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부터 8화까지 어떻게 다 좋아요?" '박하경 여행기' 이종필 감독에게 물었다 [인터뷰]
"멍하니 시작했다가 감싸 안고 돌아온다는 느낌으로 마무리된 것 같아요. 사실 그걸 예상하고 연출한 건 아니고요. 그렇게 됐습니다. 약 2달 동안 준비하고, 8주 동안 촬영하고, 편집을 약 4달 정도 했거든요. 누군가는 알아줄 거로 생각했어요."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이 말했다. 이종필 감독은 '박하경 여행기'를 하며 영화 작업을 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런 거 해도 돼?"
매일 어떻게 하면 더 잔인하게 죽일지, 한 명 죽은 걸로는 부족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더 악한 빌런으로 보일지. 이런 고민을 해온 주변 지인들은 그 흔한 악당 한 명 없는, 큰 사건 없이 흘러가는 '박하경 여행기'를 보고 저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이종필 감독은 "영화였으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가능했고, 이 작업을 하는데 너무 신났어요. 즐거웠고"라며 미소 지었다.
전작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부터 여성의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온 이종필 감독의 특기는 콘티(어떻게 촬영할지 미리 그림으로 그려놓는 작업)도 없이 촬영한 '박하경 여행기'에서 빛을 발한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박하경(이나영)은 '떠나고 싶은 순간'을 머금고 무박의 짧은 여행에 나선다. 그곳에서 아는 사람 혹은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을 갖고 돌아온다. '박하경 여행기'의 1화부터 8화까지에 담긴 내용이다.
어떤 화는 굳이 서울 밖으로 향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한 화당 약 20분 분량의 에피소드가 내 옆자리에 앉은 누군가 같고, 방금 길거리에서 스친 사람과 대화를 나눈 것도 같다. 사람들이 '만남'으로 인해 서로의 마음에 남겨진다. '박하경 여행기'는 사실 거대한 목표 없이 '이나영'으로 시작됐다. 이종필 감독과의 인터뷰를 최대한 1화부터 8화로 이어지는 순서의 답변으로 구성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Q. '박하경 여행기'는 그 흔한 악당 한 명 없이 박하경(이나영)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손미 작가랑 대본도 나오기 전에 '당일치기 여행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라는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정말 간단한 설정만 가지고, '사람 만나는 이야기를 하자. 에릭 로메르(프랑스 영화 감독) 같은 이야기. 그런데 여기에 배우는 이나영.' 그냥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뭔지 모르겠지만, 왠지 좋더라고요.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했잖아요. 그래서 '영어완전정복'을 봐야 할 것 같았어요. 다시 보니 이나영 배우님이 너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저도 연출을 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연기를 한다고? 내레이션을 이렇게 한다고? 노래에 비유하자면, 샤우팅 하지 않는데 저렇게 감정을 표현한다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를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이게 인과관계는 아닌데, 이나영 배우님께서 '박하경'이 되어주신다고 하신 순간부터 술술 풀린 것 같아요. 그런 거 있잖아요. 지친 연기를 해도 이나영이 하면 지친 표정으로 연기하지 않을 것 같고. 아무리 좋아도 미소로 그 감정을 표현할 것 같고."
Q. 특별한 사건이 없이 담백하게 흘러가는 것이 좋지만, 그것이 지루하지 않게 연출해 낸 것은 감독님의 몫이었다. 어떤 고민이 있었나.
"제가 담담하게 흘러가는 걸 좋아하지만, 루즈한 걸 못 견뎌요.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지만, 계속 뭘 하고 있도록 보이게 노력한 것 같아요. 만들어진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으면 좋겠고, 그 이야기는 누구를 특정할 수 없지만요.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을 보면 사실 특별할 게 없어 보이잖아요. 일어나서 눕고, 키보드 두드리고, 자고, 이런 행동을 반복하며 살아가잖아요. 그런데 그 속에서 감정은 미칠 것 같고, 속으로 울고 있는 때가 있고요. 그런 걸 담아보고 싶었어요. 4달 동안 편집했다고 말씀드렸는데, 편집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어요. 콘티도 없었고, 즉흥적으로 찍은 장면도 많았거든요. 하고 싶은 대로 했고, 하기 싫은 건 안 했고요. 그런 장면들의 의미는 편집에서 만들어 내야 하잖아요. 1초라도 쪼개서 순간순간들이 오가고 한 것 같아요.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요. 연기하는 사람과 관객의 관점을 함께 가지고 편집하려고 한 것 같았어요."
