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재벌집'→'차정숙'으로 흥행력 되찾은 SLL, 하반기 라인업 자신감
SLL로 사명을 바꾼 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과거 JTBC스튜디오로서 JTBC 드라마 제작에 주력해 온 이들은 이젠 몸집을 불리고 글로벌 제작사로 발돋움 중이다. 이미 SLL 소속 레이블서 제작한 작품들이 칸 국제영화제, 칸 국제시리즈 페스티벌, 시드니 영화제 등에 초청되고 있는바, SLL은 업계를 선도하는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로 성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 SLL의 상반기 결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사명을 바꾼 SLL이 2023년 상반기 주요 콘텐츠의 성과 및 하반기 라인업을 공개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SLL은 현재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앤피오엔터테인먼트, 필름몬스터, 하우픽쳐스, 하이지음스튜디오, 그리고 할리우드 제작사 wiip 등 총 15개의 프로덕션 레이블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 제작사로 성장한 SLL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그간의 성장을 평가하고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박준서 제작총괄은 "지난해 4월 미디어데이에서 SLL로서 인사를 드리고 1년 정도 지난 후 다시 뵙게 될 수 있는 자리가 생겨 기쁘다"며 "그동안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부분에 대한 정리가 잘 됐다고 생각해서 제작적인 측면에서 소통할 수 있게끔 자리를 마련했다"고 이번 행사를 개최한 이유를 전했다.
특히 SLL은 지난해 하반기 방영된 '재벌집 막내아들'로 JTBC 드라마 혹한기를 끝내고 올 상반기까지 흥행작을 내놓고 있다. 박준서 제작총괄은 "JTBC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흥행 부진을 겪었던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여러 가지 자신감을 찾았고, 새로운 기점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변화를 언급했다. 제작총괄은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시청자분들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싶어서 준비를 많이 했다. 덕분에 올 상반기 평가도 긍정적으로 나오게 돼서 개인적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서 제작총괄은 이전과 달라진 요인으로 '대중성'을 꼽았다. 그는 "대중적인 드라마를 만들자는 부분이 컸다. 단순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큰 변화다. 기본적으로 JTBC 드라마가 작품성은 있지만 우울하고 다크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좋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 이야기를 다소 어렵고 작품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제 SLL이 만드는 JTBC 드라마는 좋은 이야기를 밝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작년부터는 대중성에 무게를 주는 형태로 기획과 의사결정에 변화를 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중성에 방점을 둔 후 새 작품을 선보인 SLL은 올 상반기 '대행사', '닥터 차정숙', '나쁜엄마' 등 현실에 발붙인 작품으로 흥행을 거뒀다. 특히 '닥터 차정숙'은 최고 시청률 19.4%(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나쁜엄마'는 12.6%를 넘기며 가족극으로 호평,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순위에서도 나란히 2, 3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얻었다.
이에 대해 박성은 제작1본부장은 "상반기 가장 큰 성과는 단연 '닥터 차정숙'이다. 동시에 가장 예상과 평가가 달랐던 작품 역시 '닥터 차정숙'"이라며 "아무래도 차정숙이 경력 단절 여성이고 중년 여성의 성장기를 다뤘기 때문에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즐겁게 저희의 예상을 깨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김건홍 제작2본부장은 "저는 '나쁜엄마'가 가장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대본에 있는 대사나 그림, 연출도 아주 좋은 작품이다. (시청률을 떠나) 사업적인 면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과거의 모자 관계와 현재의 차이, 모자가 인생을 한 번 더 살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SLL의 또 다른 차별점은 신인 발굴이다. 실제로 SLL 제작 드라마 '사랑의 이해', '대행사', '닥터 차정숙', '나쁜엄마'가 모두 신인 작가의 데뷔작으로 눈길을 끈 바, 박성은 본부장은 "이 일이 재밌다고 느끼는 지점이 최고의 감독, 작가, 배우를 모아놔도 이 작품이 100%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신인들이 모여서 작품을 만들어도 얼마든지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 일이 주는 재미 같다"고 강조했다.
기성 창작자 확보와 더불어 신인 발굴에 앞장서고 있는 변화에 대해 박준서 제작총괄도 말을 보탰다. 그는 "신인 작가를 쓴다는 게 상당히 부담되는 부분이 있다"며 솔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당대 핫한 탤런트를 확보하려는 노력에만 중점을 둔다면 그 비용과 여러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처음부터 만들어 낼 수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며 "이번에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한 작품들 결과가 좋다 보니까 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자신했다.
이날 SLL은 하반기 라인업을 공개, K콘텐츠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TV 시리즈 부문에서는 JTBC '이 연애는 불가항력', '힘쎈여자 강남순', '웰컴 투 삼달리', '힙하게', ENA '악인전기'가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OTT 플랫폼에선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 시리즈 'D.P. 시즌2',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제작이 진행 중이며, 티빙과 아마존프라임으로 공개될 '이재, 곧 죽습니다', wiip이 제작하는 아마존프라임 'The summer I turned pretty 2(더 서머 아이 턴드 프리티 2)'가 줄줄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영화 부문에선 내달 개봉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시작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 초청작 '거미집', 하정우와 임시완 주연의 '1947 보스톤', '하이재킹'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반기 라인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재미'"라고 말한 박준서 총괄은 "저희는 재밌고 대중적인 드라마를 지향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분 안 좋고 우울하면 JTBC 드라마 보세요'라고 얘기할 수 있게끔 하려는 생각이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으로, (콘텐츠를) 보고 나면 기분 좋고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