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왼쪽)와 연출한 이정림 감독 / 사진 : 넷플릭스, SBS 제공

SBS 드라마 '악귀'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와 이를 연출한 이정림 감독이 각각 작품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종영을 2회 앞두고 서면으로 질문을 받았고, 다시 서면으로 답변이 돌아왔다.

'악귀'는 지난달 29일, 시청률과 호평을 모두 잡으며 종영했다. '악귀'는 원치 않았던 악귀에 씐 구산영(김태리)이 염해상(오정세), 홍새(홍경) 등과 함께 미스테리한 사건과 악귀의 정체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김은희 작가는 "귀신보다 사람이 보이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귀신도 한때는 사람이었던 존재니까 그 귀신들에게도 나름의 이야기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다"라고 작품에 주안점을 둔 지점을 밝혔다. 이어 이정림 감독은 "인물들의 첫 등장이나 공간 구현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또 악귀를 비롯한 귀신들, 상황을 묘사할 때 지나치게 화려한 VFX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익숙하면서도 무섭고 기묘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악귀' 속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시대상이 등장한다. 귀신을 만들기 위해 자행된 장진리 사건이 벌어졌던 1958년, 염해상(오정세) 어머니가 돌아가신 1995년, 그리고 구산영이 악귀에 씐 2023년까지. 이에 김은희 작가는 "1958년도는 현재와 대비되는 모든 게 부족하고 힘들었던 시절을 고민했다. 대본에 썼던 대사지만 그때는 살아남는 게 대견했던 시절이었고, 현재는 그때와 비교해서 풍족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대비를 보여주고 싶었다. 1995년도는 사실 해상이의 나이와 구강모(진선규)의 나이를 계산해서 나온 년도"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악귀' 속 구산영(김태리),염해상(오정세), 홍새(홍경) / 사진 : SBS 제공

배우 김태리, 오정세, 홍경, 김원해, 김해숙, 그리고 진선규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졌다. 김은희 작가는 캐스팅 소식을 듣고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었다"라며 "귀신보다 배우분들의 연기가 더 소름끼쳤다"라고 밝혔다. 이정림 감독은 "김태리, 오정세, 홍경 배우와는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다. 셋 다 질문이 엄청났다. 촬영 막바지쯤 배우들에게 고백했는데 주연들이 내 꿈에서까지 나타나 질문을 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거기서   또 다른 생각들이 파생되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막막했던 순간들이 해결되기도 했다"라고 배우들의 남다른 열정을 전했다.

이어 "김태리 배우는 열정적으로 현장을 이끌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네” 한마디도 수십 번 뱉어 보며 좀 더 좋은 것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배우고 그 결과물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내 것만 보는 게 아니라 숲 전체를 보고 있는 배우라 함께 작업하며 많이 의지하고 배웠다. 오정세 배우는 고요하지만 단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다. 고독, 외로움, 외골수 등 염해상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다 소화하고 표현해 줬다. 홍경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성숙하고 진중하며, 태도만으로도 본받을 점이 많다. 극 중 서문춘 형사가 죽은 뒤 시청자들이 더 슬퍼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일등공신이 홍경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요 배우들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이어 "김원해 배우는 현장에서 등불 같은 존재로 후배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김해숙 배우는 화면 속에선 정말 무서워 보이지만 컷, 하면 호호하고 웃는 소녀 같은 배우로 스태프들이 존경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배우였다. 진선규 배우는 좀 과장해서 첫 만남에 이미 알고 있던 옆집 형님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부드럽고 우아한 말투로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사람이다. 제 나이보다 12살이나 많은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엄마처럼 늘 보듬어 주시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해해 주신 박지영 선배님께도 감사드린다"라고 배우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덧붙였다.

'악귀' 현장 스틸컷 / 사진 : SBS 제공

'악귀'에는 악귀 외에도 계속해서 욕심을 채우려 하는 아귀 등도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청춘들을 좀먹는 그릇된 욕망과 사회악이기도 하다. 이에 김은희 작가는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란 말이 있지 않나. 특히나 끔찍한 범죄를 보다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악귀’는 그런 생각에서 비롯됐던 것 같다. 방황하고 흔들리는 청춘에게서 희망을 뺏아간  범죄자들을 귀신에 빗대어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사회적 메시지를 '악귀'에 담아내게 된 생각에 대해 밝혔다.

'악귀'의 엔딩에 대해서도 밝혔다. '악귀'의 엔딩에서 산영(김태리)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실명에 대비하며,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갔다. 그리고 산영은 해상(오정세)과 함께 “길을 잃고 떠도는 귀신을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낸 거대한 정화의식”인 ‘선유줄불놀이’ 광경을 바라보다 행복한 미소를 피었다. 그 순간 산영에게 또다시 흑암시 증상이 찾아왔지만, 산영은 “그래 살아보자”라고 말했다. 이에 김은희 작가는 "산영이는 스물다섯, 아직은 인생의 시작점에 있는 청춘이다. 극 중에서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그렇고 아무리 옳은 선택을 했다고 해도 희망만이 가득하진 않을 거다. 그런 현실을 흑암시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담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김은희 작가는 드라마 '시그널'에서 수사물의 형식을 '킹덤' 시리즈에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다른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김은희 작가의 도전들이 '악귀'에 집대성된 느낌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김은희 작가는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 오컬트 장르에 대한 도전"이라고 자신에게 '악귀'가 가진 의미를 전했다. 이어 "게다가 지상파에서 오컬트를 기획하다니 제가 악귀에 씌였던 것 같습니다"라는 위트있는 말로 마무리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악귀'의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12%를 나타냈고, 전국 가구는 11.2%(닐슨 코리아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또한 채널 경쟁력과 화제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2049 시청률은 5.3%를 기록, 6주 연속 한주간 방송된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하며 남다른 화제성을 입증했다. '악귀' 후속작으로는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가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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