Q. 1화의 제목은 '마음 내다 버리기'다. '도망가자' 등의 곡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가수 선우정아가 해남 절에서 조용히 묵언 수행 중인 '정아'로 등장한다.
"대본도 나오기 전에 '이나영이 나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것과 연장선상으로 '선우정아도 나오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안 하시겠지'라는 생각으로 대본을 보내드렸는데요. 선우정아님도 연기 제안에 '그래도 시나리오를 보고 거절하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에 읽어보셨는데, '도망가자'도 연상되고 대본이 좋아서 한번 참여해보겠다고 답변을 주셨어요. 저는 이 작품에서 어떤 연기도 억지로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본은 있지만, 대사가 불편하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2화는 그래도 정해진 상황이 있었는데, 1화는 진짜 어려웠어요. 대사도 없었고요. 박하경(이나영)과 정아(선우정아)가 걷는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촬영 전날까지도 '여기에서 뭐 하지, 시체가 발견되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선우정아 님께 조용히 '도망가자'를 불러달라고 해야하나' 등 별 생각을 다 했어요. 이런 고민을 하면서 촬영장을 배회하고 있는데, 그립 팀 스태프 중 한 친구가 묘기를 부리듯이 돌탑을 너무 잘 쌓는 거예요. '어떻게 세워?'라고 물어보다가, '저렇게라도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또 선우정아 님이 너무 잘하는 거예요. 냄새를 맡는 모습도 그런 식으로 솔잎이 됐고요."
Q. 2화는 '꿈과 우울의 핸드 드립'으로 배우 한예리가 박하경(이나영)의 옛 제자 연주로 등장한다. 작곡하겠다는 제자에게 대학부터 가라는 말을 한 하경이 과거 자신이 응원했던 제자 연주의 전시회를 보고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되는 모습이 담겼다. '꿈을 응원한다'는 막연한 박수가 아닌, 다른 시각이 담겨있었다.
"제가 잠깐 시간 강사로 한 영화학교에서 한 학기 강의한 적이 있었어요. 굉장히 오래전 일인데요. 그때 제자였던 친구의 소식을 타인을 통해 들었어요. 저는 이름도 흐릿해진 친구인데요. 소식을 전해준 사람의 말로는 그 친구가 영화 전공도 아니었는데 제 수업을 들었고, 시나리오를 써왔는데 제가 유일하게 응원해 줬다는 거예요. 꼭 찍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런데 저는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그분은 계속 단편영화를 찍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삶을 사는지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한편에 죄책감이 드는 거예요. 무슨 짓을 한 거지 싶기도 했고요. 고민했어요. 영화 작업을 한다는 것이 통상적으로 힘들다고 하는데, 그런지, 아닌지 저도 왔다갔다 하더라고요. 반대로 저는 약 10년 전에 영화 '전국노래자랑'으로 입봉해서 지금도 잘 나가는 감독인가 하면 모르겠어요. 영화의 꿈을 이룬 사람 같은데 '행복한가?' 물으면 모르겠어요. 우연히 듣게 된 제자의 소식이 저를 돌아보게 하더라고요. '천만 감독이 되는 걸 바라나?'라고 물어보면,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대신 '보는 사람이 좋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있어요. 그리고 계속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런 내용을 가지고 작업할 때, 한예리 님은 공교롭게도 제 졸업 영화의 주인공이었어요. 그런데 한 10년 만에 만났어요. 애틋한 거예요. 가끔 연락이 닿거나, 상영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다가 함께 작업을 하게 되니까요. 특별한 건 없어요. 그런데 말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극 중 상황이나 관계에도 에틋함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한예리 배우는 자기 방식으로 계속 연기하고 있구나, 해 나가고 있구나'라는 생각하며 그 모습을 보는 게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Q. 3화 '메타멜로'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배경으로 박하경(이나영)과 우연한 만남이 거듭되며 묘한 감정선을 쌓는 창진 역으로 구교환이 등장했다. 캐스팅과 함께 헌책방 장면은 영화 '러브레터'를 오마주 한 건 아닌지 궁금하다.
