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짜릿한 초고성능 SUV '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
마세라티에서 르반떼는 기블리와 함께 마세라티 전체 판매량을 책임지는 주력 모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르반떼는 303대 판매됐다. 그중에서도 슈퍼카를 위협하는 최상급 슈퍼 SUV '르반떼 트로페오' 비중은 3%를 차지한다.
르반떼 트로페오는 2016년 르반떼 출시 전부터 준비해왔다.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프로토타입 모델로 제작돼 전 세계 가장 험한 기상 조건과 도로 환경에서 슈퍼 SUV의 한계를 넘는 퍼포먼스 테스트를 거쳐 탄생했다. 마세라티는 페라리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V8 엔진과 첨단 Q4 사륜구동 시스템을 결합하고 통합 차체 컨트롤(IVC: Integrated Vehicle Control)을 장착하게 됐다.
외관은 마세라티의 전설적인 레이싱 DNA를 강조했다. 기본 모델과 다른 점은 보닛에 2개의 에어벤트를 추가해 엔진의 열을 분산하고 파워풀한 스피드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측면 펜더에는 마세라티의 상징인 3개의 에어벤트 위에 트로페오 배지를 적용해 특별함을 더했다. 트로페오 배지와 C필러의 번개 모양 '세타(Saetta)' 로고는 레드 컬러를 가미해 마세라티 초고성능 모델임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리어 익스트랙터와 펜더의 에어벤트는 카본 파이버 소재를 적용해 스포티함을 선사한다. B필러에는 모데나와 토리노에서 전체 제작이 이루어지는 마세라티 자동차와 마세라티의 이탈리아 정통성을 강조하는 이탈리아 국기를 넣었다. 이탈리아 국기는 기블리, 콰트로포르테, 르반떼 등 V8 전 모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성능 피렐리 피제로 타이어와 오리오네 22인치 알루미늄 휠, 캘리퍼도 시선을 끈다. 스포일러와 듀얼 머플러가 강조된 후면은 고성능 슈퍼 SUV의 면모를 드러낸다.
르반떼 트로페오는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모든 트로페오 트림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이 헤드램프는 하이빔, 로우빔 헤드라이트, 주간주행등(DRL), 사이드 라이트, 방향 지시등을 모두 포함한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에 따라 조사 각이 바뀌는 스태틱 벤딩 라이트 및 자동 높이 조정이 가능하다. 특히 헤드램프의 빛을 터널형으로 밝혀 조사 각이 낮아지고 마주 오는 차량 운전자의 눈부심까지 방지하는 안전성도 겸비하고 있다.
실내는 품격을 강조한 마세라티답게 럭셔리하고 장인정신이 묻어난다. 특히 최상급 피에노 피오레 천연 가죽으로 마감된 스포츠 시트와 도어 패널은 더블 스티칭으로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천연 기법으로 가공한 피에노 피오레 가죽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끄러운 질감과 개성을 더한다. 시트는 착좌감이 뛰어나고 조절은 자동이라 편리하다. 또한, 스포츠 풋 페달과 카본 파이버 소재를 사용한 패들 시프트는 마세라티만의 레이싱 DNA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운전자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에 중점을 둔 7인치 TFT 디스플레이는 대형 아날로그식 속도계와 RPM 게이지 사이에 설치돼 주행에 필요한 각종 트립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RPM 게이지에는 초고성능 모델임을 보여주는 V8 이니셜을 넣었다. 카본 가죽으로 마감된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높이 및 운전자와의 거리가 모두 전자식으로 조정 가능하며 그립감도 좋다.
대시보드 중앙에 8.4인치의 고화질 터치스크린은 그래픽이 개선된 마세라티 터치 컨트롤 플러스(MT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지원해 편리하다. 또한, 15개의 스피커와 1280W 출력의 바워스앤윌킨스 하이엔드 사운드 시스템, 사용자 편의를 강조한 알루미늄 회전 노브 등이 적용돼 편의성을 높였다. 트로페오 이니셜이 새겨진 '세타' 로고도 실내 곳곳에 넣어 슈퍼 SUV를 강조했다.
2열은 전장 5020mm, 전폭 1980mm, 전고 1695mm, 휠베이스 3004mm의 차체 크기로 성인 3명이 탑승하면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다. 뒷좌석 윈도우와 리어 윈드실드에는 전동식 선블라인드가 있어 별도의 틴팅을 하지 않아도 프라이버시 보호가 가능하다. 트렁크 공간은 9인치 골프백 4개가 들어가며, 2열을 접으면 레포츠 용품이나 캠핑 용품 등을 넣을 수 있다. 전동식 트렁크 버튼은 문을 여닫을 수 있어 편리하다.
