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이스' 이연희 "미숙했던 20대 지나…결혼 후 심적으로 든든해"
"20대까지는 '국민 첫사랑' 타이틀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나를 많은 분들께 알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시기예요. 이제는 유부녀가 됐잖아요. 국민 첫사랑은 욕심도 안 내요(웃음). 앞으로 듣고 싶은 수식어는 '믿보배'.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청순한 외모에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는 순정 미소. 이연희는 '이연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벗기기를 시작했다. 2020년 MBC 드라마스페셜 'SF8-만신'을 통해 파격 변신에 나섰던 그는 이듬해 연극에도 도전, 알찬 30대를 보내고 있다. 그런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건 '레이스'다. 자신은 겪어본 적 없는 또래 청춘의 일상에 끌린 이연희는 꾸밈없는 모습으로 첫 오피스물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은 스펙은 없지만 열정 하나로 대기업에 입사하게 된 '박윤조'가 채용 스캔들에 휘말리며, 버라이어티한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K-오피스 드라마다. 극 중 이연희가 맡은 '박윤조' 역은 대기업 홍보팀 계약직이자, 노스펙 때문에 고난을 겪는 청춘이다.
30대 중반의 나이, 처음으로 오피스물에 도전한 이연희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공감과 성장을 꼽았다. "작품을 선택하게 된 건, 요즘 청년들을 대변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어서 였어요. 제가 직장 생활을 해보지 못했지만 모든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표현한다는 게 매력적이게 다가왔어요. 윤조가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참 재밌었고, 저도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고요."
이연희는 데뷔 20년 차 중견 배우다. 그런 이연희가 바라봤을 때 MZ세대 윤조는 어땠을까. 이연희는 팀장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신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윤조를 보면서 세대 차이를 느낀 부분도 있었어요. 저는 80년대생인데, 윤조는 전형적인 MZ세대 잖아요. 윤조가 팀장님한테 혼나고 그 자리에서 우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공감되지 않았어요. 저 때는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보다 화장실 가서 엉엉 울던가 했거든요. 요즘 친구들은 감정에 솔직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꼰대스러운 건가 싶기도 했어요.(웃음)"
"물론 윤조와 비슷한 면도 있죠. 저도 윤조처럼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쳐요. 다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되게 힘들어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거든요. 일 자체는 정말 즐겁고,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하루종일 설레는 마음에 작품 생각만 하곤 해요. 그런 부분에서는 윤조와도 많이 닮았죠."
'레이스'는 윤조의 성장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특히 오피스 로맨스를 선보이는 상대 '류재민' 역의 홍종현은 윤조의 조력자이자 절친으로서 많은 역할을 해낸다. 무엇보다 케미가 좋아야 했던 바, 이연희는 연기 호흡을 위해 촬영 전부터 후배와 친해지려 부단히 애를 썼다.
"재민이(홍종현)와 실제로는 2살 차이라 세대 차이를 느끼진 않았어요. 제가 조금 더 많이 다가가려고는 했어요. 극 중에서 세 친구가 절친으로 나오는데, 이 친구들이 저보다 경험이 조금 더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먼저 다가가고 친해지려고 한 부분이 있죠. 처음에는 어색하니까 먼저 '같이 밥 먹고 술 한 번 마셔볼래?' 하기도 했고요. 특히 노래방 신이 안 친한 사이이면 되게 부담스럽잖아요. 다행히 먼저 친해져서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래 친구들과의 호흡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극 중 업계 최고 홍보 전문가이자 윤조가 다니는 회사에 CCO로 부임한 '구이정' 역의 문소리와는 워맨스를 선보인다. 이연희는 문소리와의 첫 신에서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문소리 선배님은 극 중에서 제 롤 모델로 나오세요. 선배님이랑 촬영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고 설렜거든요. 선배님과 처음 만나는 신에서 긴장하고 떨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저도 예상하지 못한 제 모습이었어요. 놀랐죠. 저도 모르게 계속 긴장하게 돼서 감독님께 '저 괜찮아요?'하고 여쭤봤는데 괜찮다고 해주셔서 다행이었어요. 문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은 아주 영광이었죠."
30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이연희다. 이미지 변신에 나섰고, 작품적으로도 더 폭넓은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게다가 결혼도 하면서 인생의 변곡점을 맞았다. 지금 시점에 되돌아본 20대 시절은 이연희에게 부담이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이제 이연희는 안정을 되찾았다.
"20대 때에는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아요. 대중들에게 좀 더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거기에서 오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오히려 저를 가둬두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나이가 먹으면서 내 안에서 방법을 찾아갔죠. '어떻게 해야 더 이 캐릭터답게 연기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연기하는 재미를 알게 됐어요. 요즘에는 현장에 가면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예전에 비해 제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분도 생겼고요."
"예전에는 참 미숙하고 열정이 가득했죠. 그때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이제는 감사한 시간을 갖고 있어요. 과거 당연시했던 부분들을 생각하면 참 어렸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그런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특히 이연희는 결혼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고 말했다. "불안했던 시기에 가정생활을 통해서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생겨 심적으로 든든해요. 늘 저를 지원해 주는 조력자가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도 커요"라며 삶의 변화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젠 '믿보배'라는 수식어를 얻고 싶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은 이연희. '이제부터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포부를 전한 이연희는 앞으로 무수히 남은 연기 생활을 기대케 했다.
한편, 이연희가 출연하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스'는 매주 수요일 2편씩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