"제가 '탈주'라는 영화를 작업하면서 구교환 배우를 만났어요. 이제훈 배우랑 같이 찍거든요. 이나영 배우가 캐스팅됐을 때가 '탈주' 촬영 후반부쯤이었는데요. 제가 '나 이거 끝나면 이나영 배우랑 작업한다'라고 자랑을 했어요. 그랬더니 구교환 배우가 이나영 배우의 팬이라며 '나 낄데 없어요?'라고 물어봤어요. 구교환 배우가 주인공이나 느낌있는 역할도 좋아하지만, 카메오 같은 작업도 즐기거든요. 3화를 쓸 때 구교환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닌데, 딱 맞더라고요. 그래서 합류하게 됐어요. '러브레터' 관련해서는 일단, 맞습니다. 그런데 대본에 그렇게 쓰여 있었어요. '눈부시게 책을 읽고 있는 창진'이라고요. 무서운 건 그 지문만 보고 이나영 배우가 '이거 '러브레터'예요?'라고 물어보셨어요. 더 이야기하자면, 그 장면을 두고 두 배우의 의견이 달랐어요. 이나영 배우는 멜로니까 '구교환 배우가 치명적으로 보이면 좋겠다, 그래서 이 장면이 꼭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고요. 구교환 배우는 '치명적이지만, 치명적인 척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지만, 되게 부끄러워하면서 잘해줬어요."
Q. 4화 '돌아가는 길'에서는 박인환이 등장한다. 부모님 댁의 인터넷 고장으로 속초에 간 박하경(이나영)은 터미널에서 만난 나라 걱정하는 할아버지(박인환)와 설전을 치른다. 아버지랑 만나고 온 하경과 자녀와 손주를 보러 가는 할아버지가 묘한 교차로 등장하게 된다.
"작업을 하다 보니 '우리 엄마, 아빠는 이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아실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손미 작가님이 써주신 에피소드가 4화에 적합하다 싶었어요. 박인환 선생님과 친분은 없었는데요. 대본만 봤을 때, 피로해질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런데 박인환 선생님께서 하면 그런 피로함을 덜어내 주실 것 같았어요. 마음은 멀어도 아빠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부탁드렸는데, 다행히 합류해 주셨어요."
Q. 5화는 '스텝이 꼬여도 춤은 계속된다'라는 제목으로 박하경(이나영)이 우연히 만난 낯선 이(길해연)과 대전에서의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담겼다. 완벽한 캐스팅이었다. '박하경 여행기'에서 반복적으로 '천둥오리' 그림이 등장하는데, 혹시 작가(길해연)의 책과 연결선이 있는 건가.
"먼저 길해연 선생님은 조현철 배우가 연출한 독립영화 '너와 나'라는 작품에서 보고 반해서 부탁드리게 됐어요. 그 작품 속에서 선생님이 너무 좋은 거예요. 천둥오리 그림에 사실 특별한 의미는 없었어요. 그 그림이 박하경의 집에 걸려있던 건, 랜드마크가 필요해서였어요. 쉽게 말하면 당일치기 여행을 다니는 박하경의 과거와 현재 '집'이라는 표시인 거죠. 그리고 그 그림은 사실 손미 작가 작업실에 있던 그림이었어요. 정말 작업실에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거든요. 그런데 뜬금없이 그 액자가 걸려있어요. '저건 뭐예요?' 물어봤는데 어머니가 당근마켓에서 예뻐서 사서 보내주셨다는 거예요. 그 그림이 저도 좋아보였나봐요. 그리고 촬영하면서 '누군가 저 그림의 의미를 물어볼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떠올린게요. 사실 오리는 물 위에서는 붕 떠있는 것 같지만, 물속에서는 엄청나게 발질을 하고 있잖아요. 박하경으로 대변되는 평범한 사람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등바등 살아가다, 막 물에 나온, 막 토요일을 맞이한 것 같은 그런 의미를 떠올려 봤습니다."(웃음)
Q. 6화에서는 조현철 배우가 등장한다. 그리고 서울을 벗어나지 않는 화이기도 하다. 게임대회를 두고 '절대 안 된다'라는 학부모회와 '하고 싶다'라는 아이들 사이에 선 박하경의 모습이 담겼다. 그렇게 나선 길에서 동료 교사인 미술 선생님(조현철)과 우연한 만남을 갖기도 한다.
