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온피플, ‘AI 치아교정’ 시대 열다
[AWC in Seoul 사전 인터뷰] 이석중 라온피플 대표
비전 AI 기술로 ‘치아교정’, ‘무호흡증’ 치료 방법 찾아
인공지능(AI)이 국민 건강과 연결되는 의료, 헬스케어 분야에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판독, 진단,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치의를 돕는 보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X선 촬영이나 CT, MRI 영상을 분석해 이상 여부를 찾아내는 ‘비전 AI’ 기술은 이미 규모 있는 병원에선 의사 보조 도구로 활용 중이다.
아직 크게 개척되지 않은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국내 전통 비전 AI 기업 ‘라온피플’은 자체 AI 기술을 기반으로 ‘치아교정’과 ‘무호흡증’ 치료를 돕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아직 의료 AI 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미개척 분야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되는 시장이다.
치아교정은 최근 치료 외에도 미용 목적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어린이 위주로 교정이 이뤄졌다면, 지금은 40대 이상 성인도 교정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개 대도시에서 치아교정을 한 40대 이상 환자는 2010년 6.8%에서 2017년 8.0%로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10대 이하 어린이는 인구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2010년 10.5%에서 2017년 15.8%로 그 비율이 크게 늘었다.
무호흡증 역시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무호흡증은 기존에는 사소한 질환으로 치부됐지만, 지금은 산소 부족을 일으켜 심혈관질환, 뇌졸중, 당뇨병, 치매 등의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치료가 꼭 필요한 질환으로 평가된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수면무호흡증 환자 1552명을 대상으로 18년간 관찰한 결과, 수면무호흡증이 심할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들은 10년까지는 큰 차이가 없다가 10년이 지나면서 심혈관질환 발생에 급격한 차이를 보였다.
라온피플은 두 질환의 위험성과 시장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이를 보조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자회사 ‘라온메디’를 설립해 사업 확장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석중 라온피플 대표는 오는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글로벌 AI 컨퍼런스 ‘AWC 2023 in Seoul(AWC 서울)’에 패널토론자로 나와 현재 진행 중인 AI 기반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 소개한다. 이에 앞서 그를 만나 라온피플의 의료 AI 분야 사업 전략을 들어봤다.
AWC 컨퍼런스는 한국의 AI기술 연구 및 산업 현황을 알리고, 국내외 기업과 연구자들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 컨퍼런스다. 이번에 개최되는 AWC 서울은 ‘DX in DX(진단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슬로건 아래 AI 기반 내과 진단, 초개인화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 AI 헬스케어 등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강연 및 토론이 진행된다.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와 디지틀조선일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서울디지털재단이 공동 주최·주관한다. 신청은 AWC 공식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 라온피플은 본래 제조 분야에 비전 AI 기술을 활발히 공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의료 분야로 진출한 이유가 있나.
“제조 분야는 ‘스마트팩토리’ 분야로 기술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고, 다른 한 축으로는 ‘스마트 라이프’라고 해서 일상생활 쪽에 관심을 두고 기술 연구를 했다. 의료 분야가 이 중 하나다. 우리가 모든 분야를 시작할 순 없다고 판단했고, 의료 중에 기술 도입에 대한 니즈가 강하고 비즈니스 친화적인 분야를 고민했다. 여기서 치과가 떠올랐다. 이때가 2018년 정도였는데 당시에는 치과에 디지털 기술이 막 접목되고 있었고, 그럼에도 여전히 수작업이 많았다. 여기에 AI가 도입되면 의사의 작업 시간을 줄이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한 결과 교정치료에 관한 AI 기술을 만들 수 있었다.”
- 치과의 많은 의료 영역 중에 교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교정은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은 사업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치과 쪽에서 교정을 전공하는 전공의는 10% 정도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 경제적 영향에 많은 영향을 받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치아교정은 동양인의 경우 서양인보다 훨씬 어렵다고 평가된다. 동양인은 입과 턱의 구조가 서양인과 달리 작은 편이다. 따라서 치아가 턱보다 큰 경우가 많아 교정을 할 때 치아와 치아 사이들을 모두 갈아 공간을 만든 뒤 교정을 한다. 충분한 교정이 나오지 않는 경우 발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교정을 할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하다. 사람마다 치아 모양들이 다양해 고민할 부분이 많아서다. 또 치아교정은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달린 분야는 아니다. 미용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제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임플란트와 비교해보면 아직 덜 개척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분야에 AI 기술이 투입된다면 경제, 기술적인 부분에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교정 분야 사업을 진행했다.”
