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넷플릭스,ENA,CJ ENM

2022년 극장가와 손안의 극장, OTT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길어질 내용에 앞서, 제목 속 숫자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극장가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 1조 원을 돌파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OTT와 유튜브를 시청한 총사용 시간은 17억 시간에 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급된 6개의 트로피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미국의 가장 큰 TV 시리즈 시상식으로 꼽히는 '제74회 에미상'에서 들어 올린 트로피의 개수다. 이 숫자들을 놓고 보면, 영화와 OTT 시장이 마냥 긍정적이기만 한 것 같다. 과연 그럴까.

2022년 영화 관객수(12월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DB

◆ 팬데믹 이후, 극장 매출액 첫 1조원 돌파…관객의 선택은 더 신중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pandemic) 상황으로 국내 극장가는 정말 고된 시간을 보냈다. 2억 2,667만 8,777명(2019년 총 관객수)에 달하던 관객수는 1/4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2022년 총관객수는 1억 1,012만 7,831명으로 지난해(6,053만 1,087명)보다 대략 두 배 정도 성장했다. 2022년 총매출액 역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대비하면 여전히 40.8%에 미치는 수치이지만, 다시 극장에서 영화를 즐기고 싶은 관객의 마음을 확인하기엔 충분한 수치다.

그렇다. 분명 관객은 극장을 그리워했다. 다 같이 앉아 극장의 사운드와 커다란 영상 속으로 빠져드는 약 2시간의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데이트가 되었고, 오락이 되었고,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관객의 선택은 더욱 신중해졌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빠르게 일상으로 스며든 다양한 OTT 콘텐츠를 꼽을 수 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OTT와 유튜브를 포함 동영상 스트리밍 업종 전체 사용자 수는 4,288만명(8월 기준)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총인구 중 약 83%라는 엄청난 비율이 동영상 스트리밍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높아진 극장 가격 역시 관객 고민에 한 몫을 차지한다. 현재 조조할인 티켓을 제외한 성인 티켓은 모두 1만원 이상의 가격이다. '아무 영화나 한 편 보자'라는 말이 어려워지는 가격이다.

이런 이유로 관객은 영화를 선택하는데 신중하게 된다. 아마도 그 신중의 결과가 믿고 볼 수 있는 작품을 택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올해(12월 25일 기준) 흥행 영화 TOP 10(이하 표 이미지 참조)을 살펴보면, 영화 '헌트'(7위)와 '올빼미'(8위)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시리즈이거나 속편인 작품이다. 팬데믹 상황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2'(1위) 역시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의 후속편 아닌가. 이미 알고 있는 캐릭터, 그 배우가 해당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의 신뢰감, 그리고 감독의 연출력 등 팬데믹 상황 이후의 관객은 더 똑똑해지고, 신중해졌다.

사진 : OTT 서비스 각 로고 이미지

◆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OTT 시장에 위기론? 기회로

지난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은 그야말로 화제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승승장구하던 넷플릭스는 올해 1·4분기 실적 발표 당시, 전세계 유료가입자수가 2억 2,164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첫 가입자 수 감소였다. 3분기 말 기준, 넷플릭스는 전세계 유료가입자수를 2억 2,300만명이라고 발표해, 콘텐츠를 비롯해 광고형 저가 요금제 등의 효과로 다시금 회복세임을 알렸다.

예전에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현재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정도로 다양해졌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왓챠 등의 채널이 생겼다. 콘텐츠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실제 넷플릭스만 놓고 봐도 한국 콘텐츠 수가 12편의 시리즈, 5편의 영화, 4편의 예능으로 다양해졌고, 더 많아졌다. 하지만, 높은 화제성을 기록한 것은 오리지널 시리즈로는 전세계 93개국에서 TOP10에 이름을 올린 '지금 우리 학교는', 21주 동안 글로벌 TOP10에 머문 에이스토리 제작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엔데믹 상황을 맞아, OTT 시장이 사람들의 외출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진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제공

위기라고 하기에 다양한 콘텐츠들이 등장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티빙은 오리지널 시리즈로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배우 이서진과 박해준의 코믹 연기 변신을 볼 수 있었던 '내과 박원장',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 입소문을 탔고, 리메이크작 '돼지의 왕', '몸값', 후속편으로 나선 '유미의 세포들2', '술꾼도시여자들2'로 유료 가입자수를 늘려가고 있다. 웨이브는 올 초 오리지널 시리즈 '트레이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시작으로, 권상우와 성동일의 재회작 '위기의 X', 청춘 로맨스물 '청춘블라썸', 웹툰 '약한영웅'을 드라마화한 '약한영웅 Class1'을 차례로 선보이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OTT 후발주자 쿠팡플레이도 부지런히 오리지널을 내놓고 있다. 'SNL코리아'에서 파생된 드라마 '복학생: 학점은 A지만 사랑은 F입니다' 뿐만 아니라 '안나', '유니콘', '판타지스팟'까지 다양한 장르의 시리즈를 제작했다.

오늘(12월 30일) 공개되는 송혜교 주연의 시리즈 '더 글로리'를 필두로 넷플릭스는 다양한 기대작을 제작 중이다. 박서준·한소희 '경성크리처', 김우빈·송승헌 '택배기사', 김희애·문소리 '퀸메이커', 고현정·나나 '마스크걸', 구교환·이정현 '기생수: 더 그레이' 등이 공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과연 오는 2023년 OTT 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될까.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기생충·윤여정·오징어게임'…K-콘텐츠, 렛츠고

지난 2020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은 비영어권 작품 가운데 최초로 작품상을 받았고,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까지 휩쓸며 4관왕을 차지했다. 그 바통을 윤여정이 이어받았다. 다음 해인 2021년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바통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이어 받았다. 올해, TV 프로그램계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 불리는 '제74회 에미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은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총 6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자막이라는 1인치 정도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놀라운 작품을 많이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했던 봉준호 감독의 말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와닿은 걸까. 콘텐츠에서 'Made in KOREA'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이 현상은 2022년에도 이어졌다. 넷플릭스는 30일 "올 한 해 동안 넷플릭스 전 세계 회원의 60%가 1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시청했다"라고 밝혔다. 주목받은 한국 영화도 있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한 '올해의 영화' 중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탕웨이, 박해일이 열연한 영화 '헤어질 결심'이 두 번째 줄에 이름을 올렸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준 '헤어질 결심'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22년 10대 영화' 중 한 작품으로 선보이는 등 주요 외신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비영어권 작품상에도 노미네이트 되어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한국의 창작자들의 창작에 대한 열정은 뜨겁다. 배우들 역시 도전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 OTT의 등장은 더 많은 기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앞서 언급된 2023년 만나볼 넷플릭스의 시리즈 외에도, 2023년 1월 4일 개봉하는 권상우·오정세·이민정 주연의 영화 '스위치'를 필두로, 1월 18일에는 현빈·황정민 주연의 영화 '교섭'과 설경구·이하늬·박소담 등이 열연한 영화 '유령'(1월 18일 개봉)이 개봉한다. 또한 마동석·이준혁 '범죄도시3', 김윤석·백윤식 '노량: 죽음의 바다', 김우빈·김태리·류준열 '외계+인' 2부, 송중기 '보고타', 박보검·수지·탕웨이 '원더랜드' 등도 2023년 관객과 만나게 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뜨겁지 않은가. 다가올 2023년에 극장을 비롯해 손안의 극장(OTT)에서 만나게 될 세계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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