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잘 만들지만 쓰진 못하는 한국
14개 국가 중 AI 도입률 최하위… 3년간 AI 활용 기업 2%에 그쳐
한국이 인공지능(AI)을 잘 만들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 19일 발간한 ‘2022년 정보화통계집 및 정보화통계조사 최근 3년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10인 이상 기업체의 AI 활용 수준은 3년 동안 2%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AI를 활용하는 기업은 5492곳으로 전체 중 2.7%에 불과했다. 2020년은 2.7%, 2019년은 2.5%로 증가율도 높지 않았다.
IBM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22년 AI 도입 지수’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AI 활용도는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IBM과 모닝컨설턴트가 14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도입률은 22%로 최하위권이었다. 상위권을 기록한 중국(58%), 인도(57%)보다 3배 가까이 낮았다. 전 세계 기업의 AI 평균 도입률(34%)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조사는 한국의 AI 개발 능력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지난해 9월 영국 데이터 분석 미디어인 ‘토터스인텔리전스’가 발표한 ‘글로벌AI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62개국 가운데 7위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각 국가의 AI 역량을 개발 능력, 연구 수준, 정부 전략, 상업화, 인프라, 재능, 운영환경 등 7개 부문에 걸쳐서 평가한다. 한국은 지난해 개발 능력 3위, 인프라 6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AI 개발 수준은 글로벌 톱 수준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상업화 부문에서 15위, 운영환경 부문에서 32위를 기록하며 AI 활용 능력은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한국은 정부·기업의 지원과 투자, 산학협력 등으로 AI 연구와 개발 분야에서 높은 실적을 내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에 출원된 AI 특허는 2012년 384건에서 2021년 8416건으로 연평균 41% 증가했다. 의료, 제조,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출원됐다. 연구성과도 뚜렷하다. 네이버는 지난해 글로벌 AI 학회에서 100건의 정규 논문을 발표했다. LG AI연구원의 초거대 멀티모달 AI 기술은 세계 최고 권위 컴퓨터 비전 학회 ‘CVPR 2022’에서 4% 이내 최상위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AI 활용성과는 미약하다. 내로라하는 AI 기술력을 가진 기업 대다수가 적자 늪에 몇 년간 갇혀있을 정도다. 한 AI 상장기업 대표는 “AI 기술은 계속 공급되고 있는데, 이에 비해 수요는 높지 않은 편”이라며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AI 시장이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수요를 높이기 위해선 AI에 대한 이해와 도입 효과 등을 정확히 인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IBM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IBM은 AI 도입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응답자들은 ‘AI 기술, 지식 및 전문성 부족(45%)’을 AI 도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았다고 밝혔다. 또 ‘AI 모델 개발을 위한 도구 및 플랫폼 부족(39%)’, ‘지나치게 높은 가격(33%)’이 뒤를 이었다고 발표했다.
유창동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초거대 AI를 비롯한 다양한 AI 개발에는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에 비해 수요가 높지 않아 투자대비효과(ROI)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은 AI 개발뿐 아니라 AI 사용 방안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AI 선구자로 불리는 김진형 KAIST 명예교수는 “AI의 진정한 가치는 실제 업무에서 최적화 작업을 통해 효율 향상을 이끄는 데 있다”며 “연구만큼 AI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