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로켓을 타고 현세로 돌아오는 고양이 이야기
[GIGDC인터뷰_⑳] TEAM 217 이기현 팀장: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상/중고등부 기획 부문 동상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 2022’ 수상작이 발표됐습니다. 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올해에는 일반부, 대학부, 중고등부 분야에서 총 20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인디 개발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죽음은 삶의 끝일까.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관문일까. 그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은 과거의 추억이 어떤 원동력이 될까. 이 철학적이고도 서정적인 질문에 ‘게임’으로 답을 한 학생이 있다. GIGDC 기획부분 중고등부 동상을 받은 ‘TEAM 217’의 이기현 팀장이다. 고양이라는 귀여운 캐릭터를 이용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엿본 서정적 게임 ‘로켓(ROCKET)’을 기획한 이 팀장과 일문일답을 진행해 봤다.
-먼저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자기소개 및 이번 대회에 수상한 작품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TEAM 217의 기획 담당 이기현이라고 합니다. 이번 수상 작품은 ROCAT이라는 제목으로 예상하실 수 있듯이 로켓과 고양이를 중심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힐링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대략적인 스토리를 설명해드리자면 나이 들어 죽은 고양이가 ‘고양이 별’에 오게 되고, 집사와의 추억으로 이루어진 기억 세계를 탐방하며 로켓 부품을 모아, 로켓을 만들어 다시금 지구로 향해 주인을 만난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정적인 스토리가 눈길을 끄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번 게임을 개발할 때 특별히 중점을 두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언어의 장벽을 낮추고 싶어 메인 화면을 제외한 게임 자체의 플레이에서는 글이나 말이 직접적으로는 거의 나오지 않도록 기획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해 스토리 연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스토리를 어떻게 보여주는게 좋을까, 싶어 여러 고민을 해보다가 게임의 메인 요소인 ‘로켓 부품’에 대한 힌트와 스토리를 그래픽과 음향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필름’이라는 소재가 떠올랐고. 이를 그대로 적용시켜 게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추가로 게임의 몰입도를 끊지 않고 높여주기 위해 로딩 화면을 없애기도 했습니다.
-이번 게임을 개발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처음은 단순하게 ‘검은 고양이’가 주인공인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자극적인 게임들이 가득한 게임 시장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힐링 플랫폼 게임이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기획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추가로 마냥 가볍지만은 죽음과 이별 같은 소재의 이야기를 너무 무겁거나 공포스럽지 않게 풀어가는 게임도 한 번쯤 기획해보고 싶었습니다.
-게임 개발에 든 기간과 팀원들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21년도 겨울부터 시작해 시간이 나는 대로 학교에 다니며 조금씩 기획서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완성까지는 4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네요. GIGDC 의 기획 양식에 맞춰 문서를 작업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중간중간 수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TEAM 217 이라는 팀 이름으로 기획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기획과 디자인 전부 저 혼자서 했습니다. 당시 팀원들과 따로 개발을 도전하던 게임이 있었으며, 그 작업과 기획을 여럿이 동시에 의견을 모아가며 진행하기에는 도저히 무리라고 판단해 저 혼자 진행을 하게 됐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려는 유저에게 재미를 더해줄 수 있는 특별한 포인트를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혹시 게임 개발에 영향을 준 다른 작품이 있나요?
ROCAT은 사소한 디테일들에 일부 집중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장시간 입력이 없다면 주인공 '별이'가 자리에 앉아 매고있던 작은 가방에서 츄르(고양이 간식)를 꺼내 먹는 모션을 취한다던지, 다회차의 플레이를 즐기는 유저들을 위해 메인 화면의 변화와 게임 엔딩 컷 씬 및 스토리에 일부 변화를 넣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면,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게임이 있는데 ‘노마다 스튜디오(Nomada Studio)’에서 개발한 'GRIS'라는 게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게임 역시 글이나 말소리 대신 컷 신의 연출과 소리같은 요소들을 이용해 스토리를 표현했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시작부터 아주 큰 영향을 준 셈이죠. 몰입도를 위해 로딩 화면이 없다는 부분과 죽음(혹은 이별)에 대한 소재를 다룬 점 또한 영향을 받은 바 있습니다.
-게임을 개발할 때 벌어졌던 헤프닝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이자 주인공인 '별이'의 디자인을 여러 번 바꿨습니다. 대략 8~9번 정도 바꾼 것 같은데 제 그림 실력이 부족해 아직도 완전히 제 마음에 들지 않고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방이 없고, 단순히 두 발로 걷는 조금은 현실적인 고양이의 모습에 가까웠는데, 아무래도 귀엽고 힐링되는 분위기를 강조하려고 하다 보니 조금 더 둥글게 만들고, 귀여운 포인트로 가방을 하나 넣어주었습니다. 이것 외에도 연출 같은 컷 씬이나 맵 디자인에서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엔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바위에 계란을 치는 심정으로 무작정 많이 뽑아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기도 했었습니다.
-게임 기획자로서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고등학교 3학년인 2023년도에 기회가 아직 남아있으니 GIGDC를 한 번 더 참가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는 TEAM 217이라는 이름에 팀원들과 함께 게임 개발로 참가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물론 불가능하다 판단되면 기획으로 저 혼자 다시 참가해볼 생각이고 KWC나 게임 회사같은 쪽에서 여는 공모전이나 대회도 참가해 여러 기획서를 내보고 싶습니다.
-GIGDC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은 어떠신지요. 이번 대회를 통해 도움받으신 부분이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 실패를 겪어오다 보니 처음 도전하는 것에 대해 무작정 겁을 먹는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밤을 새가며 기획서를 만들어 제출했지만 '정말 이게 맞나? 그냥 제출했던 기획서 지금이라도 삭제할까?' 라는 생각을 수십번을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변하는게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기다림 끝에 수상자 명단에서 제 이름을 봤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물론 심사 기간 때 다른 분들의 기획서를 보고 분석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기획서를 보완하고 고칠지 공부하기도 했고요. 쉽게 형용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GIGDC에 지원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무작정 한 번이라도 모든 것을 온전히 쏟아부어 무언가를 도전한다면 어떻게든 결과를 얻어낼 확률이 1% 라도 올라간다는 것을 알아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획서를 제출하면 제가 겪었던 것 처럼 동상이라도 받을 수 있으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게임 기획이나 개발을 하시는 분들이 한번쯤 꼭 도전해보시길 바란다고 전하고 싶습니다.