파워트레인은 마세라티의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 GTS의 530마력 V8 엔진을 재설계해 6750rpm에서 최고출력 580마력, 2250rpm에서 최대토크 74.85kg.m의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4.1초, 최고속도는 시속 302km다. 복합 연비는 5.8km/l이다. 페라리 파워트레인 개발팀과 수작업으로 만든 엔진은 실린더 뱅크에 신형 터보차저를 각각 하나씩 설치하는 트윈터보차저 디자인과 고압 직분사 방식을 채택해 빠른 반응과 효율성을 실현했다.
8단 ZF 자동변속기는 직관적 사용성을 개선해 기어 변속이 더욱 쉽고 신속해졌다. 기어 레버를 좌우로 밀어 매뉴얼 또는 오토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P 모드는 기어 레버에 버튼으로 작동된다. 변속기 왼쪽에는 트로페오 트림에만 허락된 '코르사' 주행 모드 버튼이 장착됐다.
강력한 엔진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잠실에서 용인서울고속도로를 타고 용인 수지를 돌아오는 코스로 시승했다. 운전을 위해 탑승해보니 스포츠 시트가 몸을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감싸준다. 이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웅장하게 뿜어져 나와 운전자로 하여금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이는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이 묻어있는 독특한 엔진 소리 덕분이다. 마세라티 본사에는 '엔진 사운드 디자인 엔지니어'라는 특이한 직책이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엔진 소리를 듣기 좋게 만드는 전문가를 칭한다. 전문가는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를 자문위원으로 초빙해 함께 악보를 그려가며 배기음을 조율하는데, 이때 '작곡'한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배기음 사운드에 각별히 공을 들인다.
천천히 주행을 시작했다. 시속 60~80km로 주행해보니 시속 80km 정도의 속도에서 진동과 소음이 적고, 승차감도 편안하다. 또한, 미묘한 조작에서도 절묘하게 대응하고 오르막길에서는 힘이 넘치듯 올라간다. 과속 방지턱을 넘었을 때는 서스펜션이 충격을 잘 흡수해 불편함이 없다. 도심 주행에서 엔진 회전수를 올릴 필요 없이 나긋한 주행이 가능하지만 본질은 역시 회전수를 높이고 엔진이 내는 음색을 즐기면서 역동적인 주행을 하는 데 있다.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진입해서 주행해보니 시속 80~100km까지 가속 페달을 밟으니 강력한 힘 덕분에 차체를 가볍고 민첩하게 밀어내 밟는 만큼 속도가 나가고 힘이 넘친다. 진동과 소음도 적고 스티어링 휠도 묵직해 안정적이다. 섀시도 향상돼 놀라운 가속 성능을 발휘하거나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하다. 코너에서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 준다. 통합 차체 컨트롤(IVC)도 장착돼 차량 제어 능력 상실을 방지한다. 차체의 움직임이 불안정할 시 즉각적으로 엔진 토크를 낮추고 각 바퀴에 필요한 제동력을 분배한다. 이에 주행 상황에 따라 향상된 안전성은 물론, 파워풀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스포츠 모드로 선택하고 시속 100km 이상으로 주행해보니 엔진음은 더 웅장하면서 날카로워지고, 속도는 거침없이 올라간다. V8 엔진은 어떠한 엔진 회전 구간 대에서도 굴곡 없이 뛰어난 성능과 부드러운 구동을 이끌어내며 레이싱 DNA의 진정한 면모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서스펜션은 더 단단해지고 브레이크도 더 민첩하게 반응해 고속에서도 안정적이다. 뒤 차축에는 기계식 차동 제한 장치(LSD)가 장착돼 모든 노면 상황에서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한다. 비대칭 구조로 이루어진 차동 제한 장치는 동력 가동 상태에서 락업 25%를, 동력 비가동 시에는 35%를 지원한다.
안전성을 극대화하면서 놀라운 가속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은 단순히 출력이 높아서만은 아니다. 낮은 무게 중심을 구현한 영향이다.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 레이아웃은 22인치 알루미늄 휠과 결합해 정밀한 핸들링과 탁월한 조종 안정성을 전해준다.
좀 더 과감하게 가속 페달을 밟으니 웅장하고 거친 엔진음과 함께 운전자를 시트에 파묻히게 한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순식간에 돌진한다. 트로페오만을 위한 코르사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슈퍼카 수준의 성능을 즐길 수 있다. 이 모드를 실행하는 즉시 서스펜션이 차고를 낮추고 민첩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코르사 모드는 가속 성능을 극대화하는 런치 컨트롤을 사용할 수 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동안 스티어링 휠의 다운 시프트 패들을 당기면 런치 컨트롤이 활성화된 것을 계기판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여전히 밟은 상태로 운전자는 풀 스로틀로 조작해 엔진 rpm이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트로페오는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시속 100km 이상 고속에서는 스티어링 휠에 있는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서 수동 변속으로 주행하면 시프트 업과 다운이 확실해 더 빠른 변속할 수 있어 역동적이다. 이후 코너에서도 스티어링 조작만으로 이상적인 코너링 라인을 유지해주어 안정적이고 만족스럽다.
르반떼 트로페오의 부가세 포함한 판매 가격은 2억431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