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인터뷰 / 사진: 매니지먼트 컴퍼니온 제공

[인터뷰①에 이어] 이제훈은 '모범택시' 속 김도기만큼이나, 다양한 '부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 외에도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인 경영인이자, 자신의 작품을 연출하는 창작자이기도 하다.
먼저 배우로서 이제훈은 어떤 사람일까. 많은 사람들이 느낀 '배우 이제훈'은 여러 사회적인 울림을 주는 작품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이제훈은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경험한 것은 배우는 사람을 연기하는 직업이다. 그 사람도 가족이 있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러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다"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들이 요즘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논란이 되고 있고, 무엇에 감동을 느끼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등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작품 선택에 스며든 것 같다. 어떠한 의도나 방향성이 아닌, 마음이 이끌려 작품을 만나고, 연기를 하게 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선택들이 또 다음 작품 선택에도 유기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모범택시'는 이제훈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묻자 "예전의 저는 작품을 대할 때 내 안에서 출발하고 내가 아니라면 표현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메소드 연기의 방식으로 접근을 했다면, '모범택시'를 만나면서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제3의 인물을 표현하는 신기함과 재미를 느낀 것 같고,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덕분에 작품을 보고 인물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용기를 얻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연기를 하는 부분에 있어 더 많이 고민하고 연구해야겠다는, 제가 채워야 할 것이 많다는 고민을 하게됐다"라고 덧붙였다.
주위에서 본 이제훈은 '책임감이 많은 배우'였다. 실제 '모범택시'를 함께 한 여러 배우들은 주연으로서 작품을 이끌어나가고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 이제훈의 책임감에 감탄을 보냈다.
"단순히 배우로서 '연기만 잘해야지'로 끝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의견을 내고 소통이 되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만 있다면 의견을 피력하고 싶다. 그뿐만 아니라 배우라는 존재가 미치는 영향력이 있다. 한 작품뿐 아니라 문화, 예술이나 산업 전체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에 생각이 더욱 깊어진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우리는 더욱 깊은 고민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됐다."

최근 관심이 있는 사회 이슈를 묻자 "너무 많다"라며 "현재 진행형인 부분도 있겠지만, 과거 네덜란드에서 튤립이 굉장히 높은 가치였다가 그 가치가 떨어지는 이야기가 몇 백 년 전에 있었는데, 그게 저는 코인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을 했다. 제가 어떤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코인이라는 그 속에서 나쁜 일이 벌어지는 것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도 있고, 그것에 대해서도 다루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제훈은 이어 앞서 단편영화를 제작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요즘 젊은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이 흥미로운지 소재를 선택하던 중 주식에 대한 것으로 이야기를 썼다. 그런 것을 보며 그런 (코인 등) 사회적인 것들에 대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떤 의미와 존재로서 남게 되는지 계속해서 보게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을 더했다.
자연스럽게 영화 이야기로 넘어오게 됐다. 이제훈은 "최근에도 영화를 많이 봤다. 4월에는 거의 매주 3번씩은 극장에 갔던 것 같다. OTT는 '성난 사람들(비프)'을 봤다. 스티븐 연을 좋아해서 흥미롭게 봤고, 나도 이런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또 인기가 많았던 '더 글로리', '카지노'도 봤다. 좋은 작품을 보는 순간들이 즐겁다. 그 속에서 살아가고 꿈을 꾸다 보니까 더욱 한국 영화가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아직 개봉 못한 작품도 많은데, 매주 극장에서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와서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소망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한 이제훈은 영화사 '하드컷'의 공동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창작자들과 함께 좀 더 긴밀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라며 "함께 유니언을 이루고 의지가 되는 그림을 꿈꾸는 것 같다. 궁극적으로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를 하는 것이 제가 가장 행복한 지점인 것 같다. 좋은 소재가 되는 것도, 어떤 이야기 속 부족한 부분을 수정해서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치는 것도 즐거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21년에는 매니지먼트 컴퍼니온도 설립했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작품 선택의 폭이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묻자 "회사를 차린지 이제 2년이 된 것 같다"라며 "당연히 좋은 작품에 출연해야겠다는 욕심이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과 마음을 보여드리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30대 시절에는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에 대한 꿈을 꾸었다면 40대 때는 좀 더 명확하게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다. 기획이나 제작 같은 것에 있어서 좀 더 결과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더했다.
"창작자와 경영을 하는 입장에 위치가 놓이다 보니까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드리고 싶고,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 됐다. 하고 싶은 것들도 많지만, 무게감도 느끼고 사명감도 느끼는 것 같다. 배우뿐 아니라 다른 포지션에서의 역할도 충실하게 잘 하고 싶고, 발전해서 이루고 싶은 것이 목표다. 이런 것들을 짤 쌓아가고 싶기 때문에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라며 진중한 생각을 전한 이제훈은 "조만간 또 연봉협상이 있다. 매달 월세 등 고정비도 있는데, 그런 것을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장난스럽게 덧붙이기도 했다.

이러한 부캐들로 완성된 이제훈이지만, 본질은 '배우'다. 이제훈은 "앞으로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통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건강하게 최소한 십 년은 미친 듯이 달리고 싶다는 것이 저의 의지고, 좋은 배우들, 사람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창작에 대한 꿈을 펼치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만 자신 혼자의 힘이 아닌, '함께'의 가치를 강조했다. "제가 꿈꾸는 것들에 있어서 혼자 할 수가 없다. 연기를 하는 것도 카메라가 찍어줘야 하고, 내 목소리를 담아야 하고, 조명도 필요하고, 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를 만져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초라한 인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내가 이거를 만들었고, 온전히 다 하겠다는 것이 아닌, 함께 하는 것이 의미가 있고 그래야 좋은 것들이 나온다는 깨달음을 얻어서 이런 자세로 살아갈 것 같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또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주고 싶다."
끝으로 이제훈은 자신의 10년 전, 지금, 그리고 10년 후의 모습에 대해 "그때는 정말 많은 것을 모르는 상태로 작품에 푹 빠져서 어떻게 하면 누를 끼치지 않고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집중했다면, 지금은 주위를 많이 둘러보고 내가 연기를 잘 하는 것은 당연함과 동시에, 이 안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번져갈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10년 후에는 내가 이렇게 생각했던 부분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어서 좀 더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꿔보는 것 같다"라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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