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수진, 예쁨 내려놓고 얻은 대표작 '형사록'…"내겐 대박 작품"
'형사록' 시리즈 속 강력계 형사 이성아는 감정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눈엔 늘 주변인에 대한 애정 어린 눈빛이 흐른다. 경수진은 그런 성아를 현실에 있을 법한, 또 현실에 있길 바라는 형사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형사록' 시즌2를 마친 경수진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경수진에게 '형사록'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처음으로 해본 시즌제 드라마였고, 다른 작품과 달리 '예쁨'을 내려놔야 했다. '형사록'을 통해 얻은 모든 경험이 좋았다고 말한 경수진은 이날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가득 드러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가 시즌제를 처음 해봐요. 시즌1 촬영 끝나고 잠깐 쉬는 시간이 있는데 조금 낯설기도 하더라고요. 시즌2는 어차피 같은 배우들과 하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도 나오고 하다 보니까 풍성하고 재밌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즌제는 한 번 쉬어가면서 배우들과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 있어서 되게 좋았어요."
'형사록'은 장르물 팬들 사이에선 꽤 입소문을 탄 작품이다.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나쁜 녀석들' 시리즈, '38사기동대' 등을 이끈 한동화 감독의 연출력,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까지 더해진 수작이었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늘 흥행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경수진은 "자신에게 '형사록'은 대박 작품"이라고 말했다.
"'형사록'은 대본을 딱 받는 순간 다음 화를 궁금하게 만드는 게 있었어요. 그래서 이 드라마가 잘 만들어진다면 대박 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참여했죠.(웃음) 저는 상을 받게 되는 것만이 대박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래도록 전해질 수 있는 드라마가 대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형사록'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저에겐 분명 대박 드라마예요. 어떻게 보면 제가 이 작품으로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기 때문에 저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박이죠."
'형사록' 시즌2 현장은 어땠는지 묻자, 경수진은 배우들과의 현장은 어김없이 좋았고, 업그레이드된 액션도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성아에 몸담은 시간만큼 경수진은 더 '형사록'에 스며들었다.
"우리 현장은 쉴 틈 없이 대화하고, 서로 안부를 묻는 현장이었어요. 이성민 선배님께서 그런 리드를 잘 해주셨거든요. 후배가 먼저 다가가는 것보다 먼저 친구 같은 분위기로 편하게 해주셨어요. 그런 점 때문에 김신록 선배님이 시즌2 합류하셨을 때 부담스럽지 않으셨나 싶어요. 하지만 새로운 배우가 오면 다 아우르는 이성민 선배님이 계셨기 때문에 분위기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액션 연기 정말 어렵더라고요. 제가 운동을 되게 좋아하는데, 그것과는 별개의 메커니즘이었어요. 또 카메라 앞에서 하는 무빙이 달라서 어려웠는데, 같이 했던 무술 감독님이 그런 합을 잘 짜주신 덕에 잘 나온 것 같아요. 게다가 제 대역을 해준 액션배우 친구도 정말 잘 해줘서 액션이 더 힘 있게 나온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경반장'이라는 애칭을 얻은 경수진. 털털한 성격에 뭐든 스스로 해내고 마는 듬직함을 가진 그는 자신의 매력을 가득 담아 성아를 연기했다. 실제로 이성민이 예능 속 경수진의 모습을 보고 성아 역에 그를 추천했을 정도다. 경수진을 만난 한동화 감독은 '예뻐 보이지 않기'를 요구했다. 성아가 꾸며진 형사가 아닌 진짜 형사처럼 보여지길 원했기 때문일 터다.
"저를 '형사록'에 추천해 주신 것도 사실 이성민 선배님이에요. 선배님이 저를 추천하신 이유가 예능 '나 혼자 산다'에 나온 모습을 보면서 '쟤 성아랑 어울리겠다' 하셨다더라고요. 예능적인 이미지 덕을 많이 봤어요. (웃음)"
"성아 연기를 하기 전에, 감독님께서 제게 '예쁘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꾸미지 않기를 바라신 거죠. 그런 말씀이 있으셔서 그냥 더 편안하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화장을 다 지우고 내추럴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옷도 더 박시하게 입으면서 외형적으로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메이크업도 더 해주려고 하면 '아냐 괜찮아'하고 머리에 스프레이도 안 뿌리고, 최대한 모든 것을 빼려고 했어요."
경수진과 성아는 닮은 듯 다르다. 털털하고 꾸밈없는 성격이라는 점에선 닮았지만, 디테일하게 보면 성아는 너무 시니컬하다. 스스로도 소탈한 면에선 성아와 닮은 것 같다고 말한 경수진은 성아를 통해 배운 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성아와 경수진요? 많이 달라요. 저는 감정이나 표현할 때 되게 솔직한 스타일인데 성아 같은 경우는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편이잖아요. 감정도 잘 드러내지 않고요.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약해지지 않으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성아가 가진 소탈한 면면은 저와 비슷해요. 그런 부분에서 시청자분들이 저와 성아가 잘 맞다고 봐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성아를 연기하면서 교훈을 얻기도 했어요. 듬직하고 의리 있는 모습, 또 누군가를 리스펙할 수 있는 마음이 대단하더라고요. 성아가 택록에게 그랬듯, 저도 이성민 선배님을 리스펙하게 됐고요. 제가 선배님께 이런 말씀을 많이 드려요. '너무 멋있으시다'고요. 매 순간 선배님과 연기를 하면서 정말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됐어요."
경수진은 '형사록'을 통해 최근 열린 '청룡시리즈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이 시상식에는 후보자 이성민, 경수진, 시상자 김신록, 이학주가 함께 레드카펫에 서기도 했다. 팀으로서 함께 레드카펫에 오른 건 이성민의 생각이었다. 그만큼 '형사록' 팀은 현장 안팎에서도 남다른 합을 뽐냈다.
"저에게 형사록은 정말 합이 좋았던 드라마였어요. 감독님, 배우들, 현장 스태프분들까지 모두 견고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촬영 초반엔 학주와 '우리만 잘하면 되겠다'하는 얘길 하기도 했죠. 하하. 전체적으로 우리 현장은 견고한 둥지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형사록'은 지난해 10월 시즌1이 공개된 후 지난달 시즌2까지 선보였다. 시즌2 말미 팀장으로 승진한 성아의 모습이 그려진바, 경수진은 "시즌3 불러주시면 팀장에서 반장이 되는 성아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시즌3를 염원했다. 그러면서 아직 '형사록'을 시작하지 않은 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형사록'은 정주행하기 좋은 드라마예요. 아직 안 보신 분들께 한 말씀 드리자면, '안 본 눈 삽니다'라고 할 정도예요.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재밌는 드라마니까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