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관상동맥 질환도 예방한다
위암, 위궤양 등 위장관 질환의 대표적 예방 및 치료법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or pylori) 제균 치료가 세계 사망원인 1위인 관상동맥 질환도 예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김상빈 소화기내과 전문의·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황인창 교수)은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가 65세 이하 남성과 65세 이상 여성에게서 관상동맥 질환의 예방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2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내시경을 받은 7,60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관상동맥 질환이 없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자 4,765명에 대해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3,783명)와 제균하지 않은 환자(982명)의 관상동맥 질환의 누적 발병 유무를 장기간 추적관찰 했다. 두 그룹은 연령, 성별, 음주량, 흡연 여부, 당뇨병, 고혈압, 아스피린 섭취량 등의 차이가 없어 정확한 비교가 가능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에서 제균 치료를 받아 헬리코박터균이 박멸된 환자들의 관상동맥 질환 누적 발병률이 비제균 그룹에 비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남성은 65세 이하에서, 여성은 65세 이상에서 이러한 예방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차이가 여성호르몬(에스트로젠)이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을 강화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에스트로젠 수치가 비교적 낮은 65세 이하 남성이나 65세 이상 여성에서 제균 치료로 인한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 ‘헬리코박터(Helicobacter)’에 최근 게재됐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암, 위궤양 등 위장 병변을 유발하는 균으로 잘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전신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활성화를 비롯해 지질 대사의 장애를 유발하고, 혈관 손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위험·다빈도 질환인 위암, 심근경색을 동시에 예방하는 효과가 규명된 만큼 감염이 확인된다면 제균 치료를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