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수' 속에는 캐릭터들의 외향부터 시작해 다양한 볼거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시선을 끈 한 장면을 꼽으라면 물속에서 바통터치하듯 밀어주고 끌어주는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의 모습이었다. 수중에서 펼쳐진 두 사람의 그 모습이 '밀수'에 마음을 훅 불어넣었다.

1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밀수'에서 춘자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혜수가 인터뷰에 응했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으로, 김혜수는 열네 살에 식모살이부터 시작해 돈이 되고,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온 춘자 역을 맡았다.

"저에게 '춘자'의 키워드는 '생존'이었어요. 가족 없이 떠돌이로 전전하다가 군천이라는 바닷가 작은 도시에 발을 붙이게 되잖아요. 엄 선장의 딸, 엄진숙(염정아)이라는 품이 넓은 또래 친구를 만나서 그 집에서 가족처럼 있지만, 사실 삶을 의탁하는 거잖아요. 춘자가 살아가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이 '생존'과 관계된, 자기 스스로 무장하고 살아남는 방편이라고 생각했어요."

"보통 외톨이, 떠돌이라고 하면 둘 중 하나거든요. 스스로 존재감 없이 감추거나, 일부러 자신을 과장하거나. 춘자는 후자 쪽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살아가기 위해 목적이 심플해요. 사람을 이용해야 하는 거죠. 돌아온 춘자와 진숙이 만나잖아요. 그 장면에서 서로의 뺨을 치죠. 춘자는 나를 건드리면 바로 때리는 사람이에요. 아마 진숙이 멈추지 않았으면 10번도 더 때렸을 거예요. 사실 한 번씩 때리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건 예측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의견을 드렸고 여러 번 서로의 뺨을 치는 걸로 수정이 됐어요."

김혜수는 그만큼 '춘자'에게 깊이 몰입해 있었다. '밀수'가 배경으로 삼은 70년대는 이미 김혜수에게도 로망으로 남아있던 시절이었다. 이미 70년대 히피 문화, 음악, 패션을 좋아했던 그는 활용할 만한 자료들을 많이 갖고 있었다. 언론시사회에서 류승완 감독은 "김혜수 배우가 제작팀의 역할도 했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이 이미 시나리오에 적어놓은 곡들은 캐릭터와 그 상황에 더욱 다가가게 했다.

김혜수는 "진숙이는 바다에 우뚝 선 등대 같은 존재, 춘자는 바다에서, 없는 길도 만들어 뚫어가는 길잡이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춘자와 진숙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 바로 앞서 언급했던 수중에서 서로 바통 터치하듯 끌어주고 당겨주는 모습이었다. 김혜수는 "글로 볼 때도 너무 좋았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수면에서 올라오고, 내려오고. 끌어주고, 당겨주는 그 장면이 글로 볼 때도 저에겐 감동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화면으로 너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등대가 있는 곳에서 길잡이로 나아가는 현장은 너무 행복했다. 김혜수는 앞서 '도둑들' 촬영 중 수중에서 경험한 공황으로 인해 '밀수'에서도 수중 촬영이 염려됐다. 하지만, 염정아를 비롯해 해녀 역을 맡은 박준면, 박경혜, 김재화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초반에 그럴 기미가 있다가 팀워크로 잘 넘어갔어요. 힘들기도 했고, 초긴장상태였지만, 물속에서 즐기면서 했어요"라고 김혜수는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 수중 촬영 콘티를 보고 '이걸 한다고? 우리가 해야 한다고?'라고 했어요. 정말 콘티대로 찍은 거거든요. 저희들은 물속에서 움직일 준비만 했지만, 류승완 감독님께서는 물에서 가능한 움직임과 연출자로서 원하는 장면 사이에서 매우 많은 고민과 계산을 하셨어요. 후반에서 어디까지 가능할지도 염두에 두며 고민하셨어요.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만나죠. 배우들은 그에 비해 심플한 것 같아요. 역량을 확인하고, 준비하고, 집중하고. 난생처음 보는 움직임이었지만, 종이 콘티도 있고, 3D 콘티도 있어서 '아바타' 같은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볼 수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둔 입체적인 콘티였어요. 수많은 준비 덕분에 큰 오차 없이 준비대로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김혜수는 tvN 드라마 '슈룹' 당시에도 남다른 팀워크를 자랑했다. 함께한 배우들의 공연에 찾아가 응원했고, 진심을 다해 그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김혜수가 바로 팀워크'인 듯 느껴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공황까지 잊히게 해준 '해녀'들과의 남다른 팀워크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김혜수는 "해녀들의 연대와 그 시너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에 임하는 행복한 원동력이었어요. 너무 고맙고"라고 말을 이어갔다.

"관계라는 건 일방적일 수 없는 것 같아요. 뭔가 상호의 접점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저는 주는 만큼, 그 이상으로 받았다고 생각해요. 박정민 씨에게 고기를 보낸 건,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집에서 잘 챙겨 먹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주변에 배우들, 스태프들 등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주문할 때 같이 하는 거지, 엄청나게 신경 써야 하는 게 아니에요."

"팀워크를 의도해서 하는 건 불편해요. 조장할 수가 없어요. 물론 제작사에서는 좋은 팀워크를 위해 노력해 주시죠. 그런데 그 노력만으로 좋은 팀워크가 된다면, 모든 일이 얼마나 쉽겠어요. 우연히 만난 배우들이지만, 어느 순간 진심이 서로 느껴지고, 마음이 하나라는 것이 느껴지면 팀워크가 강화되고 유지돼요. '해녀 팀'이라 팀워크가 느껴진 게 아니에요. 두 사람이든, 열 사람이든 팀워크는 존재해요. 다만 두드러지게 보이는 사람이 있을 뿐이죠. 팀워크가 영화의 흥행과 직결된다고는 볼 수 없지만,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큰 힘 같아요."

김혜수는 '밀수'를 촬영할 때도 그렇고, '진정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 물론 사람의 삶도 모두 진짜일 수 없듯이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정말 진심을 다해야 하는 장면이 있다. '밀수'에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 김혜수는 "진짜여야 할 때는 군더더기 없이 진짜여야 하고, 연기할 때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죠"라며 이야기를 전했다.

"'진짜 연기'가 어디 있겠어요. 다 모르죠. 그 배우 연기가 좋지만, 늘 최고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배우(俳優)라는 한자의 '배우 배(俳)'가 사람 인(人)과 아닐 비(非)가 합쳐진 거래요. 사람인데, 사람이 아닌 걸 하는거죠. 각자 살아가는 태도가 다른 것처럼, 제가 맞다고 생각한다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 오답은 아니잖아요. 연기에 진짜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은 감히 한 적도 없어요. 그 순간 제가 마주한 일에 대해서, 내 캐릭터로 진심을 다해서 하는 거죠."

"진정성이라는 말을 싫어했어요. 진정을 다 했는데, 진심이 안 보일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카메라와 연출이 개입되니 없던 진정성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순간 몰입이 진짜인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제가 중요하게 느끼는 건, 그 순간 몰입의 진정성인 것 같아요. 그게 제일 중요해요."

여전히 매 순간 몰입하고, 자신의 연기를 보며 반성한다. 배우 김혜수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연기를 하는 비결이 아닐까. 여전히 사람들은 김혜수의 '몰입의 순간'을 기다리고, 기꺼이 이를 즐긴다. 영화 '밀수' 속에는 처음 만나는 수중에서의 '몰입의 순간'이 담겨있다. 오는 7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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