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제훈 "'모범택시', 스핀오프나 극장판까지 상상하게 돼"
어떤 배우라도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과 캐릭터에 당연한 애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토록 작품에 진심일 수 있을까 싶다. '모범택시'라는 IP 자체에 열광하며 시즌3를 넘어, 그보다 더 큰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이제훈을 만났다.
지난 15일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극본 오상호, 연출 이단)가 종영했다.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 '모범택시'에서 이제훈은 김도기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과 버라이어티한 부캐(부캐릭터) 플레이로 시즌1보다 한층 강력한 '갓도기 신드롬'을 탄생시켰다.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모범택시'를 무사히 운행시킨 이제훈은 "매 회 긴장하면서 봤던 것 같다"라며 "시즌1이 사랑을 받아서 시즌2가 만들어진 만큼, 기대 이상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며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특히 '모범택시2' 최종 회에서는 시청률 20% 고지를 넘기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이제훈은 "시즌1은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좀 더 암울하고 다크한 측면이 많았다면 시즌2는 보시는 시청자들이 느낄 때 답답한 순간을 짧게 하고, 시원하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라며 "금토 드라마인 만큼, 한주에 이야기가 끝나는 방식으로 가게끔 선택하며, 이야기에 대한 주제 의식을 떠올리고 잘 마무리됐다는 마음을 느끼게 하고 싶었는데, 그런 의도를 잘 봐주신 것 같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시즌1과 비교해 김도기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묻자 이제훈은 "국장님께서 김도기의 부캐가 더욱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다양한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대본을 한 부씩 받으며 생각하게 됐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만약 시즌3를 하게 된다면 더욱 많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 부캐들을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줬지만, 또 반복되고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변화 외에도 각 캐릭터들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던 것 역시 의미 있는 지점이었다. 각각 상처를 품고 있는 '모범택시' 속 여러 인물들이 무지개 운수라는 인연을 만나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
이제훈 역시 "시즌1에서 도기는 무지개 운수 사람들과 있을때도 거의 웃지 않았다. 무표정이었는데, 시즌2에서는 함께 하는 과정에서 앙상블과 팀워크로 이루는 것들이 많다보니까 더 편해지고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면서 웃기도 하고, 장난스러운 제스처도 보여준다"라고 동의했다. 이어 "트라우마를 겪은 여러 인물들이 서로 손을 잡고 맞닿아 있을 때,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부분에 있어서 의미가 깊다는 것을 무지개 운수 사람들을 통해 느낀 것 같다"라고 변화의 이유를 언급했다.
또 달라진 것이 있다면 도기와 고은(표예진)의 관계가 아니었을까. 두 사람이 과연 로맨스였을까 질문하자 이제훈은 "도기는 그걸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시청자로서 본다면) 바보 아니야 할 것 같다"라며 "한편으로는 가족같이 지내는 사이라 이렇게 관계가 되는 것이 맞나 생각도 했는데, 작가님이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모르겠다. 근데 그 장면에서 도기가 곧이곧대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냥 이렇게 가면 또 재미가 없다. 뭔가 삼각관계가 된다든가, 고은이가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도기가 신경이 쓰인다든지, 혹은 도기가 여자친구가 생기는 것을 고은이가 질투하면서 사각관계가 된다든가"라고 상상을 펼치다가 "제가 로코와 멜로 장르를 많이 봐서 '모범택시'에 적용시키려고 한 것 같다. 그러면 또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을 마쳤다.
사실 이제훈은 유독 로맨스 장르와는 인연이 없는 편이기도 하다. 그는 "저는 멜로나 로코를 하고 싶은데 왜 제가 선택하는 작품마다 그런 것이 거의 미미하거나 부족한지, 스스로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아마 이걸 한다고 다른 것을 안 하겠다는 그런 스탠스가 아니다 보니 인연이 되는 시기와 작품이 안 맞은 것 같다. 너무 슬프지만 매우 기다리고 있고, 의지가 충분하다"라고 전해 다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아쉽게도 차기작 역시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작품들뿐이다.
'모범택시'의 경우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실화를 기반으로 완성됐다. 이제훈은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을 보는데 이 사건이 실제로 있던 일이라며 기사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웠고, 감사했다"라며 "작가님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다루다 보니까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의미를 생각하게 됐는데,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흥미로웠다. 풀어가는 방식 등은 판타지일 수 있지만, 앞으로 이런 사건들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고, 기억하자는 이야기들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단연 화제를 모았던 것은 '버닝썬 게이트'에 대해 다룬 '블랙썬' 에피소드다. 이제훈은 "젊은 세대들이 문화를 즐기는 부분에 있어 불특정한 위험 요소에 노출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도 경각심이 있었으면 좋겠고, 스스로도 보호를 해야 한다. 또 그런 것들에 대한 제도들도 마련되기를 바란다"라며 "최근 약물이나 마약에 대한 문제가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고, 문제가 되는 것에 깊은 생각과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의미를 전했다.
이처럼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이제훈은 "가장 신중하고 예민하게 포커싱 했던 것은 피해자분들이 이 드라마를 보셨을 때의 그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라며 "단순히 지나가는 것이 아닌, 기억하고 항상 생각하며 살아갈 테니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동화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그런 마음가짐이 '모범택시'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어느덧 두 시즌을 '김도기'로 살아온 이제훈이다. 그에게 김도기는 어떤 사람인지 묻자 "영웅 캐릭터에 대한 것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부분이다. 미국의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우리나라에도 이런 히어로적인 캐릭터가 굉장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것이 저한테 있어서는 매우 상징적이다"라며 "그래서 이게 단순히 한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로 이어가길 바라는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그런 인물을 꿈꾼다는 것이 마음이 아픈 것도 있다. 너무 억울하고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이 많고, 그걸 해결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회의 현상들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뉴스를 보고 어떠한 사건들이 있을 때 나한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 마음을 나누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제훈이 '모범택시'를 떠난다면, 운행이 계속될 수 있을까. 상징성이 큰 것 같다는 말에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007' 시리즈가 다니엘 크레이그가 없다고 해서 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세계관이 만들어졌고, 다양한 상상의 나래와 인물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기대가 큰 IP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세계관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고, 실제 있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계승됐으면 좋겟다. 좀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인물들이 나와서 뭐라고 해야할까요. 지금 생기는 욕심은 그 인물들 각각도 매력이 있으니까 나중에 스핀오프나, 극장판이 나오는 것도 상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②] 기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