"6화에서는 그냥 아무 데도 안 가보기도 해보고 싶었어요. 모험도 답도 가까이에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고요. 조현철 배우는 친분도 있고, 가까운 친구이자 후배였는데 미술 선생님 캐릭터에 딱이었어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같이 작업했는데요. 그때 좀 미안했거든요. 얘는 연기하는 걸 싫어하는 애인데, 제가 '이거 해야돼, 소리쳐야 돼'라고 했던 게요.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역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Q. 7에서는 가장 먼 제주도로 떠난다. 제주도의 빵집을 정복하는 박하경이 '달팽이 빵'을 찾는 여섯 살 꼬마의 뒤를 쫓아다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도 여행 이야기인데 '비행기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야기들은 자료조사를 하면서 넣었고요. 재미있었던 게 7화에 '빵빵빵빵'이라고 나오는 음악이 등장하거든요. 그게 어린이를 위한 디즈니 클래식 같은 음악인데요. 그걸 이민휘 음악감독님이 '빵'으로 바꿔서 작업해 주셨어요. 음악에 대해서는 이것 말고도 할 이야기가 많은데요. 그 작업이 너무 좋았거든요. 이민휘 음악감독님은 사실 무키무키만만수라는 밴드의 만수예요.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이분이 하면 정말 잘할 것 같았어요. 일단 대화가 너무 잘 통했어요. 저는 음악을 만들 줄은 모르지만 듣는 건 너무 좋아하거든요. 막연하게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라고 하면 '알았다'라고 하고 만들어 주세요. 제가 처음으로 OST를 만들게 됐는데요. 너무 기대되고,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Q. 8화 '맞물린 경주'에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혼자 경주에 온 박하경(이나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짝 친구였던 이진솔 역에 심은경이 등장해 시·공간이 맞물린, '경주' 같은 이야기가 펼쳐졌던 것 같다.
"8화는 마침내, 마지막이잖아요. 자세히 보면 오프닝도 달라요. 그 느낌도 다르게 하고 싶었어요. 드라마인데 '친구'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어요. 친구가 세상을 떠난 컨셉으로 등장하는데요. 인상깊었던 건 스크립터 친구의 감상이었어요. 사실 제 나이가 되면 사고 등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어린 친구들은 그런 경험이 없잖아요. 그런 분들이 어떻게 볼까 궁금했어요. 그런데 스크립터 친구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너무 친했는데,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사이가 점점 멀어지게 되는 그 감정이 8화를 보며 느껴진다'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괜찮겠구나' 생각했어요. 8화에 어떤 에피소드를 넣을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박하경 여행기' 제작사에서 하는 작품 '별빛이 내린다'에 심은경 배우가 참여하고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고요. 너무 좋은데 이야기에 대한 고민하던 중 지금의 방향으로 잡아갔어요. 그렇게 컨셉을 잡으니까, 손미 작가가 눈물을 흘리며 쓰고 있더라고요. 심은경 배우와 이나영 배우가 걸어가는 장면을 멀리서 잡은 장면이 있었는데요. 사실 대본에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심은경 배우가 '요즘 많이 힘들어?'라고 이나영 배우에게 묻더라고요. 현장에서는 그 말을 못 듣고, 편집하면서 들었는데요. 힘든 모든 걸 감싸 안아 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게 완결성이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Q. 계획하지 않았기에 '박하경 여행기' 작업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순간이 많았을 것 같다. 연출자로 어떤 지점을 느꼈나.
"저는 배우가 우는 걸 개인적으로 안 좋아해요. '울거면 관객이 울어야지'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이나영 배우가 울면 같이 울게 되더라고요. 그 울음이 성질이 달랐던 것 같아요. 다른 작품 촬영할 때 운다는 것은 서럽거나, 슬프거나, 억울한 감정인데 그런 감정이 아니었거든요. 제가 편집하면서도 같이 울곤 했는데요. 뭔가 정화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이 작업의 키워드는 맑은 카타르시스구나'라고 깨달았어요.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에서 비극이면, 여행은 '맑은 카타르시스'인 거죠. 작업 끝낼 때쯤 그런 지점을 느꼈습니다."
Q.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박하경 여행기'의 시즌 2에 대한 요구도 이어지는 상황인데, 혹시 계획이 있을까.
"처음에는 계획하지 않았고요. 좋은 걸 알차게 8화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고, 굉장히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시즌 2는 제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요. 성질이 다른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도 시즌 2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텐데, 시대적 요구가 너무 강력해서 나오게 됐잖아요. '박하경 여행기'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즌 2를 보고 싶어 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감지되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