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리즘 김상윤 칼럼] 메타버스가 바꿀 미디어 산업의 미래
2020년 4월,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속 가상 무대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트래비스 스콧의 팬들은 아바타로 콘서트에 참여했고, 참여 관객 수는 전체 1,200만 명에 이르렀다. 2021년 7월에는 국내 MBC가 세상을 떠난 가수 김현식을 기리는 ‘故(고)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를 개최했다. (*홀로그램이란, 빛을 이용하여 3차원 영상이나 이미지를 만들어 실제와 유사하게 보이는 기술을 말한다) 이 콘서트에는 디지털 휴먼의 형태로 김현식 가수가 등장하여, 국내 팬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이처럼 방송, 미디어 산업에도 메타버스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주로 이벤트성 공연이 대부분이지만, 향후 메타버스 기술이 계속 진화하고 이용자가 확대됨에 따라 미디어 산업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현실 세계의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참여자 수를 제한할 수밖에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이나 대형 스포츠 이벤트 등에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제시한 사례들처럼 행사 자체를 가상에서 개최하거나, 또는 현실과 가상을 연계하여 참여자 수를 확대하는 방법 등이 있다. 후자의 경우는 현실 공연장에서 AR 기기를 제공하여 보는 위치에 상관없이 실감도를 높이는 방법, 현실과 가상을 실시간 연결시켜 현실, 가상 모두에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결국 메타버스는 물리적 세계의 공간적 제약과 거리감을 완전히 없애, 세계 문화 콘텐츠, 미디어 영역을 완벽한 단일 시장으로 만들게 될 것이다.
둘째, 메타버스의 미디어 산업 활용 확대는 최근 유튜브, SNS 등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개인화, 맞춤화 콘텐츠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현실보다는 디지털에 치중되는 공간이다. 즉, 이용자 개개인의 기호나 취향, 혹은 작은 동작, 말 한마디가 디지털 데이터로 수집되고, 이것이 자신의 새로운 경험과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최적화, 맞춤화를 의미한다. 최근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기술은 개인 맞춤화 시장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셋째, 메타버스와 어울리는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도 거대한 변화 중의 하나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의류나 액세서리 등 아이템을 가상 세계에서 구입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NFT 즉,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을 부여하는 기술로 인해 디지털 굿즈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아이템 또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현실 세계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도 소유할 수 있고, 이를 거래, 교환하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그 밖에도 미디어 산업의 주 수입원인 광고 시장이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와 같은 불특정 다수를 타겟으로 한 광고보다는 아주 구체적인 소규모의 타겟을 정한 맞춤형 광고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성장할 것이다. 특정 연령대, 지역, 성별 등 구체적인 소규모 세그먼트 단위나 혹은 완전히 개인화된 광고의 활용이 확대될 것이다. 메타버스는 디지털이라는 특성상 사용자 행동 및 선호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생성할 요소가 넘친다. 미디어 및 광고사는 이 데이터를 광고주에게 판매하거나 생성형 AI 광고 등을 통해서 광고의 도달률과 적중률을 높이게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메타버스는 방송 및 미디어 산업에서 수익 창출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요소가 많이 있지만, 메타버스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단일 시장으로서의 경쟁을 가속화할 것이다. 국내 미디어 기업들은 이 속에서 경쟁과 기회, 위기를 반복하게 될지 모른다.
[김상윤 교수] 김상윤 중앙대 교수는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기술로 인한 우리 사회의 변화와 미래 모습을 제시하는 '디지털 융합 멘토'다. 다수의 기업 및 공공 기관에서 메타버스, AI,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련 프로젝트와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타 리치의 시대', 미래 시나리오 2022' 등이 있으며 최근 메타버스 전문 뉴스 미디어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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