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섭'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 /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본 인터뷰에는 영화 '교섭'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임순례 감독은 '리얼리티'를 중요시해온 감독이다. 그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리틀 포레스트'(2018)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며 지나친 어떤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게 해왔다. 그런 그가 영화 '교섭'을 연출한다고 했을 때 물음표가 많이 생겼다. 생소한 나라에서 벌어진 탈레반 납치 사건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까.

영화 '교섭'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시작해야겠다. '교섭'은 영화 '교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납치된 23명의 한국인을 구하기 위해 외교부 정재호(황정민)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의 활약을 담은 영화다. 그리고 이는 2007년 샘물교회 관련 인물 23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실제로 납치됐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 '교섭'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Q. '교섭'을 보고 가장 먼저 궁금했던 건, 당시에도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엇갈렸던 소재를 '왜 영화화했을까'라는 지점이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의 성격상 적은 돈이 들어가는 작품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소재 자체가 엄청나게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것도 아니었다. 또, 제가 그런 부류의 영화를 만들어온 사람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었다. 실제 사건을 놓고 여러 자료와 상상력을 더해 '교섭'이 완성됐다. 영화화할 결정을 내렸던 것은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과 내용을 말할 소재였던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재의 위험성은 있지만, 소재의 신선함과 특이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소재는 정말 다양한 화두를 던질 수 있다. 탈레반이나, 선교단이나 결국 자신만의 종교적 신념으로 움직인다. 상대의 것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화두, 국가의 기능과 책임을 묻는 것, 그리고 국가와 국민의 관계, 공무원이 해야 하는 일 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게 됐다."

Q. 대식(현빈)은 현지 사정에 능통한 국정원 요원으로, 재호(황정민)는 원칙이 뚜렷한 외교관으로 설정했다. '교섭'은 두 캐릭터가 함께 쌓아가며 앞으로 나아간다. 캐릭터 구축에 가장 염두에 둔 지점은 어떤 점이었나.

"처음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외교부에서 우왕좌왕하고 당황했다고 들었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외교에 중동이 한 지역으로 편성돼 있었는데, 그곳에 편성된 아프가니스탄은 사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해있다. 그만큼 교역도 많이 없고, 정보도 많이 없었다. 상대방을 잘 알아야 '교섭'이 이루어질 텐데, 잘 모르는 상태로 가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인물을 구축할 때, 잘 모르는 상태의 외교 교섭관이 현지에서 일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국정원 사람을 만나는 방향으로 생각했다. 완전히 다르지만, '생명을 구해야 한다'라는 목적의식은 같지 않나. 일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두 공무원이 어떤 것을 계기로 큰 줄기를 함께 향해간다는 걸로 잡게 됐다."

영화 '교섭'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Q. 두 사람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 지점은 어떤 지점인가.

"대식(현빈)의 판단 착오로 돈 가방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나.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식은 목숨을 걸고 찾아온다. 그런데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얼마나 위험한 과정으로 돈 가방을 찾아온 건지 모르지 않나. 그런데 재호(황정민)은 이를 알고 있다. 재호는 대식의 모습에서 진심을 확인하게 되고, 서로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Q. 현빈의 캐스팅과 관련, "늘 함께하고 싶었던 배우"라는 말을 했다. 함께 해보니 어떤 배우였나.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거나, 연기하는 데 있어서 엄청나게 꼼꼼한 배우다. 의상, 소품 어느 것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굉장히 꼼꼼하게 확인하고 체크하는 성격이다. 사실 외국에서 촬영하는 상황이 쉽지 않았다. 촬영 진행이 더디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갑자기 변경되기도 했다. 배우로 화가 나는 부분도 있었을텐데, 현빈은 '이 사람은 왜 화도 안 내지?' 싶을 정도로 늘 항상 평정심이다. 까탈스럽거나,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없다. 너무 궁금해서 한 번은 '화가 날 때가 없냐, 화가 나면 어떻게 컨트롤 하냐'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늘 역지사지를 생각한다더라. '사람이 저런 말을 할 때는 무슨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화가 안난다고. 굉장히 이른 나이에 깨우친 것 같다. 현장에서의 태도, 작품을 대하는 자세 등 모든 게 부침 없이 시종 여유를 잃지 않는 배우였다."

