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 많은 ‘급성 충수염’, AI가 자동 진단한다
CT 영상을 판독해 충수염을 자동 진단하는 AI 모델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외과 연구팀과 한림대학교의료원 의료인공지능센터는 CT 영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해서 충수염을 자동 판독해주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흔히 맹장염으로 불리는 충수염은 맹장 끝 부위인 충수돌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수술 통계 5위의 다빈도 질환인 급성 충수염은 야간이나 주말 응급실을 통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임상 양상이 다양하고 CT 영상에도 비정상적인 충수가 발견되지 않아 다른 소화기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많다.
충수염 진단이 늦어지면 천공이 발생할 수 있고, 염증이 복막염이나 골반 내 농양으로 발전되면 충수절제술 이상의 외과적 처치로 커질 수 있다. 또한, 수술 후 합병증도 높아진다. 이에 충수염의 정확한 판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림대성심병원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한림대학교의료원에서 충수염 진료를 위해 CT 촬영한 환자 4,701명의 데이터와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응급실을 내원해 복부 통증으로 CT 촬영한 환자 4,452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후 충수염 환자 1,839명, 충수염이 아닌 것으로 진단받은 1,782명의 데이터를 걸러내고 ‘3D 컨볼루션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CNN)’을 활용한 모델에 학습시켰다.
학습을 마친 AI 모델의 충수염 진단 정확도는 89.4%로 나타났다. 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곡선하면적(Area Under the Curve, AUC)’ 점수는 0.890으로 나타나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CT 영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대장염, 말단회장염, 상행결장게실염 등 충수염과 임상적으로 유사한 질환을 걸러내고, 충수염만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이 AI 모델은 최근 열린 국제 대한외과학회 및 대한외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돼 ‘최우수 연구자상(Best Principle Investigator)’을 수상했다.
조범주 의료인공지능센터장은 “이번 AI는 기존 모델과 달리 3차원 CT 영상을 입체적으로 인식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손일태 교수는 “이번 AI 모델의 민감도, 곡선하면적점수, F1 점수 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모델의 상용화 작업과 더불어 향후 충수와 관련된 모든 질환의 자동 판독을 목표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