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쿠팡플레이 제공

장근석이 5년 만에 완벽히 복귀했다. 군 공백기를 비롯해 총 5년여의 시간 동안 자신을 오롯이 채우고 돌아온 장근석은 쿠팡플레이 '미끼'를 복귀작으로 택하며 대중에게 새로운 장근석을 선보였다.

'미끼'는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의 범인이 사망한지 8년 후, 그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극 중 장근석은 재벌 전문 변호사 출신 강력계 형사 '구도한'으로 분했다. 장근석은 구도한을 소화하기 위해 턱수염에 어두운 낯빛, 거친 애티튜드까지 표현해 기존의 장근석을 완전히 지웠다.

그런 장근석과 '미끼' 파트2 공개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장근석은 '구도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아시아 프린스'의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미끼'는 장근석의 복귀작인데다 그의 연기 변신까지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에 아시아에서는 큰 반응을 얻기도 했다. 특히 해외 평점 9.4점을 받았고 동남아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복귀작에서 생각지 못한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 장근석은 "응원해 주시는 걸 보고 뿌듯했다.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니었구나 스스로 안도하기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근석은 작품이 잘 나올 수 있었던 공을 동료들에게 넘겼다. 장근석은 '미끼'에 대해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과의 '팀워크'만으로도 가치 있었던 작품이었다고 회상했다.

"'미끼' 파트1 촬영을 하면서 편집 과정을 확인하지 못해서 긴장을 하고 있던 와중에 완성본을 보게 됐을 때는 '만족'이라는 단어보다 '성취감'이 먼저 떠올랐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건 팀워크의 중요성이었어요. 지금까지 촬영하면서 팀워크가 가장 좋았던 작품 중에 하나였거든요. 두 번째는 제 스스로 5년 만에 컴백을 하는 거라 '딱딱해 보이지 않을까', '긴강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거든요. 다른 배우분들이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작품에 잘 녹아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장근석은 어린 시절부터 연기에 몸담은 무려 31년 차 배우다. 그런 그가 복귀작에 앞서 연기 레슨을 받았다는 사실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데뷔 후 이렇게 공백기를 가진 적이 처음이었다고 말한 장근석은 연기 레슨이 '자신을 꺼내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다 의아해하시더라고요. 쉬운 말로, 운전 10년 하던 사람이 1년만 안해도 어색하잖아요. 몸에 있는 세포나 기억은 남아 있지만 그걸 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는 연기 레슨이 제 안의 세포를 깨우는 과정이었거든요. 호흡법부터 새로 배우면서 대학생 때 생각도 나고, 아역 할 때 기억도 나고 좋기도 했어요. 또 적당한 긴장감이 겸손도 만들어 낸 것 같고요."

"(연기를 쉬다보니) 스스로도 굳어 있었던 면이 있었어요. 복귀 전에 몇 달 연기 레슨을 받고 준비를 한 뒤 촬영장에 갔을 때의 그 긴장감과 설레임, 두려움, 모든 게 있었죠. 그러다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을 때의 희열을 맛보면서 '내가 이래서 배우를 하고 있지' 하는 카타르시스도 있었어요."

연기 레슨까지 받아 가며 철저히 준비한 작품이 바로 '미끼'였다. '장근석' 하면 떠오르던 이미지와는 다른 무드의 장르에 캐릭터성까지. 많은 이들이 그의 차기작 선택에 놀라기도 했다. 장근석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더해 스스로 가진 틀을 깨고 싶다는 바람으로 '미끼'를 택했다.

"사실 처음에 이 드라마에 참여할 땐 외형적인 모습이나 캐릭터보다도 '내가 너무 이번 작품으로 변신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지는 말자'는 마음이었어요. 그게 억지로 보일까 봐요. 그저 '구도한'이라는 인물도 제가 할 수 있는 역량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수염도 있고 장르물이다 보니 '장근석의 이런 모습 처음이야' 하게 되시는 것 같기는 해요."

"저를 깨고 싶다는 말요? 그 작업은 스스로 꽤나 롱텀으로 보고 있어요. 데뷔한 지 31년 차가 되어 가면서 제가 쉬었던 5년의 시간이 저에겐 되게 좋은 시간이었거든요. 그동안에 한 번도 쉰 적이 없었거든요. (복귀작으로 택한) '미끼'라는 작품을 통해 기존과 다른 내 안의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걸 숙명처럼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저도 이런 연기,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배우라는 믿음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이건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야 할 작업이지 않나 싶어요."

'미끼' 속 장근석은 허성태와 대립각을 세우며 장르물을 완성했다. 허성태의 메서드 연기 덕분에 자극을 받았다고 말한 장근석은 허성태와의 현장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실 성태 형이 낯가림이 많고 부끄러워하는 타입이에요. 성태 형이 저보다 후배인데, 우선 나이가 많으니 선배님이라고 하면 오히려 멀게 느껴질까 싶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선배인데 선배라고 하기도 그렇고요.(웃음) 그렇다고 성태 씨로 부르는 건 아닌 것 같아서 현장에서 뵙자마자 형님이라고 질렀더니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저희가 생각보다 빨리 친해진 것 같아요."

"저도 많은 배우들과 작업을 해봤지만, 성태 형은 제가 본 배우 중에 가장 능동적인 배우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솔직한 얘기로 저도 오랜만에 현장에 가니 (예민해져서) 더듬이가 서 있어요. 저도 나름대로 능동적인 편에 속하는데 성태 형은 저보다 먼저 현장에서 준비를 끝내 놓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게을러질 수가 없는 현장이었어요. 현장에서 늘 성태 형 차 뒤에 제 차를 세웠어요. 형이 나가면 저도 바로 나가려고요. 그렇게 같이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었어요."

도전할 수 있었던 기회에 훌륭한 동료들까지 얻었다. 장근석에게 '미끼'는 연기 인생 터닝포인트 같은 작품이 됐다. 장근석은 공백기 동안 자신을 더 단단히 쌓았고 그 덕분에 스스로를 더 알고 표현할 줄 아는 배우가 됐다. 성숙해진 지점에서 과거의 모습을 되돌아봤을 땐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한 그다.

"제 예전 기억들을 꺼내 보면 참 별난 아이였던 것 같아요. 이것도 순화해서 별나다는 거죠.(웃음) 가끔은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제가 제 자신을 가볍지 않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당시엔 겁이 나는 부분도 있었어요. (남들 눈 때문에) '이건 조심해야 돼', '이렇게 하면 안돼'라고 스스로를 가두기도 했는데 그게 저답지 않더라고요. 그런 마음으로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지금의 제가 된 거죠."

"저는 어떤 모습이든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와 비슷한 캐릭터도, 정반대인 캐릭터도 결국엔 다 해내야 하는 게 제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배우의 꿈을 꾸면서 한 생각은 '나는 이런 배우가 될 거야', '이런 역할을 할 거야'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지금은 그냥 이런 마음 같아요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할 거야.' 제가 느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경험하지 못한 캐릭터라면 기꺼이 해낼 거예요. 확실한 건 '미끼'를 통해 겁이 많이 없어졌어요. 자신감과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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