영화 '교섭'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Q. 황정민과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오랜만에 한 작품으로 만났다. 20년 만에 소환한 느낌이 어땠나.

"이런 표현이 어떨까 싶다. 설날에 20년 전 한 번 봤던 먼 친척 조카가 서울대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다는 말을 듣는달까. (웃음) '와이키키 브라더스' 찍을 때만 해도 영화를 거의 처음 찍는 상황이었다. 배우가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보다 마냥 신나고 즐거워했다면, 지금은 그동안의 작품과 경험을 통해 주연배우로서 가지는 책임감, 그 책임감에서 나오는 집중력, 영화에 대한 열정이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하는 영화마다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영화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굉장히 발달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20년 동안 주연배우로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며, 영화적인 능력이 개발됐고, 현장에서 발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인질에 대한 묘사는 '교섭'에서 많지 않았다. 하지만 '교섭'의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질들은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정재호(황정민)에게 귀국 명령이 떨어져 인질들의 모습을 TV로 보게 된다. 가족에게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라도 가족이 외국에 인질로 잡혀있다면, 인류 보편적으로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원초적으로 누군가의 가족이 절절하게 호소하는 것에 대한 공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또, 협상 과정 중 정재호가 인질의 눈과 마주치며 보다 강력하게 주장하는 계기가 된다.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것 외에 다른 무엇을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겠나. 국민의 잘·잘못을 떠나, 그 사람을 살리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이 관객에게 무리가 되는 설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 '교섭'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 /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Q.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님의 태도는 동물권 행동 '카라'의 활동을 통해서도 보인다. '교섭'에서도 노쇠가 등장하는데, 작품 속 등장하는 동물을 촬영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뭐가 있을까.

"실제 노쇠장면을 찍은 건 '교섭' 팀의 베이스캠프와 굉장히 먼 곳이었다. 트럭에 노쇠를 싣고 먼 길을 가는 자체가 동물 학대 같은 부분이 있어서, 최대한 촬영지 가까운 쪽에서 노쇠를 구했다. '리틀 포레스트' 때도 그랬는데, 사람과 동물의 촬영이 있으면 동물을 먼저 찍고 퇴근시킨다. 오구(강아지 이름)와 김태리가 함께 연기할 때도 '오구가 잘하면 오케이' 였다.(웃음) 동물 장면을 찍을 때, 해외의 겨우 아역 배우와 비슷한 기준을 둔다. 촬영 시간도 짧게 하고, 휴식 시간이나 급식, 급수 등을 다 체크한다. 요르단에서 수의사를 대동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동물에 맞게 배려하는 것이 우선시됐다."

Q. 영화계 성평등, 동물권 행동, 그리고 작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곳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으로 다음 행보도 정해졌나.

"다음 프로젝트가 시리즈물이 두 개가 있고, 영화가 한 작품이 있다. 영화는 여자가 주인공이고, 시리즈물은 두 작품 모두 남자가 주인공이다. 주제와 소재에 따라 그때그때 주인공이 정해진다. 어떤 성별을 선호하거나 기피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영화 '교섭'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 /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Q. 많은 고민과 시도와 도전이 있었던 작품이다. '교섭'이 관객에게 어떻게 남길 바라나.

"제가 기존에 만든 것과 다른 결의 영화다. 그런 것을 만들어냈다는 자체가 하나의 시험적이기도 하다. 만약 이 작품이 작가용 예술영화라면 '이런 주제니까 더 생각해봐 달라'고 강하게 이야기하겠지만, '교섭'은 그렇지 않다. 예산이 큰 작품이라 상업적, 장르적 요소를 차용했지만, 이 작품을 만든 건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 항상 절대적으로 옳은가, 국가와 국민의 관계는 어떤 것이 이상적인가' 등에 대해 관객들이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한국에서 쉽게 보지 못할 이국적인 풍경을 보면서,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이지만, 중간중간 재미있게 볼 요소도 많다. 관객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도 있는 영화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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