초반 호열(구교환)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등장한다. 못하는 것이었나, 안 하는 것이었나.

"스스로 입을 닫고 하지 않는 건지, 하지 못하는 건지 사실 정하고 촬영하지 않았다. 구교환 배우가 아마 연기하기 힘들었을 거다. 물어보셨지만 '정하지 않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게 호열이라는 인물인 것 같다. 석봉이 같은 큰 사건을 겪지 않았나. 그럴 때 사람들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호열이에게 말이지 않았을까 싶다."

'디피2'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지섭(손석구)과 서은(김지현)은 이혼한 부부 사이로 등장했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

"정말 가까웠지만 멀어져 버린 사이인 누군가가 등장하면 어떨까하는 것이 처음의 생각이었다. 특정 인물과의 관계를 떠나서 군인이었다가 민간인이 된 사람의 태도와 입장을 서은을 통해서 구현해 보고 싶었다. 지섭같은 주요 인물과 가깝고도 먼 관계가 있으면 그림이 좋겠다 싶었다."

Q. 준호와 호열이의 버디무비 같은 느낌은 줄어들고, 임지섭(손석구)의 분량이 늘어났다. 이유가 있을까.

"'준호와 호열이 시즌 1에 비해 적어졌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 앞에서 누군가 총을 쏜 그 큰 사건을 겪은 후 예전처럼 살아가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작가님과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그러다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극복하고 어떤 것이라도 해보려고 하는 걸 그려가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마지막에 육군 본부 간부와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야기 서사가 됐다. 결국 준호, 호열, 범구, 지섭 중 간부의 역할이던 지섭이에게 불이 붙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향하는 구성이 됐다."

'디피2'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시즌 2에서 준호(정해인)의 액션이 빛을 발했다. 묵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었다.

"안준호라는 인물이 정말 보기 드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액션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사회에서 '이거는 좀 이상한 거 아니에요?'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정해인의 표정이나 얼굴이 그런 이질감을 상쇄시켜 주는 것 같다. 잘생겨서만이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융통성 없는 얼굴이 있다. 그런 사람이 안준호로 임해줘서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Q. 결국 마지막 희생이라고 하면 희생은 박범구(김성균)의 몫이었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

"'디피' 12개 에피소드를 따라가며, 점점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보이길 바랐다. 그 정도 일을 겪으면,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눈앞에서 누군가 죽고, 내가 챙겨주는 자식 같은 아이들이 외상을 입고, 어떤 염증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국가가 사과하는 건 정말 드문 순간이지 않나. 이를 위해 누군가 결단을 내리고 내부 고발을 해야 했다. 드물지만 그런 분들이 실제로 존재했다. 꼭 좋은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시리즈 속에 또 다른 종류의 리얼리티라고 생각한다."

'디피2'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그런 의미에서 '국가'를 상징하는 구자운(지진희)은 정말 강렬했다.

"구자운은 시스템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의인화된 인물이지만, 시스템이라는 것이 다채로우면서도 넘지 못할 벽 같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며 만든 캐릭터였다."

Q. '이 자리를 빌려 고생시켜서 사과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나.

"모든 스태프들에게? (웃음) 시즌 1때와 모든 키스태프와 배우들이 비슷하다.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구교환 배우 같다. 그 역할이 굉장히 어두워지고, 무언가 힘든 순간들이 계속되는 역할이었다. 시즌 1 때의 한호열은 늘 위트있으면서도 마음속에 유약함을 숨겨두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군대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굉장히 힘든 일을 겪게 됐다. 그 후 이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게 되는지가 어려운 도전이었을 거다. 감정적으로 구교환 배우가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다들 무언가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을 채워야 해서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디피2'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호열의 과거 상처와 연결된 에피소드로 드랙퀸 장성민(배나라)이 등장하지 않나. 구교환 배우가 출연한 영화 '꿈의 제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꿈의 제인'을 좋아하긴 하지만 해당 에피소드와 연관성은 없다. 군대에서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없게 된 분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선과 악으로 구분될 수는 있겠지만, 군대에 징병 돼 온 인물들을 특정한 가해자나 피해자라는 한 방향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김루리(문상훈)도 가해자였지만 피해자였고, 심지어 황장수(신승호)도 그랬다."

Q. 이설, 원지안, 그리고 조현철까지. 시즌 1 때 등장했던 인물들이 깜짝 등장해 반가움이 더해지기도 했다. 시즌 1 때의 인물을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

"저는 '디피'가 시즌 1과 2로 나뉘어 공개됐지만, 쭉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한 호흡으로 보신다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다'라고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면 더 유기적으로 인물이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신혜연(이설)은 시즌 1에서 동생을 먼저 보내고 절망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시즌 2에서는 군 인권 보호를 위해 일하게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 '디피'를 12개 에피소드를 가진 하나의 이야기로 봐주신다면 조금 더 납득하거나, 재미있게 보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디피2'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가장 궁금한 이야기다. '디피' 시즌 3에 대한 계획이 있나. '디피2'에서 제대한 한호열(구교환)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건가.

"시즌 3까지는 정말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봤다. 늘 말씀드리지만, 시즌을 넘어가고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건 제 의지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다. 시즌 1 때도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좋은 매듭을 지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시즌 3까지는 모르겠지만, 시리즈 밖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캐릭터들이 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었다. 시즌 3으로 간다면 그들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며 보내준 인물을 다시 힘든 이야기 속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 그래서 아직 그 생각을 많이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단은 그 캐릭터들이 정말 잘 지냈으면 한다."

Q. 쿠키영상에서 조석봉(조현철)의 모습을 등장시킨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인가.

"저는 그것도 준호와 석봉이가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귀결이었던 것 같다. 인물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내고 있지 않나. 황장수(신승호)도 그렇고. 하지만 준호(정해인)을 만났을 때 분명히 느낄 상흔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석봉이도 얼굴은 다쳤지만, 봉합해 나가는 얼굴로 준호를 만나서 말을 걸어 주고. 인물들이 최소한의 따뜻함을 가지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디피2'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연출로 참여한 '디피' 시리즈도 그렇고, 크리에이티프 디렉터로 참여한 '약한영웅'에서도 폭력이라는 화두가 등장한다. 이런 화두를 만드는 이유가 있을까.

"시스템 안에 있는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제가 한국 사회에서 자라오며 어떤 시스템 안에 있는 개인은 폭력과 멀리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표현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시스템 문제야'라는 건 단순한 담론일 수 있지만, 어떤 개인의 책임인가에 대해서는 국가가 명확히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사건·사고에 대해서 책임지기 위해 국가가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12부에 쓴 자막처럼. 그런데 그런 종류의 일들에 항상 책임을 지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에 개인은 무력해지는 경우가 많다.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조석봉 사건으로 끝나고 시작해야 하는 시즌2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더라. 그 이야기 없이는 '디피2'의 존재가 좀 애매해지는 것 같았다. 제가 정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냥 개인으로서는 국가가 조금 더 책임을 지거나 사과하는 태도가 있어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디피2'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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