- AI로 치아교정을 어떻게 도울 수 있나.
“랜드마크라는 것이 있다. 환자의 치아 분석을 하기 위해 얼굴에서 중요한 54개의 랜드마크 포인트가 있다. 그 포인트들의 점을 찍고 각도와 거리를 분석하면 어떻게 교정이 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우리는 이처럼 그 사람이 어떻게 교정이 되는지 판단해주는 소프트웨어 도구를 먼저 만들었다. 이 제품은 2020년 식약처 승인을 받았고 지금 일본 시장에 주로 판매하고 있다. 최근 식약처 인증을 받은 제품도 있다. ‘얼라인 스튜디오’다. 이 제품은 진단부터 교정까지 투명 치아교정에 필요한 치아 분석을 AI를 통해 한 번에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여러 개의 치아와 잇몸을 자동으로 분리한 후 AI를 통해 각 치아의 축을 가상으로 생성하고 교정 치료 계획에서 단계별 모델에 대해 자동으로 분석한다. 그만큼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치아교정 방법을 찾을 수 있다.”
- 치아 교정에 사용되는 다른 소프트웨어도 많을텐데.
“우리 소프트웨어가 다른 곳과 가장 다른 점은 의사들이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라인 스튜디오의 경우 올해 2월 식약처 승인을 받았는데, 그전에 몇 군데 병원에서 테스트용으로 시험해본 적이 있다. 이때 의사의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편의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기존 소프트웨어는 CT 촬영 결과하고 구강을 스캐닝한 데이터를 함께 보며 교정을 해야 했다. 두 가지 데이터를 측정하는 소프트웨어가 다르니 불편했다. 우리는 CT 데이터를 AI로 종합적으로 분석하게 만들었다. 치아 뿌리 상태가 어떤지, 어떻게 교정을 해야 충돌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지등을 한 제품으로 다 분석할 수 있다. 이 점은 독일의 한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 무호흡증 관련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안다.
“맞다. 쉽게 말해 CT 영상 촬영을 AI로 분석해 무호흡증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CT 촬영을 하면 기도의 주요 부분을 AI가 분리하고 분석해 무호흡증 여부와 중증 여부 등을 판단한다. 기존에는 무호흡증 진단을 받으려면 몸에 약 40개 센서를 붙이고 병원에서 6시간 이상을 자야했다. 이 과정이 매우 불편하다. 우리 제품 인증을 받기 위해 이 과정을 직접 해봤는데 무척 불편했다. AI가 CT 영상을 분석해 무호흡증 여부 등을 판독하면 이 과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환자한텐 편의성이 높아지고, 병원은 병실 확보 등에 유리하다. 현재 이 제품은 식약처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에 승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 무호흡증은 성인 20%가 겪는 흔한 현상이다. 이것이 심각한 질환인가.
“잘 때 겪는 증상에는 코골이가 있고 무호흡증도 있다. 코골이는 코를 시끄럽게 고는 것으로 위험성은 적다. 문제는 무호흡증이다. 자다가 숨이 멈추는 현상이 일어나면 산소 공급이 저하돼 뇌와 심장에 나쁜 현상이 발생한다. 1시간에 무호흡 현상이 몇 번 있느냐가 중요한데 일정 횟수 이상이 되면 질병으로 본다. 장기적으로 고혈압, 당뇨와 같은 대사 질환이 생길 수 있고 뇌에 산소가 적게 공급되다 보니 치매 등의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수면 무호흡증을 질병으로 인식해 2015년부터 보험 처리를 해주는 국가가 많이 생겼다. 수면 무호흡증은 생각보다 위험한 증상이라는 인식 강화가 필요하다.”
- 식약처 인증이 되면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인가.
“1차적으로 건강검진에 도입하고자 한다.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검사처럼 국민이 몇 년에 한 번씩 검사해 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하면 국민 건강증진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건강검진을 할 때 폐 CT를 찍는 경우가 있는데, 이 촬영을 조금만 더 높이 하면 무호흡증도 분석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높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건강검진에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고 해외 수출 등도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