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정화, 다시 전성기…"나에게 박수를 보내며 즐겨라!"
"저 다시 전성기예요? 이런 말, 너무 행복한데 믿어지지가 않아요.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태까지 꿈을 좇아서 열심히 살았던 너에게 박수를 보내며... 즐겨라!"
데뷔 30년 차 엄정화가 또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스스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반응이었지만, 전성기냐 아니냐를 떠나서 과분한 사랑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엄정화다.
엄정화는 '닥터 차정숙'을 통해 드라마 대표작을 새로 썼다. 제작발표회에서 "차정숙의 이야기와 도전이 이 시점의 나와도 닮아 있었다"고 말한 엄정화는 '차정숙=엄정화'임을 몸소 입증해냈다.
작품이 첫 회부터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 상승을 이끌어온 바, 엄정화는 뜨거운 반응이 얼떨떨하면서도 기뻤다고 말했다. 첫 방송 이후 쏟아지는 호평을 보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말한 그다. 작품이 흥행한 이유도 있겠지만, '실패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 터다.
"저는 사실 '시청률 10% 넘기면 진짜 좋겠다' 했어요.(웃음) 2~3회가 지나면서 시청률이 확 뛰면서 정말 놀랐고 기뻤어요. 1회 때 시청률 4%대로 시작해서 '출발 괜찮다' 했는데, 호평하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걸 보면서 엉엉 울었어요. '내가 표현한 차정숙이 실패가 아니었구나' 싶은 마음에요. 2회 때 저희 대표님이 '이거 (시청률) 터질 것 같아요' 하셨는데, 제가 못 알아듣고 '터지는 게 뭐야?'라고 하기도 했어요.(웃음)"
극 중 차정숙은 20년 넘게 주부로 살다 잊고 있던 꿈을 되찾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는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로맨스 사각관계까지 소화하면서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시청자들은 엄정화표 차정숙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숙의 선한 마음과 꿋꿋한 성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다. 그런 차정숙을 연기한 엄정화도 덩달아 큰 응원을 받았다. 사람들은 차정숙을 엄정화라 불렀고, 엄정화를 차정숙이라 불렀다. 차정숙은 곧 엄정화였다.
"제가 이번에 차정숙을 연기하면서 진짜 많은 응원을 받고 있어요. 차정숙을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보시는 분들이 공감하면서 진심으로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는 점이었어요. 지금 반응은 차정숙을 많이 응원해 주시잖아요. 처음으로 이렇게 응원받는 캐릭터를 해본 것 같아요. 정말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엄정화 말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기분이요? 저도 이런 건 처음 겪어요. 무대에 섰는데 어린애들이 저를 보고 '차정숙!'이라 부리고 중년 분들도 저를 보고 '차정숙이다!' 하시더라고요.(웃음) 엄정화가 아니고 차정숙이라 불러주시니까 감동이 맞물렸어요."
과거 갑상선암을 겪었던 엄정화는 극 중 간 이식 후 꿈을 찾아가는 차정숙에 자신을 대입했다. 큰일을 겪고 나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트인다는 말을 몸소 알게 된 후였기에 더더욱 차정숙에 애정이 갔을 터다.
"차정숙이 죽을 고비를 넘긴 후에 '어떤 감정일까' 생각해 보면 저도 비슷한 느낌을 알거든요. 물론 정숙이는 저보다 큰일을 겪었지만요. 그런 경험이 인생의 시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너무나 공감했죠."
"그런 와중에도 정숙이가 오롯이 자기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가겠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 말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차정숙의 감정이나 대사들이 저는 너무 행복했고, 스스로에게도 힐링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데뷔 후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보여준 그다. 그동안 겪은 현장만 수십 개. 그중에서도 '닥터 차정숙'은 유독 탈이 없는 현장이었다고 했다. 특히 차정숙의 남편 '서인호' 역의 김병철 배우와의 첫 호흡은 만족 그 이상이었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서인호 같은 남자는 정말 최악, 최악이에요.(웃음) 절대 사랑할 수 없어요. 그런데 인호가 병철 배우여서 정말 행복했어요. '우린 복 받았어' 할 정도로요. 인호가 정말 쓰레기인데 그걸 너무 밉지 않게 정말 적절하게, 김병철 배우가 정말 잘 해줬어요. 최고의 배우인 것 같아요."
"이번 현장은 정말 즐거웠어요. 모든 작품이 그렇지는 않지만, 배우들끼리 조금 불편할 수 있고, 조금씩이라도 갈등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닥터 차정숙'은 그런 게 하나도 없었어요. 마치 '청정' 같았다고 할까요? 서로 도움 되는 말도 많이 하고, 모든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엄정화는 '가수 겸 배우'의 길을 닦아온 스타다. 최근엔 많은 이들이 연기와 가수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엄정화가 대세 활약을 하던 때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엄정화는 심지어 50대가 된 지금에도 무대에 대한 열정을 뽐내고 있다. '환불원정대'에 이어 '댄스가수 유랑단'을 통해 여전한 '한국의 마돈나'임을 입증했다.
"2023년은 저 스스로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해에요. 제가 마흔이 되고 앨범을 내기까지 8년이 걸렸어요. 그전에는 항상 연기와 앨범 활동을 동시에 같이 했었는데 그런 모습을 이제서야 다시 보여드리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엄정화가 다시 돌아왔구나' 싶어서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새로웠어요."
"'댄스가수 유랑단'은 제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친구들은 저를 잘 모르잖아요. 저라는 가수가 어떤 노래를 했는지 지금 시기에 보여주는 게 재밌을 것 같았어요. 이렇게 하면 다음 앨범이 나왔을 때 '나 이런 사람이었어. 이런 가수도 있었어. 좀 들어봐봐'하는 마음으로 참여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로 '댄스가수 유랑단'은 (가수로서) 제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 걸음으로 생각해요."
엄정화는 멈추지 않는다.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이 천성인 듯, 그는 "앞으로도 계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활약을 기대케 했다. 30년 연예계 생활 동안 열정과 실력으로 기회를 얻어온 엄정화다. 그 시간을 돌아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겸손함까지 더했다.
"시간이 참 빨라요. 일 년이 훅 지나가요. '드리머'라는 앨범을 준비할 때도 '내가 앨범을 내는 게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혼자 좋자고 만드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계속 시도를 했던 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잘한 일이다 싶어요. 지나간 후에 보면 하나도 의미 없는 건 없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저는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계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저에게 주어지는 기회들에 정말 감사해요. 제가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 같아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편한 것만 고집했다면 이렇게까지 오래 해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늘 새로운 도전을 갈망했기 때문에, 정말 운이 좋게 여기까지 온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