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X330’ 대만 파운드리 TSMC서 7나노 공정으로 생산
‘추론’과 ‘학습’ 모두 지원, ‘전성비’ 높아져 NPU 시장 선점 자신

사피온이 올해 출시할 차세대 AI 칩 ‘사피온 X330’은 7나노 공정으로 생산된다. /김동원 기자

SK그룹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이 올해 상반기 출시할 차세대 AI 칩 ‘사피온 X330’을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에서 7나노 공정으로 생산한다. TSMC 28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기존 모델 ‘사피온 X220’보다 선단 공정에서 생산함에 따라 같은 전력 대비 성능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무경 사피온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0일 지능정보산업협회(AIIA)와 지능정보기술포럼(TTA ICT 표준화포럼 사업)이 공동 주최한 조찬포럼에서 차기 AI 반도체인 ‘사피온X330’을 7나노 공정으로 생산한다고 밝혔다. 성능은 X220보다 같은 전력 대비 약 4배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피온은 SK텔레콤과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3개 회사가 투자해 설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다. AI 반도체 설계를 주력으로 한다. 2020년 말 SK텔레콤에서 분사했다.

사피온의 주력 사업은 AI 반도체 설계다. 현재 AI 학습과 추론에 주로 사용되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항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100% 자체 기술로 설계한다. NPU는 GPU보다 연산 유닛을 늘려 딥러닝에 최적화한 반도체다. GPU가 그래픽 처리 용도로 만들어졌다면 NPU는 처음부터 딥러닝 연산을 위해 제작된다. 그만큼 점점 많아지는 AI 모델과 데이터 처리를 할 수 있는 칩으로 꼽힌다.

사피온은 올해 X330으로 NPU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X330은 추론만 할 수 있었단 X220과 달리, 추론과 학습을 모두 지원한다. 구글의 AI 반도체 텐서프로세서유닛(TPU)가 1세대에서 추론을 제원하고 2세대부터 추론·학습을 지원한 것과 비슷한 행보다.

성능 역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피온은 AI 추론에서 엔비디아 GPU보다 높은 성능을 보여왔다. 지난해 X220은 공신력 있는 AI 반도체 벤치마크인 ‘엠엘퍼프(MLPerf)’에서 엔비디아 A2보다 전력 사용량 대비 높은 성능을 보인다고 평가받았다. X220이 28나노 공정에서 생산되고 A2가 8나노 공정에서 생산되는 점을 봤을 때 높은 성과다. 흔히 반도체는 미세공정에서 생산하면 높은 집적도로 전력 대비 성능이 높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올해 출시되는 X330은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 현재 상용화된 GPU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낸다는 엔비디아 A100과 같은 공정이다. 정 CTO는 “X330은 AI 추론과 학습 분야에서 기존 AI 칩들보다 높은 성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X220보다는 4배 높은 성능이 예상되고 높은 성능을 받는다는 칩들과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경 사피온코리아 CTO는 “X330은 AI 추론과 학습 분야에서 기존 AI 칩들보다 높은 성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피온은 올해 X330 이후 X340, X350도 상용화하며 AI 칩 시장 선점을 자신하고 있다. 현재 AI 칩 시장은 크게 엔비디아, 인텔, IBM, 퀄컴 등 전통 팹리스와 더불어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마이크로소프트 등 높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 등이 진출한 상태다. 이중 구글과 아마존은 AI 전용 칩을 출시했고 알리바바, 마이크로소프트는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또 세레브라스, 그래프코어, 삼바노바 등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사피온은 크게 3개 분야가 뛰어든 AI 칩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전통 팹리스의 경우 엔비디아 외에 아직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고 있고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은 칩보다 데이터센터 경쟁력이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스타트업의 경우 기술개발 속도가 빠르지만 자본 위험이 있을 수 있다. 파운드리에서 선단 공정으로 AI 칩을 생산할 때 1000억 원가량의 높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통 칩을 한 번 생산하고 성능을 낼 수 없고 보통 3~4번을 만들어야 성공한다는 점을 봤을 때 스타트업이 큰 투자 없이 AI 칩 시장을 선점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사피온은 전통 반도체 기술, 데이터센터 고도화, 스타트업 역량 등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의 반도체 경험이 있고,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피온은 2020년 설립돼 기술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의 성향을 띄고 있다. 정 CTO는 “사피온은 AI 칩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의 단점을 모두 보완하고 장점을 강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회사”라며 “현재 비전과 언어 분야를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다른 응용 분야에도 계속 확대해 시장을 계속 키워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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