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에서 홍대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 / 사진 : 어썸이엔티 제공

영화 '드림'의 개봉 전 진행된 박서준의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열심히" 였다. 극 중 축구선수인 홍대를 그려내기 위해 그는 '열심히' 준비했고, 배우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때 역시 '열심히' 빈틈을 찾아 메꾸려고 한다. 심지어 예능 '서진이네'에 임할 때의 박서준의 마인드도 '한식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현장에 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열심히' 덕분에 어느 곳에 있던 '박서준'이라는 이름의 신뢰를 쌓았다.

'드림'은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하게 된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그 속에서 박서준은 우리나라 홈리스 축구팀의 감독이 된 축구선수 홍대 역을 맡았다. 박서준은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라며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홍대는 축구를 정말 사랑하는 친구예요. 사실 스스로도 알고 있거든요. 일종의 벽을 느끼고 있고, 어느 선 이상까지 될 수 없다는 걸요. 그런데 너무 사랑하니, 포기는 못 하고 그만큼 열심히 하며 훈련을 해왔고요. 엄청나게 레전드로 남고 싶은 선수라기보다, 실력 면에서도 관계 속에서도 열등감이 있고, 애정에 대한 결핍도 있는 어딘가 모자란 인물 같았어요. 표현은 서툴지만, 안에 따뜻함이 있어서 그런 모습들이 담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영화 '드림'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서준 역시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축구선수 손흥민의 절친한 친구 사이기도 하다. 박서준은 손흥민에게 받은 조언을 묻자 "제가 그의 조언을 받아들일 만한 수준도 아니고, 무언가를 이야기해 준다고 한들 이해할까 싶고요"라고 웃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기술 같은 경우는 사전에 '어떻게 찍을 거다'라고 디자인을 해놓으셨어요. 그래서 그것만 열심히 연습하면 되는 상황이었고요. 공과 친해지려고 했고, 체력이 중요할 거라고 생각해서 평소에도 많이 뛰었어요.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했고요. 대기할 때도 가만히 앉아있기보다, 계속 움직이려고 했어요. 대역이 있긴 했는데, 롱테이크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직접 한 부분이 많긴 했어요. 대신 그 친구에게 많이 배웠죠. 그때 그 친구가 20살이었는데, '드림'의 한국 촬영 분량이 끝나고 군대에 갔거든요. 제대하고도 남을 시간에 개봉하게 되네요. (웃음)"

영화 '드림'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외형적인 준비도 있었다. '드림' 언론 시사회 당시 'CG가 아니냐'라는 질문이 있을 정도로, 박서준은 축구 선수 그 자체의 몸을 완성했다. 박서준은 "평소에는 상체 위주로 운동하는 편인데, '드림'을 앞두고는 하체 위주로 운동을 열심히 했고요. 단단함은 코어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서, 코어 강화 운동을 하려고 했어요. 덕분에 균형이 잡힌 것 같아요"라고 이와 관련해서 답했다.

홍대의 시그니처 헤어스타일인 2:8 가르마에 대한 후일담도 전했다. 박서준은 "축구를 보면 정갈한 선수들이 있어요. 머리카락 때문에 시야가 가려질 때도 있거든요. 그리고 촬영할 때 연결이 잘 안 맞을 수도 있고요. 또 다른 이유로는 '이태원 클라쓰' 촬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서, 머리를 기를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어요. 여러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영화 '드림'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서준은 표현이 서툰 홍대에게 공감했다. 그는 "저도 부모님께도 지인들에게도 낯간지럽게 표현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막 사교적이거나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라고 자신의 실제 성격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방송 중이었던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에서 그는 절친한 최우식과 뷔에게 늘 진심어린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냥 친한 친구들이랑 있을 때 모습 같아요. 제 모습을 제가 볼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서진이네'를 보면서 저도 '저런 모습이 있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촬영이라는 생각도 안 들 정도로 너무 편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음식을 알리는 거로 생각해서 최대한 예쁘게, 맛있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거기 오신 분들이 접해본 한국 음식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잖아요."

영화 '드림'에서 홍대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 / 사진 : 어썸이엔티 제공

영화 '극한 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의 작품으로 특유의 말맛으로 관객을 사로잡아 온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다. 박서준은 처음 이병헌 감독이 원하는 말의 속도에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그가 택한 방법은 "감독님의 호흡을 찾거나 느끼려고 한 것 같아요" 였다.

"대사가 많은 장면에서 당연히 전달이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속도나 리듬을 가져가는가에 따라 지루할 수도 있고, 재미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게 호흡인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을 통해 '호흡'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끝까지 이병헌 감독님의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드림'에서 함께한 선배님들께 들은 말 중에 공감이 많이 된 말이 있는데요. 감독님이 스트라이크존이 넓다고 하셨거든요. 그만큼 오케이 범위가 넓어요. 감독님께서 원하는 바가 확실하시면 디렉션을 하시고, 아니면 그대로 두세요. 예를 들어, 엄마 면회할 때, 이런 장면에서는 전혀 디렉션이 없으셨어요. 전체적인 그림을 보시고 감독님께서 조율을 잘하시는 것 같아요."

영화 '드림'에서 홍대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 / 사진 : 어썸이엔티 제공

박서준은 최근 공개된 마블의 새 영화 '더 마블스(The Marvels)' 예고편에 등장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마블 세계관에서 박서준은 '얀 왕자' 역을 맡아 활약한다. 작품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그는 할리웃 진출과 관련 "마음가짐이 싹 없어졌었거든요.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야지라고 생각할 때 제안을 받고 '이게 뭐지?' 싶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드림' 이후,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마블스'의 개봉을 앞둔 마음을 덧붙여 이야기했다.

"고민이 컸어요. 사실 작품을 촬영한다는 것이 관객과 작품으로 소통하며 에너지를 얻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칭찬해주고 고쳐야할 부분도 쌓아가고 하면서 해나갈 이유가 되기도 해요. 그런데 촬영은 했는데,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세상에 보여줄 수 없던 그 몇년이 사람을 되게 지치게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연기하는 건 살아있는 것 같고 좋지만, 관객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지치기도 하더라고요. 관객과 만나는 에너지가 너무 필요했어요. 올해 개봉하는 작품이 있는데요. 그 자체가 감사한 일이더라고요. 하루하루 주어진 상황에 열심히 할 거예요. 홍보도 열심히 임할 거고요. 이렇게 지내다보면 올 한해가 훌쩍 지나갈 것 같네요."

영화 '드림'에서 홍대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 / 사진 : 어썸이엔티 제공

캐릭터에 임할 때도, 예능에서도, 홍보를 이야기할 때도 유독 '열심히'라는 단어를 사용한 박서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제가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는 건, 타고난 성격도 있지만 제가 저를 지키는 방법인 것 같아요. 최대한 안 맡으려고 미뤄둬요. 그러다가 결정하고 맡으면, 부끄럽지 않게 해내고 싶어요. 어쨌든 어떤 캐릭터를 맡았으면, 대단한 평가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열심히 하지 않은 모습까지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저에게 떳떳하지 못할 것 같거든요. 그러면 저 자신이 무너질 거고요. 그래서 제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고요."

자신을 찾아준 곳,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곳에 '열심히' 임하는 것은 아무도 몰라주더라도 자기는 아는,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영화 '퍼펙트게임'에서 관중 1 역을 맡았던 그가 12년 만에 '드림'의 주연뿐만 아니라, 마블 시리즈에 합류한 원동력은 아닐까 인터뷰가 끝날 즈음, 그 생각이 확신이 됐다.

영화 '드림'에서 홍대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 / 사진 : 어썸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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