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보고 싶은 그 시절의 누군가에게…김다미·전소니·변우석 '소울메이트'
"날도 더웠고, 수업도 지루했고, 그렇게 졸리고 나른하던 날에 너를 처음 만났어."
하은(전소니)는 시간이 지났어도 미소(김다미)를 만난 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초등학교 때 서울에서 제주로 전학 온 미소가 하은을 만난 날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10대와 사춘기를 지나 함께 어른으로 성장하며 수많은 이야기와 마음들을 주고받는다. 영화 '소울메이트'를 요약하자면, 그렇다.
28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소울메이트'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돼 배우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그리고 민용근 감독이 참석했다. '소울메이트'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그리고 ‘진우(변우석)’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혜화, 동'(2011)을 선보이며 인상적인 데뷔를 한 민용근 감독이 영화 '소울메이트'로 약 9년 만에 돌아왔다. '소울메이트'는 지난 2017년 개봉해 두터운 매니아층의 사랑을 받은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미 큰 사랑을 받았던 원작은 민용근 감독이 '소울메이트'를 처음 고사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용근 감독은 '소울메이트'의 연출을 결정했다. 그는 "같은 이야기지만 제 방식으로 풀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원작이 있다는 것을 잊는 순간이 있다.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원작과 같은 설정도 있고, 멀어지는 지점도 있다. 수시로 변화하는 느낌이다. 저 스스로 원작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하고 싶었다"라고 차별점에 대해 설명했다.
민용근 감독이 준 차별점의 가장 큰 지점은 바로 미소, 하은, 진우가 된 "배우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세 사람의 얼굴에 다가가고자 하는 태도"였다. 민용근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보면서 다시 드는 생각은 세 배우의 얼굴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원작과 다른 설정이 극사실주의 그림인데, 이것이 무언가를 똑같이 그린다는 기술적인 부분이기도 하지만, 화가님들을 만났을 때 들어보면 '그 얼굴을 그리기 위해 바라보고 다가가는 행위에 구도의 느낌이 있다'고 하시더라. 극사실주의 그림이라는 소재가 영화에서 배우들의 얼굴을 담아내고자 하는 태도와 비슷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유독 '소울메이트'에서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의 클로즈업 장면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은 각각 미소, 하은, 진우가 되어 10대 시절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의 연령을 소화해냈다. 김다미는 "영화를 찍는 동안 10~20년의 세월을 표현하는 건 의상팀, 분장팀의 노력이 컸다.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조금 더 그 나이에 맞게 겉모습을 만들려고 한 것 같다"라고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린 뒤, "미소로서는 전소니 말대로 하은이에게도 많이 의지하고 그 상황에 닥쳐서 연기한 것 같다. 무언가 설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눈을 보고 있거나 물건을 보면,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생겨서 연기한 것 같다"라고 미소 그 자체가 되었음을 고백했다.
'소울메이트' 속에서 중요한 감정의 흐름을 보이는 것은 미소와 하은이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10대 시절 첫사랑을 경험하는 서로를 마주하고, 서로 제주와 서울에서 살아가며 편지에 그리움을 담는다. 하지만 시간은 오해를 낳기도 하고, 그 오해는 더 큰 이해로 서로를 마주하게 하기도 한다. 김다미와 전소니는 미소와 하은 그 자체가 되어 세밀한 감정을 스크린에 옮겨낸다.
전소니는 김다미에게 '보고 싶다'는 말을 '소울메이트'를 촬영하는 중에는 일부러 참기도 했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난 후에는 '보고 싶다'라고 했는데, 촬영 기간 중에는 그런 말을 참았다. 하은이가 쓴 편지 속에 '우리 나중에 만나면 내가 다 얘기해줄게'라는 말이 있다. 어디에선가 미소가 보고 있는 것처럼, '어른이 된 미소가 나를 상상하겠지'라는 상상하면서 혼자 연기를 한 적이 많았다. 제가 떠오르는 건 벽에 미소가 그려둔 스마일을 보는 장면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미소의 공간에 그려진 낙서를 보며 눈물을 흘린 에피소드를 더하면서다.
변우석은 '소울메이트'를 통해 첫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는 설레는 마음과 함께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변우석은 "지금까지 영화를 세번 봤다. 처음 봤을 때는 진우밖에 안보였고. 두번째 봤을 때도 저밖에 안 보였다"라고 현장을 폭소케 했다. 이어 "세번째 보니까 미소랑 하은이의 감정이 와닿았다"라며 "포토타임도 있고 해서 울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보다가 눈물이 나서 열심히 울고 이 자리에 왔다. 그만큼 재미있게 봤다.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눈물을 고백하기도 했다.
민용근 감독은 '소울메이트'에 대해 "영화를 보시면서 각자 마음에 떠오르는 어떤 사람의 모습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에서처럼 친구일 수도 있고, 애인이나, 배우자나, 부모님일 수도 있다. 어떤 존재가 되어도 좋으니, 영화를 보시면서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단 한 사람, 그 사람과 나의 관계, 그 사람이 나일 수 있게 하는 무언가의 감정을 떠올리면 어떨까, 각자 가지고 있는 소울메이트를 떠올려보시면 어떨까 싶다. 제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시는 관객도 '사랑하는 영화 중에 하나'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그림같이 아름다운 제주도를 풍광으로 '청춘'의 찬란한 빛과 이어지는 사람과 삶의 태도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소울메이트'는 오는 3월 15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