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상반기 대화형 검색엔진 출시
최수연 대표, “챗GPT 단점 국내 기술로 극복한 ‘서치GPT’ 개발 중”
네이버 검색 서비스 연동도 고려… “AI 신뢰성 부족 해결 먼저”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올해 상반기 대화형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3일 오전 진행된 지난해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기존 생성 AI 단점을 보완한 ‘서치GPT(가칭)’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픈A가 출시한 챗GPT 인기에 전 세계 검색엔진 최강자 구글이 지난달 심각한 위기 상황을 뜻하는 ‘코드레드’를 발령한 데 이어 네이버도 관련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네이버 검색엔진, 대화형으로 바뀐다?
최 대표는 이번 실적발표에서 “최근 많은 주목받는 생성AI와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며 “올 상반기 내로 네이버만의 향상된 검색 경험인 서치GPT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치GPT는 검색엔진에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를 탑재,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즉시 검색해줄 수 있는 서비스다. 미리 학습한 결과를 토대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이해하기 쉽도록 즉시 대화로 알려준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된 즉각적인 정보를 찾아주지 않고 관련된 사이트나 뉴스, 블로그 등의 목록을 제공했던 기존 검색엔진과 달리, 필요한 내용을 즉시 제공한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빠르고 편안하게 찾을 수 있다.
최 대표는 “(서치GPT는) 서울 지하철 요금처럼 정보가 요약된 답변이 필요한 검색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높은 최신 콘텐츠 데이터를 출처와 함께 요약·제공하고, ‘노트북 싸게 구매하는 방법’처럼 조언이 필요한 검색에 대해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답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색 결과의 품질과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 경험을 향상시켜 나가기 위한 실험을 내부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챗GPT 등 생성 AI 단점, 네이버 기술로 극복”
네이버는 서치GPT를 기존 생성 AI 단점을 보완해 출시할 예정이다. 생성 AI는 학습한 데이터를 토대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거짓 데이터를 생성하는 생성자와 이 데이터의 진위를 파악하는 감별자가 서로 경쟁해 진짜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적대적 생성 신경망(GAN)’을 기반으로 새로운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 등을 생성한다. 미국AI연구소 오픈AI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챗GPT가 대표 사례다. 챗GPT는 초거대 AI ‘GPT-3.5’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을 이해해 관련 답변을 생성할 뿐만 아니라 코드 작성, 번역, 텍스트 요약 등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챗GPT는 영어 기반으로 개발돼 한국어에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초거대 AI인 GPT-3.5로 작동해 최신 정보를 빠르게 업데이트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혔다. 초거대 AI는 한 번 학습할 때 워낙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므로 다음 학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많은 컴퓨터 인프라를 사용하므로 데이터 학습에 큰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1750억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보유한 GPT-3.5 학습에는 백억 원 단위의 금액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생성 AI는 신뢰성·최신성 부족, 해외 업체들이 영어 기반 개발 모델을 한국어로 번역함으로써 발생하는 정확성 저하 문제 등의 단점이 있다”며 “(이 문제를) 네이버의 기술 노하우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또 “네이버는 한국어로는 가장 고품질의 검색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사업자일 뿐만 아니라 초거대 AI 모델로는 세계 정상급의 기술을 자부하는 국내 최고 AI 기술 개발 회사”라며 기술 개발에 관한 자신감을 강하게 내비쳤다.
◇서치GPT 네이버 검색과 당장 연동 안 해… 윤리적 검토 필요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서치GPT 개발을 목표로 하지만, 당장 네이버 검색 결과와 연동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정확한 정보가 아닐 수 있고, 편향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해당 문제를 풀 방법을 먼저 찾은 후 검색엔진과 연동할 뜻을 밝혔다. 최 대표는 “서치GPT를 당장 네이버 검색에 접목하기보다는 생성 AI 신뢰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다양한 검색 기술을 연구하는 목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는 구글과 유사한 행보다. 구글은 지난달 17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AI 배포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제임스 마니카 구글 수석 부사장,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가 공동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AI 개발과 배포는 책임 있게 해야 한다”며 “AI는 장점과 동시에 복잡성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AI의 경우 부적절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테스트 없이 배포할 경우 편향성, 차별 문제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이버 보안 위협에 취약하고 노동시장에서 불평등, 경제적 침해 문제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예상되는 문제를 미리 해결해놓지 않고 AI를 마구잡이로 배포한다면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구글의 입장이다.
유창동 한국인공지능학회장(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은 “챗GPT는 팩트가 아닌 통계에 의한 결과를 내는 것”이라며 “사용자는 챗GPT가 내놓은 답변을 그대로 믿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러한 모델을 검색엔진에 적용할 경우 팩트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보완 기술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기반 수익 창출 시동
네이버는 AI 기반 수익 창출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챗GPT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비용 효율적인 면에서 검토할 과제가 많다”며 “네이버가 구축해 놓은 초거대 AI ‘하이버클로바’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유료 B2B(기업간거래) 시장도 열리고 있기 때문에 서치GPT 투자를 통해 수익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해 전년 대비 20.6% 오른 8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익 면에선 좋지 못했다. 전년 대비 1.6% 줄어든 연간 영업이익 1조3047억 원을 기록하며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네이버는 수익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AI도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최 대표는 “현재 로봇과 자율주행, AI 등 여러 연구내용을 건설회사와 협업해 스마트빌딩과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지금 공개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일부 프로젝트에서 요청서(RFI)를 준비하는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또 “스마트빌딩이나 스마트 시티에 우리 솔루션들이 들어가게 되면 커머스나 메타버스 커뮤니티 등 우리의 온라인 서비스들이 오프라인 영역에서 더 밀접한 형태로 적용돼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