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결정하는 ‘근무환경’ ④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근로자의 2021년 월간 총 근로시간은 164.2시간이다. 한 달 중 약 4분의 1의 시간을 근로하며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회사의 근무환경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에 기업들은 각각 어떤 방식으로 자사 직원의 근무환경을 책임지고 있는지 탐방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카카오페이 오피스 / 사진 제공 = 카카오페이

지난 2017년 출범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의 테크핀 전문 자회사다. 테크핀(techfin)은 기술(technology)과 금융(finance)의 합성어로 핀테크(fintech)와 같이 모바일 환경에서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를 뜻하지만, 서비스 제공 주체가 금융회사가 아닌 IT 기업이라는 차이가 있다.

2014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한 카카오페이는 이후 온·오프라인 결제, 송금, 멤버십, 청구서, 인증 등 모바일을 통한 다양한 생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해 왔다. 2018년 11월 론칭한 투자 서비스를 시작으로 신용조회, 간편보험, 대출비교, 자산관리 등 전문 금융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며 금융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테크핀 서비스가 소비자가 느끼는 기존 금융 서비스의 불편을 해결하는 혁신에서 시작한 만큼, 사내에도 모든 환경을 사용자의 관점에서 고민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구성원이 가장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으며, 다양한 개개인의 특성을 배려하기 위한 고민하는 카카오페이만의 ‘페이로운 문화’다.


카카오페이 ‘크루(Krew)’가 소통하는 방법

카카오페이는 구성원을 크루(Krew)라고 부른다. 현재 카카오페이에는 1100여 명의 크루가 함께 일하고 있는데, 많은 이가 함께하는 만큼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카카오페이는 실시간 소통이 어려운 이메일 대신 자사만의 오픈 커뮤니케이션 툴인 ‘아지트’를 사용한다. 피드백이 급한 상황에서는 슬랙(Slack)을 활용하지만, 대부분의 소통은 아지트에서 이루어진다.

아지트에는 카카오페이 크루라면 누구나 업무 진행 상황과 히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가 공유된다. 업무 히스토리를 아카이빙하는 형식으로 크루는 누구나 필요한 업무에 대한 글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게시글에는 ‘좋아요’, ‘싫어요’ 기능을 통해 자유롭게 의사 표현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게시글에 남기는 ‘좋아요’, ‘싫어요’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사측 관계자는 “해당 기능은 단순한 감정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게시글에 담긴 논의 안건에 대한 의사결정자의 컨펌 혹은 동의, 스케줄 가능 여부 확인 등 업무적인 의사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사내 메인 라운지 / 사진 제공=카카오페이

크루간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한 ‘캔(can)미팅’도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캔미팅은 매달 온라인 또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되며, 모든 크루들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캔맥주를 마시며 회사 내 소식을 듣고 나누고 싶은 메시지를 공유한다.

사측은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수평적 논의 문화’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카카오페이는 영어호칭을 기본으로 사용하며, 존칭을 뒤에 붙이지 않는다. 영어 호칭 사용은 직급과 무관하게 동일 선상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수평적 논의 문화’의 기본 조건이자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영어 호칭 사용’은 처음 회사에 입사해 가장 적응이 안 됐던 문화였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수평적 논의를 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사용자 관점’에서 고민한 카카오페이의 공간

카카오페이만의 ‘페이로운 문화’는 크루를 둘러싼 모든 사항을 사용자의 관점에서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사측은 “카카오페이는 자사 크루에게 어떤 근무 환경이 더 이로울지에 대해, 회사를 사용하는 ‘크루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손잡이가 낮게 설치돼 있는 사내 '포커스룸' / 사진 제공=카카오페이

때문에 카카오페이의 업무 공간인 ‘카카오판교아지트’의 모든 시설은 크루의 관점에서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돼 있다. 먼저 이 곳에서는 장애인증진법에 맞춰 설계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장애인들을 위해 물리적이나 제도적 장벽을 최소화하자는 개념)’ 시설들을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 크루들을 위해 포커스룸, 회의실 등의 문 손잡이는 모두 낮은 곳에 위치하도록 제작돼 있으며, 이동 동선에는 점자블럭이 설치돼 있다. 또 거동이 불편한 크루의 경우 차량으로 출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무료주차를 함께 지원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페이 크루(krew, 임직원) 중 장애를 가진 크루는 2명으로, 전체의 약 0.2% 수준이다. 아울러 카카오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링키지랩’을 통해 채용된 시각장애 직원 2명은 사내 마사지룸에서 헬스키퍼로 근무하고 있으며, 사내 카페에도 발달장애를 가진 직원이 5명 근무 중이다.

사내 출산 및 임산 크루를 위한 'Mom's Room' / 사진 제공=카카오페이

아울러, 카카오페이는 오피스 내 임산부 크루들을 위한 전용 수유실 ‘Mom’s Room(맘스룸)’을 구축해 뒀다. Mom’s Room은 임산부 크루의 휴식과 출산 크루의 유축 모유를 진행 및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다. 편안한 소파와 모유 수축 후 보관할 수 있는 전용 미니 냉장고가 마련돼 있다.

해당 공간의 실질적인 활용도를 묻는 질문에 관계자는 “출산한 크루의 수유와 유축보다는 주로 임산부 크루의 휴식 공간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보다 편안한 휴식을 위해 별도 권한을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크루의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집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일반적인 어린이집 재원 기준과 동일하게 만 0~5세 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카카오페이에서 어린이집 운영을 위한 관리비 및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유아가 주도적으로 배움을 구현할 수 있는 놀이 중심의 누리과정 취지를 준수하며, 체육, 음악, 영어 등 카카오만의 특성화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 중이다. 

사내 10층에 마련돼 있는 미화여사님 전용 휴게실 / 사진 제공=카카오페이

한편, 오피스 내에는 카카오페이의 미화여사님을 위한 전용 휴게실도 마련돼 있다. 사측 관계자는 해당 휴게실에 대해 “미화여사님이 독립적인 공간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실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자율성은 전문성으로부터”

사내 편의점 'K-MART'와 게임장 / 사진 제공=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의 문화는 “모든 자율성은 전문성으로부터 나온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회사는 크루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편의와 자율성을 제공하고, 크루는 회사가 제공하는 최대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만큼 맡은 바 책임을 위해 개인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사내 메인 라운지에는 편의점 ‘K-MART(케이마트)’와 게임장이 있다. K-MART에는 일반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과자부터 컵라면, 음료 등이 시중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게임장은 크지는 않지만 다양한 게임 시설과 코인노래방까지 갖춰져 있으며,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마사지룸도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는 시각장애를 가진 헬스키퍼 2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크루는 예약을 통해 회당 30분 이용이 가능하다. 사측 관계자는 “마사지실은 크루에게 워낙 인기가 많은 시설 중 하나라,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카카오페이는 3년 근무 시 크루의 리프레쉬를 위해 한 달의 안식 휴가와 200만 원의 휴가비를 지급하는 ‘안식휴가 제도’를 운영한다. 안식휴가에 대한 사용 기한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적립’이 가능하며, 유급 휴가이기 때문에 반납 시 금전으로 보상받을 수도 있다. 사측 관계자는 “오랜 기간 근속한 크루 중에는 안식휴가를 몇 달 치 쌓아놓은 분도 계시는데, 원칙상 이를 한 번에 사용해 휴가를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휴가의 경우 모든 크루가 직급과 근속연수에 관계 없이 15일의 휴가를 일괄 지급받는다.

마지막으로 카카오페이의 평가 제도에 관해 물어봤다. 회사 관계자는 “사내에서 주어진 혜택과 자율만큼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하는 구조”라고 강조했지만,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개인별 고과 평가 과정에 대한 공유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각자에게 주어진 책임과 이에 따른 업무량은 결코 적지 않다”며, “카카오페이의 크루는 각자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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